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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인베이더 슈퍼패미컴판

스페이스 인베이더 (Space Invaders the Original Game Europe) · 1997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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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위쪽에 외계인들이 줄지어 서 있고, 아래에서 포대 하나가 좌우로 움직이며 위로 쏩니다. 이보다 단순한 규칙을 가진 게임을 찾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화면이 1978년에 처음 나왔을 때 오락실이라는 공간 자체를 만들어냈고, 십수 년이 지난 슈퍼패미컴 시절까지도 여전히 팔릴 만한 물건이었다는 사실이 이 게임의 위치를 말해줍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s the Original Game)는 화면 위쪽에서 좌우로 이동하며 조금씩 내려오는 외계인 무리를 아래쪽 포대로 쏘아 없애는 슈팅 게임입니다. 이 슈퍼패미컴판은 원작을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담아낸 이식으로, 옛 모습 그대로의 화면과 손을 본 화면을 함께 넣었습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슈퍼패미컴판 슈팅 게임 화면 1 - 슈퍼 패미컴 (1997)

규칙은 하나뿐

플레이어가 하는 일은 좌우 이동과 발사, 둘뿐입니다. 외계인은 가로로 이동하다 벽에 닿으면 한 줄 내려오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아래로 다가옵니다. 전부 없애면 다음 판이고, 바닥까지 내려오면 끝입니다.

포대 앞에는 방패 역할을 하는 엄폐물이 몇 개 서 있습니다. 적의 탄을 막아주지만 맞을수록 깎여 나가고, 내 총알도 똑같이 갉아먹습니다. 그래서 엄폐물 뒤에 숨어만 있으면 결국 방패가 없어지고, 아예 안 쓰면 탄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언제 뒤로 숨고 언제 나가서 쏠지를 정하는 것이 이 게임의 유일한 전략입니다.

가끔 화면 맨 위를 가로지르는 원반이 지나갑니다. 맞히면 점수가 크게 붙어서, 점수를 노린다면 아래 상황을 잠깐 포기하고서라도 쏠 가치가 있습니다. 반대로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라면 무시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슈퍼패미컴판 슈팅 게임 화면 2 - 슈퍼 패미컴 (1997)

빨라지는 이유

이 게임에서 가장 유명한 특징은 적이 줄어들수록 이동이 빨라진다는 점입니다. 원래는 화면에 그려야 할 것이 많으면 처리가 느려지고 적어지면 빨라지는 기기 사정에서 나온 현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후반으로 갈수록 압박이 커지는 훌륭한 난이도 곡선이 됐습니다. 의도하지 않았던 제약이 게임의 핵심이 된 사례로 늘 언급됩니다.

그래서 마지막 한두 마리가 가장 어렵습니다. 좌우로 쏜살같이 튀는 데다 한 번 놓치면 다음 기회까지 화면을 다 건너가야 해서, 조준을 미리 그 자리에 두고 기다리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따라가며 쏘려 하면 계속 뒤로 처집니다.

판이 넘어갈수록 외계인 무리는 처음부터 더 아래에서 시작합니다. 즉 여유 공간이 줄어들고, 실수를 만회할 시간도 짧아집니다. 후반 판에서는 한 줄만 놓쳐도 바로 바닥에 닿습니다.

이 이식판의 성격

원래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드와, 색과 그림을 다듬어 다시 그린 모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옛날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원본 쪽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손본 쪽을 고르게 되는데 규칙은 같습니다.

이 판에서 새로 붙은 큰 요소는 두 사람이 같이 하거나 서로 겨루는 방식입니다. 원작은 혼자 하거나 번갈아 하는 게 전부였는데, 여기서는 둘이 함께 화면을 나눠 쓰는 구성이 들어가면서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단순한 규칙이라 오히려 둘이 붙었을 때 승부가 확실합니다.

가정용 이식이라 동전이 필요 없다는 점도 큽니다. 오락실에서는 한 판에 돈이 들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움직였지만, 집에서는 실패해도 바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후반 패턴을 반복 연습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왜 아직도 하는가

지금 기준으로 보면 화면에 움직이는 것이 몇 개 없고, 색도 단조롭습니다. 그런데도 한 판을 시작하면 마지막 한 마리까지 손을 못 놓게 되는 이유는 규칙에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설명이 필요 없고, 실패한 이유도 언제나 명확합니다.

이후에 나온 수많은 슈팅 게임들이 여기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적이 대형을 이루어 다가오고 플레이어는 아래에서 막는 구도, 화면을 정리하면서 살아남는 흐름은 전부 이 게임이 세워둔 틀입니다. 그 원형을 실제로 손으로 만져보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초창기 오락실을 대표하는 화면으로 기억됩니다. 이름을 정확히 몰라도 줄지어 내려오는 외계인 그림은 누구나 알아보고, 여러 이름의 아류작이 동네마다 돌았습니다. 이 슈퍼패미컴판은 그 기억을 집에서 다시 확인해 볼 수 있게 만든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