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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즈 레어 (패미컴)

드래곤즈 레어 (Dragon S Lair Europe) · 1990 · Elite Sys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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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게임이 8비트로 왔을 때

원조 드래곤즈 레어는 게임 역사에서 특별한 자리에 있습니다. 1983년 오락실에 등장했을 때, 화면에는 도트가 아니라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이 흘렀습니다. 레이저디스크에 담긴 영상을 재생하고 플레이어는 정해진 순간에 정해진 방향을 입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람들이 극장 화면 같은 그림을 보려고 줄을 섰습니다.

문제는 그 게임을 가정용 기기로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패미컴에는 영상을 재생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이식판은 원작의 겉모습을 흉내 내는 대신, 같은 이야기와 같은 함정들을 평범한 횡스크롤 액션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 된 셈입니다.

드래곤즈 레어 (패미컴) 퍼즐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0)

어떤 게임인가

드래곤즈 레어 (패미컴)(Dragon's Lair)는 기사 더크가 용에게 붙잡힌 다프네 공주를 구하러 마법의 성을 헤쳐 나가는 액션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더크를 조종해 걷고, 점프하고, 무기를 던지며 성의 방들을 통과합니다. 원작 영상에 나오던 무너지는 다리, 촉수가 튀어나오는 물웅덩이, 불을 뿜는 함정 같은 장면들이 이 게임에서는 조작으로 넘어야 할 지형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드래곤즈 레어 (패미컴) 퍼즐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0)

함정으로 가득한 성

이 게임의 방들은 대체로 함정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바닥이 갑자기 꺼지거나, 천장에서 무언가 떨어지거나, 벽에서 창이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진행 방식이 반사신경보다 암기에 가깝습니다. 처음 지나가는 방에서는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대체로 한 번은 당하게 되고, 그 위치를 기억해서 다음번에 대비합니다. 원작이 정해진 순간에 정해진 입력을 요구하던 게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성격은 오히려 원작에 충실한 면이 있습니다.

무기는 던지는 방식이라 사거리와 궤적을 고려해야 하고, 남은 개수가 정해져 있어서 아무 데나 쓸 수 없습니다. 적을 굳이 상대할지 지나칠지를 판단하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만만치 않은 난도

이 이식판은 상당히 어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더크의 체력이 넉넉하지 않고, 함정 하나에 큰 피해를 받으며, 발판 간격이 인색합니다.

점프의 조작감도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공중에서의 제어가 제한적이라 뛰기 전에 거리를 재야 하고, 착지 지점에 함정이 있으면 그대로 당합니다. 진행이 막힐 때는 무작정 서두르기보다 방 하나를 여러 번 반복하며 배치를 외우는 편이 결국 빠릅니다.

원작과의 거리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사라졌으니 그럴 만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영상 재생 장치 없이 그 이야기를 게임으로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기도 합니다. 성의 구조, 함정의 배치, 기사와 공주라는 뼈대만 남기고 나머지를 8비트 액션의 문법으로 다시 쓴 결과물입니다. 원작을 모르고 접한다면 그냥 조금 어려운 고전 액션 게임 하나로 즐기기에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