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악마성 드라큘라 (Akumajyo Drakyula Vampire Killer Improvements) · 1986 · Konami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화면이 스크롤되지 않는 드라큘라
같은 시기 다른 기기로 나온 드라큘라를 먼저 해 본 사람이라면 이 게임의 첫인상이 낯설 것입니다. 화면이 옆으로 부드럽게 흐르지 않습니다. 오른쪽 끝에 닿으면 화면이 통째로 한 번에 넘어가고 다음 방이 나타납니다. 이 기기의 성능 사정에서 나온 선택인데, 결과적으로 게임의 성격까지 바꿔 놓았습니다.
한 화면이 하나의 방이 되니 자연스럽게 방 단위로 생각하게 됩니다. 이 방에서 무엇을 챙기고 어느 문으로 나갈지 정한 뒤 넘어가는 식입니다. 앞으로만 달리는 액션이 아니라 성 안을 뒤지는 게임이 된 셈입니다.
열쇠를 찾아 문을 여는 성
악마성 드라큘라(Vampire Killer)는 채찍을 든 시몬 벨몬트가 드라큘라의 성을 올라가는 횡스크롤 액션입니다. 방향키로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버튼으로 채찍을 휘두릅니다. 촛대와 벽을 때리면 물건이 떨어지고, 그 물건들이 진행의 열쇠가 됩니다.
말 그대로 열쇠가 필요합니다. 잠긴 문 앞에서 열쇠가 없으면 더 갈 수 없어서, 방을 뒤져 열쇠를 찾아야 합니다. 어떤 방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통로나 숨은 공간이 있고, 벽을 때려 보거나 특정 자리에 서 봐야 열립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뛰는 시간만큼 뒤지는 시간이 깁니다.
무기를 골라 드는 재미
적을 쓰러뜨리거나 촛대를 부수면 무기가 떨어집니다. 단검, 도끼, 성수, 부메랑 같은 보조 무기와 채찍 강화 아이템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이것들을 주워 들고 필요할 때 바꿔 가며 쓸 수 있습니다. 지금 든 무기가 무엇인지 화면에 표시되고, 상황에 맞는 것으로 갈아 끼우는 판단이 계속 필요합니다.
성수는 바닥에 불을 남기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적이나 좁은 통로를 지키는 적에게 잘 듣습니다. 도끼는 위로 호를 그리며 날아가 높은 곳의 적을 처리하는 데 좋고, 단검은 위력이 약한 대신 빠릅니다. 채찍만 믿고 가면 넘기기 힘든 구간이 있으니, 좋은 무기를 얻으면 아껴 쓰면서 끌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문제는 죽으면 들고 있던 것을 잃는다는 점입니다. 힘들게 키운 채찍과 무기를 놓치고 기본 상태로 돌아가면 같은 구간이 갑자기 훨씬 어려워집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이 계열 액션이 늘 그렇듯 가장 무서운 것은 적의 공격력이 아니라 넉백입니다. 맞으면 뒤로 튕겨 나가고, 그 뒤가 낭떠러지나 가시면 그대로 떨어집니다. 계단 위에서 맞는 것이 특히 위험하니, 계단은 적을 정리한 뒤에 오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날아다니는 작은 적들도 초보자를 계속 잡습니다. 정면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위아래로 흔들리며 다가오기 때문에 채찍 높이를 맞추기 어렵습니다. 무리하게 치려 하지 말고 지나갈 자리를 만들어 흘려보내는 편이 안전합니다.
길을 잃었다면 지나온 방을 다시 살펴야 합니다. 열쇠나 통로를 놓치고 앞으로만 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벽 한 칸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리, 촛대가 유난히 몰려 있는 자리는 대개 무언가를 숨기고 있습니다.
하트도 그냥 점수가 아닙니다. 촛대에서 나오는 하트는 보조 무기를 쓰는 데 들어가는 자원이라, 좋은 무기를 들고도 하트가 없으면 던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눈에 띄는 촛대는 웬만하면 다 부수고 지나가는 편이 좋습니다.
다른 기기판과 무엇이 다른가
같은 해 다른 기기로 나온 판은 스테이지를 끊김 없이 달리는 액션입니다. 채찍을 키우며 앞으로 밀고 나가는 구성이라 훨씬 매끄럽고 빠릅니다. 이쪽은 그 대신 탐색을 얻었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성격이 다른 두 게임이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보스로 나오는 얼굴들은 대체로 같습니다. 박쥐, 메두사, 미라, 인조인간, 사신, 그리고 마지막의 드라큘라로 이어지는 흐름은 이 계열의 골격이 되었고, 이후 수십 년 동안 반복됩니다. 그 골격이 만들어지던 초기 모습을 이 게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음악도 이 기기의 소박한 음원으로 연주되는데 인상이 강합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이 계열의 얼굴이 되는 곡들과 뿌리를 같이하고, 성 안을 뒤지느라 한 곡을 오래 듣게 되는 구조라 더 깊이 남습니다.
재믹스 시절의 코나미
한국에서 이 기기는 남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국내 회사가 만든 가정용 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패미컴보다 이쪽을 먼저 만진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카트리지는 문방구와 전자상가에서 팔렸고, 그중에서도 코나미 이름이 붙은 것은 믿고 사는 물건이었습니다.
그 시절 이 게임은 대개 그냥 드라큘라로 불렸습니다. 성 안을 뒤지다 열쇠를 못 찾아 같은 방을 몇 번씩 오가던 기억, 채찍이 짧아 답답하던 기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 이 판을 해 본 것입니다. 지금 다시 잡아도 방을 하나씩 열어 가는 그 리듬은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