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즈 레어 슈퍼패미컴판
드래곤즈 레어 (Dragon S Lair Europe En Fr de Es It Nl Sv) · 1993 · Elite System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만화 영화가 게임이 되면서 잃은 것
원조 드래곤즈 레어는 게임의 역사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는 작품입니다. 레이저디스크에 담긴 손그림 애니메이션이 화면을 채우고, 플레이어는 정해진 순간에 정해진 방향으로 레버를 밀기만 하면 되는 구조였습니다. 조작의 폭은 좁았지만 화면만큼은 당시 어떤 게임도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화면을 가정용 기기에 그대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기종으로 나온 이식판들은 이름과 등장인물만 가져오고 게임 자체는 완전히 새로 만드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 슈퍼패미컴판도 그중 하나로, 애니메이션 대신 옆으로 흐르는 액션 게임이 되었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드래곤즈 레어(Dragon's Lair)는 기사 더크가 드래곤에게 붙잡힌 공주 다프네를 구하러 성으로 들어가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검을 휘두르고 점프하며 성의 각 층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조작은 이동, 점프, 공격의 세 가지가 기본입니다. 여기에 웅크리기와 위쪽 공격이 더해지고, 진행하면서 얻는 무기로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검만으로는 닿지 않는 적이 있어서, 어떤 무기를 아껴 뒀다가 어디서 쓸지 판단하는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스테이지는 성의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각 구역 끝에는 넘어야 할 관문이 있습니다. 함정과 장애물이 액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적을 쓰러뜨리는 것보다 무너지는 발판과 튀어나오는 가시를 피하는 쪽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왜 어렵다고 하는가
이 이식판이 이야기될 때 거의 항상 따라붙는 말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어려움은 몇 가지 서로 다른 데서 옵니다.
가장 큰 것은 조작의 무게입니다. 더크는 가볍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점프에 관성이 붙어 있고 공중에서의 궤도 수정이 거의 되지 않아서, 뛰기 전에 거리를 정확히 재야 합니다. 같은 시기의 다른 액션 게임에 익숙한 손으로 잡으면 처음 몇 판은 발판 사이로 계속 떨어지게 됩니다.
두 번째는 함정의 배치입니다. 화면에 들어오자마자 반응해야 하는 장애물이 많은데, 미리 보고 판단할 여유를 잘 주지 않습니다. 결국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외우고 그 지점에서 미리 버튼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넘게 됩니다.
세 번째는 잔기 관리입니다. 회복 수단이 넉넉하지 않아서 초반 구간에서 낭비한 체력이 뒤쪽 구간의 여유를 그대로 깎아 먹습니다.
처음 잡는 사람을 위한 요령
우선 뛰기 전에 멈추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달리는 상태에서 점프하면 거리가 크게 늘어나 목표 발판을 지나쳐 버리는 일이 잦습니다. 발판 끝에서 한 박자 멈춘 뒤 뛰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적을 전부 상대하려 들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게임의 적 상당수는 굳이 쓰러뜨리지 않아도 지나갈 수 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통과할 수 있는 곳은 통과하고, 길을 완전히 막는 적에게만 검을 쓰는 편이 체력을 아끼는 길입니다.
원거리 무기는 아껴 두었다가 발판 위에 자리 잡은 적이나 접근이 위험한 적에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바로 앞의 잡졸에게 던져 버리면 정작 필요한 구간에서 손이 비게 됩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여러 게임들
드래곤즈 레어라는 이름은 유난히 여러 기종에 걸쳐 서로 다른 게임으로 나왔습니다. 8비트 컴퓨터판, 가정용 콘솔판, 나중에 나온 영상 그대로 재생하는 판까지 있는데, 이름과 등장인물이 같을 뿐 게임의 뼈대는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 드래곤즈 레어는 레버 타이밍 맞추는 게임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발판에서 계속 떨어지는 액션 게임입니다.
이 슈퍼패미컴판은 유럽에서 여러 언어를 담아 발매되었습니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인물 디자인은 남아 있어서, 더크가 웅크리거나 검을 휘두르는 동작에서 원조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이 게임이 널리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슈퍼패미컴 자체가 대중적인 기기가 아니었고, 대여점에서도 인지도 높은 작품 위주로 들여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름은 들어 봤지만 실제로 해 본 적은 없는 게임에 속합니다. 지금은 브라우저에서 바로 켤 수 있으니, 그 악명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