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 버니와 태즈: 타임 버스터즈
벅스 버니와 태즈: 타임 버스터즈 (Bugs Bunny Taz Time Busters) · 2000 · Infogr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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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 버니와 태즈가 한 조로 움직입니다
루니 툰 캐릭터로 만든 게임은 수없이 나왔지만, 이 게임은 조합이 재미있습니다. 능글맞게 말로 상대를 놀리는 벅스 버니와, 회오리처럼 돌면서 눈에 보이는 것을 다 씹어 먹는 태즈메이니안 데블을 한 조로 묶었습니다. 성격도 능력도 정반대인 둘이 같은 임무를 맡게 되면서, 게임 안에서 계속 역할을 나눠 쓰게 됩니다.
이야기는 시간 여행입니다. 시간을 조작하는 장치가 망가지면서 두 캐릭터가 여러 시대로 흩어진 물건을 되찾으러 다닙니다. 그래서 스테이지 배경이 고대 이집트, 중세, 서부 등으로 확확 바뀝니다. 배경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적과 장치도 달라져서 지루할 틈이 적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벅스 버니와 태즈: 타임 버스터즈(Bugs Bunny & Taz: Time Busters)는 플레이스테이션용 3D 액션 게임입니다. 스테이지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발판을 건너고 적을 처치하고 수집품을 모으는, 그 시절 널리 퍼져 있던 3D 플랫포머 형식을 따릅니다.
핵심은 두 캐릭터를 오가며 쓰는 것입니다. 벅스 버니는 몸이 가볍고 도구를 다루는 데 능합니다. 태즈는 회전 공격으로 부수고 씹어 먹는 힘이 있습니다. 어떤 장애물은 벅스가 아니면 못 넘고, 어떤 벽은 태즈가 아니면 못 부숩니다. 그래서 길이 막히면 지금 조작하는 캐릭터를 바꿔 보는 것이 첫 번째 해법입니다.
스테이지를 도는 법
각 시대는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안에는 모아야 할 물건이 흩어져 있습니다. 정해진 만큼 모으면 다음 시대로 넘어가는 문이 열리는 구조라, 무작정 앞으로만 달리면 진행이 막힙니다. 구석과 높은 곳을 살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두 캐릭터가 함께 있어야 풀리는 장치도 여럿 있습니다. 한쪽이 스위치를 누르고 있는 동안 다른 쪽이 지나가야 하는 식입니다. 혼자 할 때는 캐릭터를 번갈아 조작하며 순서를 맞추게 되고, 두 사람이 하나씩 잡으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풀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게임의 성격이 확 갈립니다.
초보가 막히는 지점
3D 플랫포머에서 늘 그렇듯 거리 감각이 문제입니다. 화면상으로는 닿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발판이 더 멀어서 떨어지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럴 때는 무작정 뛰지 말고 카메라를 돌려 옆에서 보는 각도로 바꾼 뒤 거리를 다시 재는 것이 확실합니다.
또 하나는 캐릭터 전환을 잊는 것입니다. 한 캐릭터로 계속 진행하다 막히면 "여기는 못 가는 곳인가" 하고 되돌아가게 되는데, 실은 다른 캐릭터로 바꾸면 바로 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벽이 부술 수 있게 생겼으면 태즈를, 좁은 틈이나 도구가 필요해 보이면 벅스를 떠올리는 것이 기본 감각입니다.
같은 시기 다른 게임과의 차이
이 무렵 3D 플랫포머는 넘칠 만큼 많았습니다. 대부분은 주인공 하나가 넓은 세계를 돌며 수집품을 모으는 구성이었습니다. 이 게임이 그 틈에서 자기 자리를 잡은 부분이 두 캐릭터를 나눠 쓰는 구조입니다. 능력이 다른 둘을 상황에 맞게 갈아 끼우는 재미가 단순한 수집 노동을 조금 덜어 줍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시기 3D 플랫포머에서는 흔치 않았습니다. 대개는 혼자 하는 게임이었는데, 이 게임은 협력 구조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스테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어린 형제나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잡기에 적당한 물건이었습니다.
루니 툰 게임에서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원작의 우스꽝스러움이 살아 있느냐입니다. 이 게임은 그 부분을 신경 썼습니다. 태즈가 회전할 때 주변을 몽땅 빨아들이는 연출이나, 벅스가 당황할 때 나오는 표정 같은 것들이 만화에서 본 그대로 나옵니다. 목소리 연기도 들어가 있어 캐릭터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시대별 배경도 만화의 방식으로 다뤄집니다. 진지한 역사 고증 대신 만화적으로 과장된 이집트와 서부가 나오고, 그 안에서 캐릭터들이 원작에서 하던 짓을 그대로 합니다. 원작을 알고 보면 웃음이 나는 장면이 곳곳에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자리
한국에서 루니 툰은 텔레비전 만화로 익숙한 소재였습니다. 벅스 버니와 태즈를 아는 아이들이라면 게임 표지만 보고도 손이 갔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국내에 널리 퍼져 있던 시기라 접근성도 좋았습니다.
다만 대사와 안내가 우리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무엇을 모으라는 것인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래도 화면을 보면 할 일이 대체로 짐작되는 구성이라, 언어를 몰라도 뛰어다니며 물건을 모으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대작 사이에 묻힌 감이 있지만, 만화를 좋아하던 아이에게는 꽤 오래 붙잡고 있게 되는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