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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요뿌요 BOX

뿌요뿌요 BOX (Puyo Puyo Box) · 1999 · Comp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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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파일의 마지막 뿌요

간판 하나가 회사를 먹여 살리기도 하고, 회사와 함께 저물기도 합니다. 1990년대 내내 뿌요뿌요라는 이름으로 이름값을 했던 컴파일은 사업을 크게 벌이다 자금난에 몰렸고, 결국 그 간판의 권리를 세가에 넘기게 됩니다. 그 정리 과정의 끝자락에서 컴파일이 마지막으로 내놓은 뿌요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제목이 성격을 그대로 말해 줍니다. 새 규칙을 하나 더 얹은 신작이 아니라, 그동안 만들어 온 규칙과 놀거리를 상자 하나에 담아 정리한 물건입니다. 뿌요뿌요 BOX(Puyo Puyo Box)는 두 개씩 짝지어 떨어지는 색색의 뿌요를 쌓아 같은 색을 넷 이상 붙여 터뜨리는 낙하형 퍼즐이고, 터진 자리로 위에 있던 뿌요가 내려앉다가 다시 넷이 모이면 연쇄가 일어납니다. 이 연쇄가 길수록 상대 화면 위로 방해뿌요가 우수수 쏟아집니다.

혼자 차곡차곡 쌓는 재미보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재미가 훨씬 큰 게임이라, 익숙해질수록 눈은 내 필드가 아니라 상대 필드에 가 있게 됩니다.

뿌요뿌요 BOX 퍼즐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9)

세 가지 규칙이 한 자리에

이 상자의 핵심은 그동안 갈라져 있던 규칙들을 골라서 할 수 있게 해 놓았다는 점입니다. 초대작의 규칙은 단순합니다. 상쇄라는 개념이 없어서 먼저 큰 연쇄를 완성한 쪽이 그대로 상대를 묻어 버립니다. 그래서 초대작 규칙으로 붙으면 승부가 아주 빨리, 그리고 허무하게 갈립니다.

두 번째 작품에서 들어온 상쇄와 넘겨치기는 이 게임을 완전히 다른 물건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상대가 보낸 방해뿌요가 머리 위에 예고로 떠 있는 동안 내가 더 큰 연쇄로 받아치면 그만큼을 지워 내고 남은 몫을 되돌려줄 수 있습니다. 덕분에 무작정 크게 쌓는 것보다, 상대가 언제 터뜨릴지를 읽고 그 직전에 끊어 치는 눈치 싸움이 중요해졌습니다.

세 번째 작품의 규칙에서는 특수한 뿌요가 떨어져 판을 흔듭니다. 밀리고 있던 쪽에도 한 방에 뒤집을 여지를 남겨 두는 장치라, 실력 차가 있는 사람끼리 붙어도 판이 심심하지 않습니다. 같은 게임인데 규칙 하나 바꿨다고 전략이 통째로 달라지는 것을 나란히 놓고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이 모음집의 가장 큰 값어치입니다.

뿌요뿌요 BOX 퍼즐 게임 화면 2 - 플레이스테이션 (1999)

혼자서도 오래 붙잡게 만드는 구성

대전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정해진 수 안에 조건을 맞춰야 하는 문제풀이형 모드가 들어 있어서, 주어진 판을 보고 어디에 무엇을 놓아야 답이 나오는지를 궁리하게 됩니다. 손이 빠르지 않아도 머리로 푸는 재미가 있어서 퍼즐을 좋아하는 사람이 가장 오래 붙잡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연쇄를 연습하는 모드도 따로 있습니다. 대전에서는 상대에 쫓겨 제대로 쌓아 보지도 못하고 끝나기 일쑤인데, 여기서는 방해 없이 원하는 모양을 손에 익힐 수 있습니다. 사람과 붙기 전에 여기서 손을 풀고 가는 순서가 자연스럽습니다.

연쇄를 익히는 순서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색만 보고 눈에 띄는 대로 붙이다가 자기 화면을 스스로 막아 버립니다. 가장 먼저 몸에 붙여야 할 것은 계단식으로 쌓는 모양입니다. 같은 색을 세 개씩 비스듬히 걸쳐 두고 마지막 한 개로 아래부터 순서대로 터뜨리는 방식인데, 이것만 익혀도 서너 연쇄는 안정적으로 나옵니다.

그다음은 욕심을 참는 연습입니다. 여섯 연쇄, 일곱 연쇄를 노리다가 쌓는 도중에 상대가 보낸 방해뿌요를 맞으면 그동안 만든 모양이 통째로 망가집니다. 상대 화면이 높아지는 속도를 곁눈질하면서, 위험하다 싶으면 세 연쇄쯤에서 끊어 치는 판단이 실전에서는 훨씬 잘 먹힙니다.

방해뿌요가 떨어졌을 때 당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방해뿌요는 붙어 있는 색뿌요가 터지면 같이 사라지므로, 위쪽부터 걷어 낼 생각을 하지 말고 아래에 남은 색을 이어 붙여 한 번에 쓸어 내는 편이 낫습니다.

국내에서의 뿌요뿌요

국내에서는 오락실 기판보다 가정용으로 먼저 퍼진 축에 듭니다. 슈퍼패미컴과 메가드라이브용 카트리지가 대여점과 문방구를 통해 돌아다녔고, 일본어를 몰라도 색깔만 맞추면 되는 게임이라 진입 장벽이 거의 없었습니다. 둘이 한 대 앞에 붙어 앉아 방해뿌요를 주고받는 그림은 그 시절 어느 집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컴파일이 손을 놓기 직전에 그동안의 뿌요를 스스로 정리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후 뿌요뿌요는 다른 회사의 손에서 계속 이어지지만, 초대작부터 쌓아 온 규칙들을 한자리에서 비교해 볼 수 있는 판은 여기가 마지막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