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라이더
슈퍼 라이더 (Super Rider) · 1983 · Taito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게임을 시작하는 이유가 세계 정복이나 지구 방위가 아니라 여자친구 선물을 사러 가는 것인 게임이 있습니다. 슈퍼 라이더의 주인공은 오토바이를 타고 험한 길을 달려 나가 선물을 사고, 그것을 들고 다시 그 길을 되돌아옵니다. 갈 때 60초, 돌아올 때는 남은 시간에 30초를 더 얹어 줍니다. 목숨을 걸고 왕복하는 이유가 그것뿐이라는 점이 이 게임을 오래 기억하게 만듭니다.
슈퍼 라이더(Super Rider)는 타이토가 1983년에 내놓은 오토바이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이 옆으로 흐르고, 플레이어는 오토바이를 몰며 길 위의 장애물을 뛰어넘습니다. 조작은 좌우 두 방향 레버와 점프 버튼 하나뿐입니다. 이 시절 게임답게 규칙이 극단적으로 단순한데, 그래서 오히려 실수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뛰어넘느냐 못 넘느냐, 그것뿐입니다
길에는 깡통, 통나무, 경찰차, 그리고 도로가 아예 끊긴 구멍이 나옵니다. 대응은 하나입니다. 알맞은 순간에 점프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순간이 장애물마다 다르다는 데 있습니다.
작은 물체는 판정이 좁아 늦게 뛰어도 넘어가지만, 도로가 끊긴 구멍은 폭이 넓어 훨씬 일찍 뛰어야 합니다. 여기서 초보자가 가장 많이 죽습니다. 눈으로 구멍을 확인한 다음에 버튼을 누르면 이미 늦습니다. 화면 오른쪽 끝에 장애물이 나타나는 순간을 기준으로 삼고, 화면 중앙에 오기 조금 전에 누르는 감각을 몸에 익혀야 합니다.
속도도 변수입니다. 빠르게 달리면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그만큼 반응할 여유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속도를 낮추면 넘어야 할 구멍을 못 넘고 빠지는 일이 생깁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실력은 결국 언제 속도를 올리고 언제 내리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장애물이 드문 구간에서 미리 시간을 벌어 두고, 빽빽한 구간에서는 여유를 두고 통과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왕복이라는 구조
이 게임의 가장 특이한 점은 목적지에 도착한다고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물을 사면 다시 같은 길을 되돌아와야 합니다. 그것도 남은 시간에 30초만 더해 준 상태로 말입니다.
그래서 전반전을 얼마나 빠르게 통과했느냐가 후반전의 여유를 결정합니다. 시간을 많이 남겨 두면 돌아오는 길에서 조금 신중하게 갈 수 있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면 돌아오는 길 내내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짧은 게임인데도 앞부분의 판단이 뒷부분에 그대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구조가 생각보다 짜임새 있습니다.
왕복을 마치면 돈주머니가 잔뜩 놓인 보너스 코스가 기다립니다. 여기서는 장애물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얼마나 많이 주워 담느냐로 점수가 갈립니다. 오락실 게임에서 보너스 스테이지는 잠시 숨을 돌리며 점수를 챙기라고 만든 장치인데, 이 게임에서도 그 역할을 그대로 합니다.
83년이라는 시점
1983년의 아케이드는 아직 화면에 그림을 많이 올릴 수 없던 때입니다. 이 게임의 배경이 큼직한 사각형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지금 보면 투박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길과 장애물이 배경에 묻히지 않고 또렷하게 구분됩니다. 표현이 제한적인 만큼 게임에 필요한 정보만 화면에 남긴 셈입니다.
타이토는 이 시기 테이블형 기계에 들어가는 짧은 게임을 대단히 많이 만들었습니다. 슈퍼 라이더도 그중 하나로, 일본에서 출시 직후 신규 테이블형 기계 중 다섯 번째로 좋은 성적을 낸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크게 이름을 남긴 대작은 아니지만, 그 시절 오락실에서 실제로 돈을 벌어 준 부류의 게임이었다는 뜻입니다.
미국에는 다른 회사 이름으로 유통되었습니다. 이 시절에는 일본 기판을 현지 회사가 라이선스로 받아 자기 이름으로 파는 일이 흔했고, 그래서 같은 게임인데도 자료마다 제작사 표기가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판이 짧은 게임의 미덕
지금 기준으로 보면 슈퍼 라이더는 대단히 짧고 단순한 게임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오락실 게임으로서는 강점이었습니다. 동전 하나를 넣고 앉아 1분 남짓 집중하고, 죽으면 곧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실패의 원인이 명확해서 다음 판에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바로 알게 되고, 그 때문에 한 판만 더 하게 됩니다.
80년대 초반 오락실 게임은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사람을 붙잡았습니다. 이야기나 스테이지 볼거리로 끌고 가는 대신, 단순한 규칙을 얼마나 정확히 수행하느냐로 승부를 봤습니다. 슈퍼 라이더는 그 방식의 전형이면서, 여자친구 선물이라는 소소한 동기를 얹어 최소한의 이야기까지 붙여 둔 게임입니다.
국내에서는 문방구 앞이나 동네 오락실에 놓인 테이블형 기계로 이런 초창기 게임을 접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임 이름을 알고 하는 사람은 드물었고, 그냥 오토바이 게임이라고 부르며 앉았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그 시절 몸에 밴 점프 타이밍이 의외로 금방 돌아온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