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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레이서

데몰리션 레이서 (Demolition Racer) · 1999 · Infogr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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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등으로 들어와도 질 수 있는 경주

보통 레이싱 게임에서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면 그 판은 이긴 것입니다. 이 게임은 그 상식을 뒤집습니다. 순위 점수와 파괴 점수를 합쳐 승부를 내기 때문에, 얌전히 일등으로 들어온 사람이 뒤에서 남들을 실컷 들이받고 온 사람에게 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서는 앞차를 추월할 기회가 와도 굳이 옆구리를 한 번 받아 놓고 지나가게 됩니다.

1990년대 후반은 이런 부수는 레이싱이 한창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이 작품은 파괴를 부수적인 재미가 아니라 점수 규칙의 한복판에 놓았다는 점이 분명합니다.

데몰리션 레이서 레이싱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9)

어떤 게임인가

데몰리션 레이서(Demolition Racer)는 튼튼한 차를 몰고 코스를 도는 동안 다른 차를 들이받아 망가뜨리며 점수를 쌓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최대 열여섯 대가 한 코스에 뒤엉키기 때문에 화면이 늘 정신없이 붐빕니다.

한 판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출발하면 순위를 다투면서 동시에 부딪힐 상대를 고릅니다. 옆구리나 뒤를 노려 받으면 점수가 크게 붙고, 정면으로 들이받으면 내 차도 같이 상합니다. 자기 차의 내구도가 다하면 그대로 탈락이므로, 얼마나 부수느냐와 얼마나 버티느냐를 동시에 계산해야 합니다.

부딪히는 각도가 전부

처음 하는 사람은 눈앞의 차에 무작정 들이받다가 자기 차부터 망가집니다. 이 게임에서 이득이 나는 충돌은 정해져 있습니다. 상대의 옆면이나 뒷면을 치는 것입니다. 상대를 벽 쪽으로 몰아붙여 벽과 내 차 사이에 끼워 놓는 방식이 가장 효율이 좋습니다.

반대로 피해야 할 것은 정면충돌과 벽 정면 박기입니다. 특히 코너에서 감속하지 못해 벽을 정면으로 받으면 점수는 하나도 못 얻고 내구도만 크게 깎입니다. 코너 앞에서 속도를 줄이는 습관은 이 게임에서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뒤에서 밀어붙이는 기술도 쏠쏠합니다. 앞차의 뒤를 계속 밀어 벽으로 밀어 넣으면 연속으로 점수가 붙습니다. 다만 그 사이에 나도 뒤에서 받히고 있을 수 있으니, 백미러 대신 코스 지도를 자주 보는 것이 좋습니다.

모드 구성

순수하게 순위를 겨루는 방식, 파괴 점수만으로 겨루는 방식, 둘을 섞은 방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좁은 무대에 차들을 몰아넣고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쪽이 이기는 아수라장 모드가 따로 있습니다. 이 모드가 이 게임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줍니다. 코스도 순위도 없고, 오직 상대의 내구도를 먼저 바닥내면 됩니다.

차량은 진행하면서 하나씩 열립니다. 가벼운 차는 빠르지만 몇 번 받히면 주저앉고, 무거운 차는 느린 대신 부딪히는 쪽에서 이득을 봅니다. 파괴 점수 위주의 판에서는 무거운 차가, 순위 위주의 판에서는 가벼운 차가 유리합니다.

처음 잡을 때의 요령

첫째, 내구도 표시를 계속 보는 것입니다.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면 그때부터는 공격보다 살아남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탈락하면 그때까지 쌓은 점수가 의미를 잃습니다.

둘째, 무리 한복판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것입니다. 출발 직후처럼 차들이 뭉쳐 있을 때는 점수를 얻기도 쉽지만 얻어맞기도 쉽습니다. 초반에는 무리 가장자리를 따라가며 한두 대만 골라 상대하고, 뒷심으로 점수를 쌓는 편이 안정적입니다.

셋째, 코스를 외우는 것이 결국 도움이 됩니다. 어디에 벽이 붙어 있고 어디가 좁아지는지를 알면, 상대를 그 지점으로 유도해 큰 충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 맞나

정교한 주행 감각을 다투는 레이싱을 좋아한다면 이 게임은 답답할 수 있습니다. 차가 무겁게 움직이고 화면이 늘 어지럽습니다. 반대로 규칙을 지키는 경주보다 부딪히고 뒤엉키는 쪽이 재미있다면 아주 잘 맞습니다.

한 판이 짧게 끝나고 결과가 시원하게 나오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스트레스를 풀 만한 게임을 찾는 경우에 특히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