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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터리 파이터

솔리터리 파이터 (Solitary Fighter World) · 1991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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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 게임인데 상대편 옆에 칼 든 여자가 서 있습니다. 이쪽이 몰아붙이면 끼어들어 훼방을 놓고, 링 주변에 놓인 상자는 집어서 던질 수 있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II가 판을 뒤집어 놓은 직후에 나온 게임이면서도, 이 게임은 그 문법을 따라가는 대신 뒷골목 싸움판의 지저분함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놓는 쪽을 골랐습니다.

솔리터리 파이터(Solitary Fighter)는 여섯 명 중 한 명을 골라 일대일로 붙는 격투 게임입니다. 버튼은 펀치, 킥, 점프 세 개로, 점프가 레버 위가 아니라 버튼에 배정되어 있다는 점부터 요즘 감각과 다릅니다. 1989년작 바이올런스 파이트의 뒤를 잇는 작품이고, 타이토 F2 기판에서 돌아갑니다. 정통 무술 대결이 아니라 거리 싸움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이 시리즈의 성격입니다.

솔리터리 파이터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점프가 버튼이라는 것

레버 위로 미는 대신 버튼을 눌러 뛰는 방식은 처음에 확실히 어색합니다. 대신 레버 위쪽이 비니까, 위 방향이 다른 동작에 쓰이고 이동과 도약이 분리됩니다. 익숙해지면 앞으로 걸으면서 뛰는 타이밍을 따로 잡을 수 있어서, 레버 점프보다 오히려 의도한 자리에 정확히 뛰기 쉽습니다.

문제는 그 어색함을 넘기기 전에 대부분 몇 판을 날린다는 점입니다. 급할 때 손이 자동으로 레버 위로 가고, 캐릭터는 뛰지 않고 그대로 맞습니다. 이 게임을 처음 잡은 사람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벽이 조작계 자체입니다. 세 버튼이 각각 무엇인지 몸에 붙기 전까지는 실력 이야기를 하기 어렵습니다.

솔리터리 파이터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링 위의 물건과 훼방꾼

무대에 놓인 상자 같은 물건은 집어서 상대에게 던질 수 있습니다. 데미지 자체보다도 상대의 접근을 한 박자 끊는 용도로 유용합니다. 다만 집는 동안 무방비가 되기 때문에, 거리가 벌어진 순간에만 손대는 것이 안전합니다. 가까이서 욕심내다 그대로 얻어맞는 그림이 자주 나옵니다.

상대를 돕는 여성 캐릭터가 끼어드는 연출은 이 게임의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입니다. 격투 게임에서 일대일의 공정함을 깨는 장치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뒷골목 싸움이라는 컨셉으로 보면 앞뒤가 맞습니다. 이쪽이 유리해질 때 방해가 들어오는 구조라, 몰아붙일 때도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바이올런스 파이트에서 무엇이 달라졌나

전작인 바이올런스 파이트는 1989년작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II 이전에 나온 대전격투입니다. 그 시절 격투 게임이 아직 형식을 찾지 못하고 있던 시기의 작품이라 조작도 진행도 거칠었습니다. 솔리터리 파이터는 2년 뒤에 나오면서 캐릭터 수와 무대 연출을 늘리고 움직임을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 게임이 나온 1991년은 하필 스트리트 파이터 II가 오락실을 통째로 바꿔 놓은 해입니다. 여섯 버튼과 커맨드 필살기라는 새 기준이 순식간에 자리 잡았고, 세 버튼에 점프 버튼을 쓰는 이 게임은 나오자마자 구식으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게임 자체의 완성도와 별개로, 타이밍이 나빴던 작품입니다.

지금 붙어 보면

CPU전은 초반에는 여유롭다가 중반부터 반응이 빨라집니다. 정면에서 버튼을 섞어 누르는 방식으로는 잘 통하지 않고, 상대가 기술을 내민 뒤의 빈틈을 노리는 편이 확실합니다. 킥의 사거리가 펀치보다 길기 때문에, 어중간한 거리에서는 킥으로 견제하다 상대가 들어오는 순간 펀치로 정리하는 리듬이 잘 맞습니다.

체력이 깎이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한 번 흐름을 내주면 순식간에 라운드가 끝납니다. 반대로 이쪽이 잡으면 그만큼 빨리 끝나니까, 라운드 초반의 첫 교전이 사실상 승부를 가릅니다. 신중하게 거리를 벌리고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면 승률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타이토는 이 시기 여러 장르를 폭넓게 시도하던 회사였고, 격투 장르에서는 끝내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솔리터리 파이터는 그 시도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게임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도 널리 깔린 축은 아니라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스트리트 파이터 II 직전 격투 게임들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확인해 보기에는 좋은 표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