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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 모어 플러스

모어 모어 플러스 (More More Plus) · 1999 · Sem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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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가지 미니게임을 골라 가며 버티는 게임

한 판에 여러 게임이 들어 있습니다. 그것도 스무 가지입니다. 하나가 시작되면 짧은 과제가 주어지고, 그것을 해내면 계속 이어 갈 수 있고 실패하면 목숨이 줄어듭니다. 게임 하나하나는 몇 초에서 십여 초면 끝나기 때문에, 앉아 있는 동안 화면이 계속 바뀝니다. 오락실에서 친구와 나란히 앉아 서로 뭘 고를지 실랑이하며 하기에 이보다 잘 맞는 구성이 드뭅니다.

모어 모어 플러스(More More Plus)는 1999년 세미콤이 내놓은 미니게임 모음 형식의 아케이드 게임입니다. 앞서 나온 모어의 후속으로, 그래픽이 개선되고 게임이 세 가지 더 늘어났습니다. 전작과 달라진 가장 큰 점은 선택의 자유입니다. 스무 가지 게임 중 원하는 것을 언제든 골라서 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네 판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목숨이 하나 늘어나는 보상 구조도 있습니다.

모어 모어 플러스 기타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9)

고르는 재미가 곧 전략이 되는 구조

원하는 게임을 고를 수 있다는 것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이 게임의 핵심 전략입니다. 사람마다 잘하는 유형이 다릅니다. 순간 반응이 좋은 사람, 기억력으로 푸는 유형에 강한 사람, 정확한 조준이 되는 사람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자기가 강한 게임을 골라 목숨을 벌고 그것으로 약한 게임을 버티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처음 몇 판은 스무 가지를 두루 돌아보며 자기 적성을 파악하는 데 쓰는 편이 좋습니다. 뭐가 있는지 모른 채 아무거나 고르면 하필 자기가 못하는 유형이 연달아 나와 순식간에 끝나 버립니다. 어느 게임이 자기에게 쉬운지 알고 나면 같은 동전으로 훨씬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습니다.

우수 판정으로 목숨을 버는 구조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그저 통과하는 것과 잘 해내는 것 사이에 보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자신 있는 게임에서는 대충 넘기지 말고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이득입니다.

모어 모어 플러스 기타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9)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미니게임 모음의 가장 큰 장벽은 규칙을 파악할 시간이 없다는 점입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화면에 짧은 안내가 뜨고 곧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처음 보는 유형이 나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도 전에 끝나 있습니다. 이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이 억울하게 죽는 대부분의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요령은 안내 문구를 읽으려 하기보다 화면을 보는 것입니다. 이런 형식의 게임은 대개 화면에 무엇을 하라는지가 시각적으로 드러납니다. 무엇이 움직이고 있는지, 무엇이 강조되어 있는지를 먼저 보면 몇 초 안에 감이 옵니다. 그리고 한 번 실패한 게임은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확실히 쉬워집니다.

두 번째는 조작 전환입니다. 어떤 게임은 레버 위주고 어떤 게임은 버튼 연타 위주라, 손이 앞 게임의 리듬에 남아 있으면 다음 게임에서 헛손질을 합니다. 게임이 바뀔 때마다 손을 한 번 떼고 다시 잡는 습관이 의외로 도움이 됩니다.

세미콤과 90년대 말 한국 아케이드

세미콤은 90년대 중후반 한국 아케이드 시장에서 꾸준히 물량을 내던 회사입니다. 퍼즐과 미니게임, 그리고 캐릭터를 앞세운 가벼운 액션 쪽에서 이름이 알려졌고, 하이퍼 팩맨 계열이나 가이아 같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당시 국내 업체 대부분이 그랬듯 대작을 만들 규모는 아니었지만, 오락실 현장에서 실제로 잘 도는 게임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감각은 분명했습니다.

미니게임 모음이라는 형식이 그 감각의 결과입니다. 오락실 게임의 수익은 결국 회전율에서 나오는데,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단순하며 실패해도 억울하지 않은 게임이 회전율에 유리합니다. 반면 손님 입장에서는 한 동전으로 여러 게임을 맛보는 셈이라 손해라는 느낌이 적습니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구조라, 국내에서 이 형식의 기판이 여럿 나왔습니다.

1999년이라는 시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무렵 오락실은 대전 격투와 리듬 게임, 그리고 프린트 사진기가 자리를 나눠 가지고 있었고, 개인용 컴퓨터와 PC방이 빠르게 세를 넓히던 시기였습니다. 그 틈에서 가볍고 부담 없는 게임의 수요는 오히려 뚜렷했습니다.

문방구 앞과 오락실 구석에서

이런 유형의 기판은 큰 오락실의 좋은 자리보다 문방구 앞이나 오락실 구석, 분식집 한쪽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큰돈 들여 오래 파고드는 게임이 아니라 지나가다 동전 하나 넣고 몇 분 즐기는 게임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로 그런 자리에서 가장 많은 아이들이 게임을 처음 접했습니다.

지금 해 보면 그 짧은 호흡이 오히려 반갑습니다. 준비 시간 없이 바로 시작하고, 못해도 부담이 없으며, 잘하면 곧바로 보상이 옵니다. 옆에 사람이 있으면 서로 기록을 두고 겨루기에도 좋습니다. 화려한 게임 사이에서 잠깐 쉬어 가는 자리로, 혹은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과 함께 앉기에 특히 잘 맞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