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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런스 파이트

바이올런스 파이트 (Violence Fight World) · 1989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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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파이터 2보다 먼저 나온 대전 격투

지금은 1대1 대전 격투라고 하면 파동권과 승룡권부터 떠올리지만, 그 공식이 자리 잡기 전에도 사람들은 화면 양쪽에 두 사람을 세워 놓고 싸움을 붙였습니다. 이 게임은 그런 초기의 시도 가운데 하나입니다. 필살기 커맨드도, 정교한 가드도 없습니다. 대신 술집 바닥에 굴러다니는 의자와 드럼통이 있고, 그것을 먼저 집어 든 쪽이 유리해집니다. 격투 게임이라기보다 진짜 싸움판에 가까운 그림입니다.

바이올런스 파이트(Violence Fight)는 타이토가 1989년에 내놓은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도시를 옮겨 다니며 그 지역에서 제일 강한 싸움꾼과 맞붙어 최고를 가립니다. 한 경기는 여러 라운드로 나뉘고, 먼저 정해진 라운드를 따내는 쪽이 이깁니다. 혼자서 상대를 차례로 넘어가는 방식과, 두 사람이 붙는 대전 모두 가능합니다.

바이올런스 파이트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싸우는 방식

조작은 레버와 버튼 몇 개로 끝납니다. 주먹과 발차기가 있고, 붙으면 잡아서 던질 수 있습니다. 커맨드를 외워야 나오는 기술이 없으니 처음 잡은 사람도 바로 싸울 수 있고, 대신 거리 재기와 선후 판단이 승부를 가릅니다. 상대가 들어오는 순간에 맞춰 먼저 내미는 것, 헛친 뒤의 빈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기입니다.

무대에 놓인 물건이 큰 변수입니다. 상자나 통을 집어 던질 수 있고, 맞으면 큰 피해를 줍니다. 그래서 경기가 시작되면 상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물건이 있는 쪽으로 상대를 몰아가면서 자기가 먼저 집는 자리 싸움이 자연스럽게 벌어집니다.

무대 끝도 신경 써야 합니다. 구석에 몰리면 물러날 곳이 없어 연속으로 얻어맞기 쉽습니다. 반대로 상대를 구석으로 밀어 넣으면 한 번에 승부를 낼 수 있어, 밀고 밀리는 자리 다툼이 경기 내내 이어집니다.

바이올런스 파이트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9)

상대들과 무대

도시를 옮길 때마다 무대와 상대가 함께 바뀝니다. 술집, 공장, 창고처럼 배경이 확실히 다르고 놓인 물건도 다릅니다. 상대도 체격과 싸움 방식이 제각각이라, 앞 상대에게 통하던 방법이 다음 상대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덩치가 큰 상대는 잡히면 손해가 크므로 붙지 않고 발차기로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 낫고, 빠른 상대는 거리를 두면 계속 흔들리기 때문에 오히려 먼저 파고들어야 합니다. 이 판단을 상대마다 새로 세우는 것이 이 게임을 끝까지 가는 요령입니다.

라운드 사이에 회복되는 양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앞 라운드를 얼마나 깨끗하게 이겼는지가 다음 라운드까지 이어집니다. 한 라운드를 겨우 따내고 체력이 바닥나면, 다음 라운드에서 한두 대만 맞아도 무너집니다. 그래서 이기는 것만큼이나 덜 맞고 이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이올런스 파이트 대전격투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9)

초기 대전 격투의 맛

같은 시기의 다른 격투 게임과 견주면 이 게임은 기술보다 상황을 강조합니다. 화려한 필살기 대신 주변 물건과 지형이 승부를 바꾸고, 그래서 매 판이 조금씩 다르게 흘러갑니다. 커맨드가 없다는 점은 깊이가 얕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곧바로 붙을 수 있다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몇 년 뒤 스트리트 파이터 2가 나오면서 대전 격투는 커맨드와 콤보 중심으로 완전히 정리됩니다. 그 흐름에 가려 이런 게임들은 금방 잊혔지만, 지금 다시 해 보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서로 물건을 던지고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난투는 요즘 격투 게임에서 잘 볼 수 없는 그림입니다.

오락실에서 만났던 기억

타이토의 1989년 게임답게 인물 그림이 큼직하고 동작이 과장되어 있어, 지나가다 화면만 봐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게임은 대회용으로 오래 자리를 지키기보다, 친구와 한두 판 붙어 보는 자리에서 힘을 발휘했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욕심을 줄이라는 것입니다. 계속 때리려 들면 반격을 맞기 쉽고, 물건을 집으려다 오히려 얻어맞는 일도 잦습니다. 한 대 치고 물러나 거리를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승률이 눈에 띄게 올라갑니다.

무대에 놓인 물건의 위치를 외워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어느 무대에 무엇이 어디쯤 놓여 있는지 알면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유리한 자리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물건을 집으러 가는 동선을 예측해 미리 기다리는 식의 수 싸움도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