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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파이터

스트라이크 파이터 (Strike Fighter World) · 1991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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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오락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는 늘 세가의 체감형 기계가 놓여 있었습니다. 좌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으면 기체가 움직이는 대로 몸이 기울어지는 그 물건들 말입니다. 스트라이크 파이터는 그 계보의 끝자락에서 나온 전투기 슈팅으로, 애프터버너가 열어 놓은 길 위에 서 있는 게임입니다.

스트라이크 파이터(Strike Fighter)는 세가가 1991년에 내놓은 아케이드 공중전 슈팅입니다. 화면 안쪽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전투기를 조종하면서 기관포와 유도 미사일로 적기를 떨어뜨리는, 이른바 3인칭 뒤쪽 시점의 고속 슈팅입니다. 조종간을 기울여 기체를 좌우로 옮기고, 사격과 미사일 발사를 나눠 쓰는 단순한 조작이 전부입니다.

스트라이크 파이터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한 판은 이륙 혹은 진입 장면에서 시작해, 정해진 공역을 통과하면서 마주치는 적기와 지상 목표를 처리하는 흐름으로 진행됩니다. 화면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것은 위치 조절과 사격, 그리고 회피 기동입니다. 코스를 자유롭게 고르는 비행 시뮬레이션과 달리 진행 방향이 정해져 있어, 사실은 앞으로 달리는 슈팅 게임에 비행기 옷을 입힌 쪽에 가깝습니다.

핵심 무기는 두 가지입니다. 기관포는 무한에 가깝게 쏠 수 있지만 정확히 조준해야 맞고, 미사일은 조준선에 적을 걸어 두면 알아서 따라가지만 수량이 제한됩니다. 그래서 적기가 무리로 나올 때 미사일을 아껴 두었다가 한꺼번에 처리하는 판단이 점수와 생존을 가릅니다.

회피 기동도 게임의 절반입니다. 적기가 쏘는 미사일은 그냥 좌우로 움직이는 정도로는 떨쳐지지 않고, 급기동으로 방향을 크게 틀어야 벗어납니다. 이 감각을 익히기 전에는 뒤에서 날아오는 경고음만 듣다가 격추당하기 일쑤입니다.

스트라이크 파이터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91)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수는 화면 가운데에 머무는 것입니다. 앞이 잘 보이니 안전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적의 사격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화면 한쪽에 치우쳐 있다가 필요할 때만 가운데를 지나가는 식이 오래 버팁니다.

두 번째는 조준에 욕심을 내는 것입니다. 눈앞의 적기 하나를 확실히 잡겠다고 조준선을 붙잡고 있으면, 그동안 다른 방향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보지 못합니다. 이런 게임에서는 한 대를 놓치더라도 전체 상황을 보는 쪽이 결과가 좋습니다.

세 번째는 미사일 관리입니다. 초반부터 미사일을 다 써 버리면, 정작 여러 대가 몰려나오는 후반 구간에서 기관포만으로 버텨야 합니다. 한 화면에 적기가 두세 대 이상 나올 때를 대비해 몇 발은 남겨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스트라이크 파이터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91)

세가의 체감형 계보

세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좌석이 움직이는 대형 기계를 연달아 내놓았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는 행온, 자동차를 모는 아웃런, 그리고 전투기를 조종하는 애프터버너로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이 기계들은 스프라이트를 크게 확대하고 축소하는 기술을 앞세워, 폴리곤 없이도 압도적인 속도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스트라이크 파이터는 그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든 시점의 작품입니다. 화면을 채우는 오브젝트가 많아지고 스케일링이 더 매끄러워졌으며, 지상 지형과 공중 목표를 오가는 연출도 다듬어졌습니다. 다만 이 무렵부터 업계의 관심은 폴리곤을 쓰는 진짜 3D로 옮겨 가고 있었습니다. 세가 자신도 곧 버추어 레이싱과 버추어 파이터로 세대를 바꾸게 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스프라이트 스케일링 방식으로 만들어진 공중전 슈팅의 마지막 세대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기술적으로는 정점에 가까웠지만, 시대가 그 기술을 지나가고 있던 시기의 작품입니다.

한국 오락실에서

체감형 대형 기계는 국내 오락실에서 늘 특별 대접을 받았습니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값이 비싸다 보니 아무 가게에나 놓이지 않았고, 요금도 일반 기계보다 비싼 경우가 흔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기계는 주말에 큰 오락실에 갔을 때 한 판 하는, 조금은 사치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앉는 자리가 움직이지 않는 소형 캐비닛 형태로 들어온 경우도 많았습니다. 같은 게임이라도 좌석이 움직이는지 아닌지에 따라 체감이 완전히 달라져서, 진동 좌석이 있는 기계를 만나면 그것만으로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지금 다시 해 볼 때

지금 화면만 놓고 보면 폴리곤 이전 시대 특유의 거친 확대 축소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실제로 조작해 보면, 이 방식이 왜 그토록 오래 사랑받았는지 금방 알게 됩니다. 프레임이 끊기지 않고 물체가 커지며 다가오는 그 속도감은 초기 폴리곤 게임보다 오히려 매끄럽습니다.

한 판이 길지 않고 규칙도 단순해서, 처음 잡아도 몇 분 안에 흐름을 익힐 수 있습니다.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기대하기보다는, 빠르게 날면서 눈앞의 것을 떨어뜨리는 감각 그 자체를 즐기는 게임으로 접근하는 편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