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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 아카데미

몽키 아카데미 (Monkey Academy) · 1984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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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 척하는 산수 문제집

부모가 컴퓨터를 사 주면서 붙이는 조건은 대개 비슷했습니다. 게임만 하지 말고 공부에도 쓰라는 것입니다. 1980년대 중반 게임 회사들은 그 틈을 노렸습니다. 학습용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놓으면 부모가 사 주기 쉬워지고, 아이 입장에서는 어쨌든 게임 카트리지가 하나 늘어나는 셈이었습니다.

코나미가 낸 이 작품이 딱 그런 물건입니다. 화면만 보면 원숭이가 발판을 오르내리는 흔한 액션 게임인데, 실제로 요구하는 것은 산수 계산입니다. 게임 회사가 학습이라는 명분을 어떻게 다뤘는지 보여 주는 사례로 지금 봐도 흥미롭습니다.

몽키 아카데미 기타 게임 화면 1 - MSX (1984)

어떤 게임인가

몽키 아카데미(Monkey Academy)는 화면 위쪽에 계산 문제가 뜨고, 그 빈칸에 들어갈 숫자를 찾아 가져오는 게임입니다. 예를 들어 두 수를 더한 값이 얼마라는 식이 나오는데 한 자리가 비어 있고, 그 자리에 맞는 숫자를 찾아야 합니다.

찾는 방법이 이 게임의 개성입니다. 화면에는 발판이 층층이 있고, 그 위에 말려 올라간 두루마리가 매달려 있습니다. 원숭이를 움직여 그 아래에서 뛰어올라 두루마리를 잡아당기면 숨어 있던 숫자가 드러납니다. 그중 답에 해당하는 숫자를 골라 위쪽으로 올려 보내면 정답 처리가 됩니다.

틀리면 벌점이 붙습니다. 정해진 횟수만큼 틀리면 그대로 끝나므로, 아무거나 찍고 보는 방식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시작할 때 덧셈, 뺄셈, 나눗셈 가운데 어떤 계산을 풀지 고를 수 있어서 수준에 맞춰 즐길 수 있습니다.

몽키 아카데미 기타 게임 화면 2 - MSX (1984)

하다 보면 부딪히는 것

이 게임의 난이도는 계산 자체보다 다른 데서 옵니다. 첫째는 시간입니다. 느긋하게 두루마리를 하나씩 열어 보고 있으면 시간이 모자랍니다. 이미 열어 본 자리를 기억해 두고 같은 곳을 두 번 열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둘째는 방해꾼입니다. 화면 안을 돌아다니는 적이 있어서 계산에 집중하다 보면 부딪힙니다. 발판 사이를 이동할 때는 적의 위치를 먼저 확인하고, 안전한 구간에서만 두루마리를 여는 식으로 리듬을 나눠야 합니다.

셋째는 답을 알고도 못 가져오는 상황입니다. 필요한 숫자가 반대편 끝에 있으면 그리로 가는 동안 시간과 안전을 다 써야 합니다. 그래서 실제 요령은 계산을 빨리 하는 것보다, 열어 본 숫자들의 위치를 머릿속 지도로 갖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 문제를 풀다 보면 앞에서 봐 둔 숫자가 다음 문제의 답이 되는 경우가 생기고, 그때 곧장 가져올 수 있으면 크게 이득입니다.

학습용 게임이라는 갈래

코나미는 이 시기에 학습을 내세운 소프트웨어를 몇 편 묶어 냈습니다. 산수, 글자, 음악처럼 주제를 나눠 어린 사용자를 겨냥한 줄기였고, 이 작품은 그중 산수를 맡은 쪽입니다.

학습용 소프트웨어의 함정은 대개 게임이 재미없어진다는 것입니다. 문제를 내고 답을 받는 화면만 있으면 아이가 금방 질립니다. 이 작품이 그럭저럭 굴러가는 이유는 계산을 푸는 행위를 뛰어오르고 매달리는 동작에 묶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손으로 하는 일이 있어야 게임이 되고, 그 손놀림 속에 계산이 끼어 있으니 문제집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물론 본격적인 액션 게임을 기대하고 잡으면 심심하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한국의 MSX 시절과 겹칩니다

이 게임이 나온 배경은 한국의 사정과도 겹칩니다. 1980년대 중후반 국내에도 MSX가 컴퓨터 학원과 문방구를 통해 퍼졌고, 부모들이 아이 컴퓨터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사 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이는 게임기로 여기고 부모는 학습기로 여기던 그 어긋남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학습용 카트리지는 국내에서도 나름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게임을 사 달라고 하면 안 되지만 공부하는 것이라고 하면 통했기 때문입니다. 코나미는 국내 MSX 사용자에게 이름값이 가장 높은 회사이기도 했습니다. 그 회사의 로고를 달고 나온 카트리지라면 일단 믿고 집어 들던 시절이었고, 이 작품 역시 그 이름 덕에 여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