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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 게임

재키 찬 더 쿵푸 마스터 (Jackie Chan the Kung Fu Master) · 1995 · Kane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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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룡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실사 격투 게임

캐릭터가 그림이 아니라 사진입니다. 실제 배우를 촬영해 디지털화한 스프라이트가 화면에서 주먹을 뻗고 발을 찹니다. 게다가 그 배우가 성룡입니다. 성룡 본인이 제작에 참여했고, 그의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른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90년대 중반 오락실에서 실사 캐릭터 격투 게임이라면 대개 모탈 컴뱃을 떠올리던 시절에, 홍콩 액션 영화의 얼굴이 그대로 기판에 들어앉은 셈입니다.

재키 찬 더 쿵푸 마스터(Jackie Chan the Kung-Fu Master)는 1995년 카네코가 내놓은 2D 대전 격투 게임입니다. 여섯 명의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상대를 차례로 꺾어 나가는 구성이며, 일정 수의 상대를 쓰러뜨리고 나면 세 가지 버전의 성룡 중 하나가 다음 상대로 등장합니다. 조작은 8방향 레버와 공격 버튼들로 이루어진 당시 격투 게임의 표준 구성을 따릅니다.

성룡 게임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5)

성룡이 보스로 나온다는 구조

이 게임의 가장 독특한 점은 성룡의 위치입니다. 플레이어가 고르는 캐릭터는 대부분 그의 영화에 나온 조연과 상대역들이고, 성룡 자신은 세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 보스 자리를 지킵니다. 각 버전은 그의 여러 영화 이미지를 반영해 복장과 기술이 다르게 잡혀 있습니다. 두 명을 꺾을 때마다 셋 중 하나가 나오는 구조라, 한 판을 끝내려면 결국 성룡을 여러 번 상대해야 합니다.

이 설계는 게임의 성격을 뚜렷하게 만듭니다. 캐릭터 상성으로 싸우는 게임이라기보다, 계속 등장하는 성룡을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중심이 되는 게임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자기 캐릭터의 기술을 익히기도 전에 보스를 만나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조금 더 빠른 템포로 다듬고 세 가지 버전의 성룡을 직접 고를 수 있게 한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원판에서 답답했던 부분이 정리된 쪽이라, 두 버전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성룡 게임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5)

실사 스프라이트가 만드는 손맛

디지털화된 배우 스프라이트는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격투 게임의 조작감 측면에서는 까다로운 재료입니다. 촬영한 동작을 프레임으로 잘라 쓰다 보니 기술의 시작 동작과 마무리 동작이 길어지기 쉽고, 그만큼 반응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이 게임도 그런 특성이 있습니다. 손으로 그린 캐릭터의 격투 게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처음에 입력이 늦게 나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요령은 이 무거움을 전제로 두고 싸우는 것입니다. 잔기술을 촘촘히 넣어 압박하는 방식보다, 상대가 큰 기술을 내미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그 경직에 확실한 한 방을 넣는 쪽이 훨씬 잘 맞습니다. 거리 관리도 중요합니다. 어중간한 거리에서 서로 기술을 내밀면 발동이 긴 쪽이 손해를 보므로, 아예 붙거나 아예 떨어져 있는 편이 안전합니다.

가드 후 반격의 감각을 익히면 보스전이 눈에 띄게 편해집니다. 성룡 버전들은 화려한 연속 공격을 들고 있는데, 그 연속이 끝난 직후가 가장 큰 반격 기회입니다.

카네코와 골든 하베스트의 거래

이 게임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홍콩의 영화사 골든 하베스트가 성룡 주연 영화 썬더볼트를 일본에서 촬영하기로 하면서 자금이 필요했고, 여기에 카네코가 자금을 대는 대신 성룡을 소재로 한 격투 게임을 만들 권리를 얻었다는 것입니다. 게임과 영화 사업이 이런 식으로 맞물린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카네코는 갤스 패닉 시리즈로 오락실에서 이름이 알려진 회사이고, 슈팅과 액션 쪽에서도 여러 기판을 내던 중견 제작사입니다. 대형 제작사만큼의 개발 규모는 아니었지만, 실사 촬영 소재와 라이선스를 확보해 화제성으로 승부를 보려 한 시도가 이 게임입니다. 모탈 컴뱃이 실사 스프라이트와 잔혹 연출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직후였던 만큼, 그 흐름 위에 홍콩 액션이라는 다른 소재를 얹어 본 셈입니다.

폭력 표현 수위를 설정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 둔 점도 그 시절 실사 격투 게임의 공통된 장치였습니다.

한국 오락실에서의 반응

성룡이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 컸습니다. 90년대 한국에서 성룡은 설 연휴 텔레비전 특선영화의 단골이었고, 그의 액션을 흉내 내 본 적 없는 아이가 드물었습니다. 그런 얼굴이 오락실 화면에서 움직이니, 격투 게임에 별 관심 없던 사람도 한 번은 앉아 보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다만 오래 붙잡아 두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 오락실에는 스트리트 파이터 계열과 킹 오브 파이터즈 계열이 자리를 굳히고 있었고, 대전 격투를 진지하게 파는 사람들은 조작감이 더 정교한 쪽으로 몰렸습니다. 결국 이 게임은 화제성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고 그 신기함으로 기억되는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실사 스프라이트 특유의 질감과 성룡 영화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그 시절의 공기를 확인해 보기에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