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 스콜피온
샌드 스콜피온 (Sand Scorpion) · 1992 · Face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사막을 무대로 삼은 슈팅
세로 슈팅의 배경은 대체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우주 아니면 미래 도시, 혹은 유기체처럼 생긴 이질적인 공간. 샌드 스콜피온은 그 관습에서 벗어나 사막과 지상 전장을 무대로 골랐습니다. 화면을 채우는 것은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전차와 장갑차, 헬기와 대공포입니다.
이 선택은 게임의 인상을 통째로 바꿉니다. 우주 슈팅이 화려한 탄막과 빛의 궤적으로 승부한다면, 이쪽은 지상을 기어다니는 무거운 쇳덩어리들이 만들어 내는 압박감으로 승부합니다. 폭발도 다릅니다. 파편이 튀고 잔해가 남는 쪽에 가깝습니다.
부제인 사소리는 일본어로 전갈을 뜻합니다. 제목과 부제가 같은 말을 두 언어로 반복하는 셈인데, 사막이라는 무대와 전갈이라는 이름이 맞물려 게임의 분위기를 한 번에 전달합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샌드 스콜피온(Sand Scorpion)은 화면이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세로 스크롤 슈팅입니다. 레버로 기체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쏘고, 위기 상황에는 폭탄으로 화면을 정리합니다. 목표는 단순합니다. 밀려오는 적을 처리하고 스테이지 끝의 보스를 넘기는 것입니다.
이 장르가 요구하는 것은 반사신경만이 아닙니다. 어디에 서 있어야 안전한지를 아는 위치 감각이 훨씬 중요합니다. 화면 아래쪽에 붙어 있으면 반응할 시간은 벌지만 적을 늦게 잡게 되고, 위로 올라가면 화력은 빨리 닿지만 갑자기 나타나는 적에 대응할 여유가 사라집니다. 이 사이를 오가는 것이 슈팅의 기본기입니다.
파워업 아이템을 모으면 화력이 올라갑니다. 슈팅에서 화력은 곧 안전입니다. 적을 빨리 지우면 그만큼 탄이 덜 날아오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한 번 죽어서 화력이 초기화되면 같은 구간이 훨씬 어려워지는데, 이것이 이 장르 특유의 악순환입니다.
지상 표적과 공중 표적
지상을 무대로 삼은 슈팅에는 우주 슈팅에 없는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땅에 붙어 있는 표적과 하늘을 나는 표적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전차와 포대는 땅에 있고 헬기와 전투기는 공중에 있으며, 각각을 상대하는 법이 다릅니다.
지상 표적은 대체로 움직임이 느리지만 튼튼하고, 자리를 잡고 정확한 탄을 쏩니다. 지나가는 길목에 미리 화력을 부어 두는 것이 정석입니다. 공중 표적은 반대로 잘 죽지만 빠르고 예측하기 어려운 궤적으로 날아듭니다. 이쪽은 오는 방향을 보고 피하면서 처리해야 합니다.
초보자가 가장 많이 죽는 지점도 여기서 나옵니다. 지상 표적을 처리하느라 한 자리에 머물다가, 옆에서 들어온 공중 적의 탄에 맞는 경우입니다. 화면에 표적이 여럿일 때는 다 잡으려 하지 말고, 지금 나를 죽일 수 있는 것부터 처리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편이 낫습니다.
보스전과 폭탄 쓰는 법
스테이지 끝에는 큰 병기가 기다립니다. 이 시절 세로 슈팅 보스는 대체로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체력이 깎이면 공격 패턴이 바뀌고, 부위가 파괴되면서 형태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처음 만나면 당황스럽지만, 두세 번 보면 순서가 보입니다.
폭탄은 여기서 진가를 발휘합니다. 초보자는 폭탄을 아끼다 그대로 죽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가장 손해 보는 선택입니다. 남은 폭탄은 죽는 순간 아무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위험하다 싶으면 먼저 쓰고, 특히 보스의 마지막 발악 구간에서는 망설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난이도가 튀는 지점은 대체로 중반 이후입니다. 적의 수가 늘어나기보다, 탄의 속도가 빨라지고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는 화면 전체를 보려 하지 말고, 자기 기체 주변만 집중해서 보는 것이 오히려 유리합니다.
그 시절 슈팅 시장 속의 자리
1992년은 세로 슈팅이 가장 붐비던 시기였습니다. 도아플랜의 작품들이 기준을 세워 놓았고, 이후 탄막이라 불리게 될 흐름이 막 시작되던 무렵입니다. 이 틈바구니에서 중소 개발사가 슈팅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샌드 스콜피온은 카네코가 만든 기판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 시절에는 기판을 직접 설계할 여력이 없는 회사가 다른 회사의 하드웨어를 빌려 쓰는 일이 흔했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회사와 기판을 만드는 회사가 다른 구조가 오히려 자연스러웠던 시기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크게 눈에 띄는 자리를 차지하지는 못했습니다. 같은 시기 훨씬 유명한 슈팅들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슈팅을 좋아하던 사람에게는 다른 게임과 확실히 구별되는 무거운 손맛이 남아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