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 툰 십 레이더
루니 툰 십 레이더 (Looney Tunes Sheep Raider) · 2001 · Infograme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루니 툰 단편 중에 랠프 울프와 샘 십독이 나오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둘은 아침에 출근 카드를 찍고, 하루 종일 늑대는 양을 훔치려 하고 개는 그걸 막고, 퇴근 시간이 되면 사이좋게 카드를 찍고 집에 갑니다. 이 게임은 그 짧은 만화의 구조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목표는 단 하나, 양 한 마리를 훔쳐서 정해진 지점까지 데려가는 것입니다.
루니 툰 십 레이더(Looney Tunes Sheep Raider)는 3D 퍼즐 잠입 게임입니다. 유럽에서는 십 독 앤 울프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플레이어는 늑대 랠프를 조작하는데, 이 늑대는 힘도 약하고 빠르지도 않습니다. 대신 아크메 상표가 붙은 온갖 도구를 씁니다. 발상 자체가 액션이 아니라 머리 쓰는 쪽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각 스테이지는 하나의 작은 무대입니다. 양은 어딘가에 있고, 개는 그 근처를 지키고 있으며, 목표 지점은 대개 반대편에 있습니다. 개의 시야에 들어가면 그대로 붙잡혀 실패합니다. 그러니 개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언제 등을 돌리는지, 어떤 소리에 반응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첫 단계입니다.
다음은 도구입니다. 스테이지마다 쓸 수 있는 물건이 정해져 있습니다. 덤불로 위장해 시야를 통과하거나, 향수로 양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인하거나, 발사 장치로 협곡을 건너뛰거나 하는 식입니다. 어떤 도구를 어디서 쓰느냐가 곧 정답이고, 그래서 이 게임은 액션 게임보다 퍼즐 게임처럼 풀립니다.
한 스테이지를 처음 만나면 대개 실패합니다. 개에게 몇 번 잡히면서 순찰 경로와 반응을 파악하고, 도구를 하나씩 시험해 보다가 "아, 이걸 이렇게 쓰는 거였구나" 하는 순간이 옵니다. 그 순간부터는 30초면 끝나는 판이 됩니다. 답을 찾기 전과 후의 체감 난이도 차이가 아주 큰 구조입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가장 흔한 실수는 서두르는 것입니다. 양을 발견하자마자 달려가면 거의 확실하게 잡힙니다. 먼저 스테이지 한 바퀴를 조심스럽게 돌면서 개의 순찰 주기와 사각지대를 재고, 도구를 어디에 놓아야 할지 정한 다음 움직이는 것이 정석입니다.
두 번째는 도구를 아껴 쓰려는 습관입니다. 이 게임의 도구는 대부분 그 스테이지에서 쓰라고 배치해 둔 것이라, 안 쓰고 넘어갈 방법을 찾느라 시간을 버리기 쉽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물건은 일단 다 건드려 보는 편이 답에 빨리 닿습니다.
세 번째는 카메라입니다. 초기 3D 게임 특유의 문제로, 시점이 원하는 각도를 잡아 주지 않아 개의 위치를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형이 복잡한 스테이지에서는 이동 전에 시점을 한 번 정리하고 들어가는 습관이 사고를 줄여 줍니다.
만화 원작 게임 중에서의 자리
플레이스테이션 말기에는 캐릭터 라이선스를 붙인 게임이 대단히 많이 나왔습니다. 대부분은 흔한 3D 플랫포머에 캐릭터만 갈아 끼운 물건이었고, 그래서 지금 다시 꺼내 볼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이 게임이 그 무더기 사이에서 이름이 남은 이유는, 원작 만화의 구조를 게임 규칙으로 제대로 번역했기 때문입니다.
랠프가 약하고 느린 것은 결함이 아니라 설정입니다. 정면으로 개를 이길 수 없다는 전제가 있으니 도구와 관찰이 유일한 길이 되고, 실패해도 만화처럼 우스꽝스럽게 당하고 다시 시작합니다. 캐릭터의 성격이 게임 규칙이 된 흔치 않은 사례입니다.
지금 해 보면
한 판이 짧고 재시작이 가벼워서, 조금씩 붙잡고 하기에 알맞습니다. 국내에서는 정식 유통이 활발한 시기가 아니었고 콘솔 자체도 오락실만큼 보편적이지 않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성우 연기와 만화풍 연출이 그대로 살아 있어 원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첫 스테이지부터 웃으면서 시작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