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인터내셔널 컵 '94

인터내셔널 컵 '94 (International Cup 94 Ver 2 2o 1994 05 26) · 1994 · Taito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1994년 여름, 오락실 축구 게임은 특수를 누렸습니다. 그해 미국에서 월드컵이 열렸고, 축구를 다룬 게임이라면 이름만 걸어도 손님이 붙던 시기입니다. 인터내셔널 컵 '94는 그 흐름 한가운데에서 나온 타이토의 축구 게임입니다. 네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는 구성이라, 한 대 앞에 넷이 줄줄이 서서 두 명씩 편을 먹고 붙는 광경이 이 게임의 본래 모습입니다.

인터내셔널 컵 '94(International Cup '94)는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의 아케이드 축구 게임입니다. 국가대표팀 중 하나를 골라 짧은 경기를 치르고, 이기면 다음 상대로 넘어가는 토너먼트 구조입니다. 조작은 레버로 선수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패스와 슛, 수비 시에는 태클과 선수 전환을 처리하는 식으로, 규칙을 몰라도 몇 분이면 손에 익는 구성입니다. 일본에서는 햇트릭 히어로 계열의 이름으로 이어져 온 시리즈의 해외판에 해당합니다.

인터내셔널 컵 '94 스포츠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4)

오락실 축구의 규칙

콘솔 축구 게임과 오락실 축구 게임은 목표가 다릅니다. 콘솔 쪽이 실제 축구를 얼마나 잘 재현했는지를 놓고 겨룬다면, 오락실 쪽은 100원을 넣은 손님이 몇 분 안에 재미를 느끼고 다음 100원을 넣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들은 경기 시간을 크게 줄이고, 골이 잘 나게 만들고, 선수들이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도록 조정합니다.

이 게임도 그 문법을 따릅니다. 전후반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점수를 내지 못하면 판이 끝납니다. 그래서 실제 축구처럼 뒤에서부터 차근차근 빌드업을 하려 들면 시간만 흘러갑니다. 공을 잡으면 최대한 빨리 앞으로 보내고, 기회가 보이면 각이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슛을 때리는 쪽이 맞습니다.

이어하기 구조도 중요합니다. 이런 게임은 지면 그 자리에서 판이 끝나고 동전을 더 넣어야 이어집니다. 컴퓨터가 상대일 때는 앞선 상대일수록 물러 보이다가 뒤로 갈수록 갑자기 빨라지고 몸싸움이 강해지는데, 이 난이도 상승이 동전을 넣게 만드는 장치입니다.

인터내셔널 컵 '94 스포츠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4)

처음 잡았을 때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어려움은 수비입니다. 공을 뺏기고 나면 어느 선수를 조종하고 있는지 헷갈려서 엉뚱한 선수를 몰고 다니다 골을 먹습니다. 선수 전환 버튼을 눌러 공에 가장 가까운 선수로 옮기는 습관을 먼저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무턱대고 태클을 걸기보다 상대 진행 방향을 막아서는 위치에 몸을 대는 편이 공을 뺏을 확률이 높습니다. 태클은 헛치면 그 선수가 한동안 못 움직여 수비가 통째로 뚫립니다.

공격에서는 슛 버튼을 짧게 누르는 실수를 많이 합니다. 이런 구성의 게임은 대개 버튼을 누르는 시간으로 슛의 세기를 정하는데, 급한 마음에 톡 치면 골키퍼 정면으로 굴러갑니다. 반대로 너무 오래 누르면 골대 위로 넘어갑니다. 몇 번 쳐 보면서 자기 감각으로 중간 세기를 찾아 두는 것이 좋습니다.

골 넣는 자리를 정해 두는 것도 유효한 요령입니다. 오락실 축구 게임은 대개 골키퍼가 잘 막지 못하는 각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페널티 구역 모서리쯤에서 반대쪽 골대 구석을 노리는 식으로 자기만의 득점 공식을 하나 만들어 두면 판을 훨씬 오래 이어 갈 수 있습니다.

네 명이 붙을 때

이 게임의 진짜 모습은 사람끼리 붙을 때 나옵니다. 넷이 동시에 들어가면 두 명씩 한 팀이 되어, 같은 편끼리 서로 다른 선수를 조종하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컴퓨터 상대에서 통하던 요령이 다 무너집니다. 사람은 같은 자리에서 같은 슛을 두 번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같은 편끼리는 역할을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한 명이 공을 몰고 올라가면 다른 한 명은 그보다 앞이나 옆에서 패스 받을 자리를 잡아 주는 식입니다. 둘이 동시에 공을 향해 달려가면 뒤가 비어서 역습 한 방에 무너집니다. 오락실에서 이 게임 앞에 붙은 네 사람이 서로 소리치던 이유가 대개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타이토의 축구 계보와 F3

타이토는 1990년대 초반부터 축구 게임을 꾸준히 냈습니다. 유럽 대회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 시작해 몇 해에 걸쳐 후속작을 내놓았고, 이 게임도 그 줄기 위에 있습니다. 큰 대회가 열리는 해에 맞춰 이름을 바꿔 다는 방식은 이 시절 스포츠 게임의 흔한 전략이었습니다.

기판은 타이토가 이 시기에 주력으로 쓴 F3 시스템입니다. 스프라이트를 많이 뿌려도 화면이 버티는 성능 덕분에, 스물두 명이 뛰어다니는 축구 화면을 무리 없이 그려 냈습니다. 관중석과 잔디의 표현, 골이 들어갔을 때의 화면 연출도 이 기판의 여유에서 나온 것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국내에서는 이 게임보다 캡콤이나 세가가 낸 축구 게임 쪽이 더 널리 놓여 있었던 편입니다. 그래도 월드컵이 있던 해에는 축구 기판이면 일단 들여놓고 보던 분위기라, 이 게임도 여러 오락실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4인용 구성은 오락실 주인 입장에서 매력적이었습니다. 한 대에 네 명이 붙으면 동전이 네 배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따로 붙은 별명은 남아 있지 않고 대개 그냥 축구 게임으로 불렸습니다. 그 시절 오락실에서 축구 게임은 게임 자체의 완성도보다 옆에 누가 앉느냐가 재미를 정하는 종류였고, 이 게임도 그 자리에서 제 몫을 했습니다. 지금 혼자 해 보면 짧고 빠른 판이 이어지는 옛 오락실 스포츠 게임의 리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