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더 빌더 픽스 잇 펀
밥 더 빌더 픽스 잇 펀 (Bob the Builder Fix It Fun Europe En Fr de Es Nl) · 2001 · THQ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노란 안전모를 쓴 아저씨가 고장 난 것을 고치러 다니고, 말하는 중장비들이 그를 돕는 애니메이션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아침 시간대에 방영되어 아이들에게 꽤 알려졌던 작품입니다. 이 게임은 그 이야기를 손바닥만 한 기기 안으로 옮겨 놓은 물건입니다. 어른이 켜면 십 분 만에 다 보고 끄겠지만, 이 게임이 상대하려던 사람은 처음부터 어른이 아니었습니다.
이 게임은 여러 개의 짧은 놀이가 묶여 있는 어린이용 게임입니다. 원제는 밥 더 빌더 픽스 잇 펀(Bob the Builder: Fix It Fun!)이고, 원작에 나오는 일감을 하나씩 맡아 처리하는 형태로 짜여 있습니다. 각 놀이는 길어야 몇 분이고, 실패해도 크게 벌을 주지 않습니다.
어린이용 게임의 설계
이런 게임을 어른 기준으로 보면 할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아주 어린 아이에게는 이 정도가 딱 맞습니다. 버튼을 두 개만 쓰고, 설명이 그림으로 나오고, 한 번에 신경 쓸 것이 하나뿐입니다.
실패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잘못했을 때 화면이 꾸짖는 대신 다시 해 보라고 말해 줍니다. 아직 좌절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를 겨냥한 설계입니다.
놀이 사이사이에 원작 캐릭터들이 나와 말을 겁니다.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속에 들어가 심부름을 하는 기분이 들도록 짜여 있습니다. 원작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그 자체가 보상입니다.
어떤 놀이들이 들어 있나
대체로 원작의 일감을 흉내 낸 것들입니다. 물건을 제자리에 옮기고, 알맞은 도구를 골라 쓰고, 정해진 모양을 맞추는 식입니다. 손끝의 정확함보다는 무엇을 골라야 하는지를 묻는 쪽에 가깝습니다.
간단한 짝 맞추기나 기억력 놀이도 섞여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게임 실력과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어서, 부모가 옆에서 같이 보기에도 무난합니다.
중장비들이 등장하는 놀이는 움직임이 조금 더 들어갑니다. 정해진 길을 따라 운전하거나 물건을 실어 나르는 식인데, 여기서 조작이 조금 어려워집니다. 어린아이가 가장 오래 붙잡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러 나라 말로
이 판본은 유럽 지역용이라 여러 나라 말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네덜란드어로 바꿔 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 어린이용 게임을 낼 때 흔히 쓰던 방식입니다.
글자가 많지 않고 그림 위주여서, 사실 어떤 말을 골라도 하는 데 지장은 없습니다. 다만 말을 바꿔 보면 같은 장면이 다른 언어로 나오는 걸 볼 수 있어, 그 자체가 소소한 구경거리입니다.
게임보이 컬러라는 그릇
이 시기 휴대용 기기는 어린이용 게임을 내기에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값이 싸고, 튼튼하고, 아이가 떨어뜨려도 잘 안 깨졌습니다. 그래서 방송에서 인기 있는 어린이 프로그램은 거의 예외 없이 이 기기용 게임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급하게 만들어져 내용이 얇았습니다. 이 작품도 분량으로는 넉넉하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원작의 색감과 캐릭터는 제한된 색 안에서도 알아볼 수 있게 잘 옮겨 놓았습니다.
지금 켜 본다면
게임을 좀 해 온 사람이라면 여기서 얻을 재미는 많지 않습니다. 난이도가 낮고 분량도 짧아서, 한 바퀴 돌아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도전할 거리를 찾는다면 맞는 물건이 아닙니다.
대신 이런 게임이 남긴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어릴 때 처음 잡아 본 게임기가 부모가 사 준 이런 물건이었던 사람이 많습니다. 게임을 잘하는 것과 상관없이 그냥 화면 속 캐릭터와 노는 것이 즐거웠던 시기가 있고, 이 게임은 정확히 그 시기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어린아이에게 처음 게임을 쥐여 줄 생각이라면 지금도 쓸 만합니다. 어려운 조작이 없고, 실패해도 상처받지 않고, 한 판이 짧아 적당히 끊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