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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이야기 게임보이

목장이야기 GB (Harvest Moon Gb Europe) · 1997 · Victor Intera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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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면에 담긴 사계절

휴대용 기기로 농사를 짓는다는 발상은 지금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당시에는 꽤 낯선 시도였습니다. 슈퍼패미컴에서 시작한 목장 생활을 손바닥만 한 화면에 옮기면서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길지가 관건이었는데, 이 작품은 의외로 알맹이를 거의 그대로 지켜냈습니다.

하루가 흐르고 계절이 바뀌는 감각이 이식 과정에서 무뎌지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미덕입니다. 봄에 뿌린 씨앗이 여름에 열매를 맺고 겨울이 오면 밭이 비는, 그 단순한 순환 하나로 사람을 오래 붙들어 둡니다.

목장이야기 게임보이 RPG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컬러 (1997)

어떤 게임인가

목장이야기 게임보이(Harvest Moon GB)는 물려받은 낡은 목장을 일으켜 세우는 생활 시뮬레이션입니다.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가축을 돌보고, 수확한 것을 내다 팔아 목장을 조금씩 키워 갑니다.

정해진 적도 없고 클리어를 재촉하는 타이머도 없습니다. 대신 체력이라는 자원이 있어서, 하루에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됩니다. 오늘 밭에 물을 다 줄 것인지, 산에 올라가 나물을 캘 것인지를 매일 아침 저울질하게 됩니다.

목장이야기 게임보이 RPG 게임 화면 2 - 게임보이 컬러 (1997)

하루를 짜는 재미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대개 물주기입니다. 작물은 물을 거르면 자라지 않고, 밭이 넓어질수록 물주기에만 오전이 통째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밭을 무작정 넓히는 것보다 관리할 수 있는 만큼만 벌리는 편이 결과가 좋습니다.

가축은 손이 더 갑니다. 소는 먹이를 주고 쓰다듬어 주어야 우유가 잘 나오고, 방치하면 몸 상태가 나빠집니다. 닭은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서 초반 현금 흐름을 만드는 데 유용합니다.

체력이 바닥나면 그날은 사실상 끝입니다. 온천에 몸을 담그거나 잠을 자서 회복해야 하는데, 무리해서 쓰러지면 며칠을 통째로 날리기도 합니다. 욕심을 어디서 끊을지가 이 게임의 실질적인 난이도입니다.

계절과 작물

계절마다 심을 수 있는 작물이 갈립니다. 계절이 바뀌는 순간 밭에 남아 있던 작물은 말라 버리기 때문에, 수확 주기를 계산해 두지 않으면 마지막 한 번을 통째로 놓칩니다. 계절 막바지에는 새로 심지 않고 정리에 들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산과 숲에서 캐는 채집물도 무시할 수 없는 수입원입니다. 특히 초반, 씨앗 살 돈조차 빠듯할 때는 산을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하루치 벌이가 됩니다.

오래 남는 이유

이 계열 게임이 사랑받는 이유는 성취가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잡초투성이였던 땅이 반듯한 밭이 되고, 텅 빈 축사에 소가 들어차는 변화가 전부 내 손을 거친 결과로 쌓입니다.

조작이 단순하고 한 번에 짧게 끊어 즐기기 좋아서 휴대용과 궁합이 특히 좋습니다. 잠깐 켜서 물만 주고 끄더라도 목장은 그만큼 자라 있습니다. 이 조용한 중독성이 이후 수많은 농장 게임의 원형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