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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티아낙스

아스티아낙스 (The Astyanax) · 1989 · Jale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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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말 오락실 액션 게임의 주인공들은 대개 총을 들거나 주먹을 썼습니다. 아스티아낙스는 그 흐름에서 벗어나 도끼를 든 청년을 내세웠습니다. 그것도 화면 절반을 가로지를 만큼 큼직하게 휘두르는 도끼입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무겁게 뜸을 들이고, 그 뜸 때문에 헛치면 그대로 얻어맞습니다. 빠르게 난사하는 액션에 익숙한 사람에게 이 게임의 첫인상은 답답함인데, 조금 지나면 그 무게가 이 게임의 개성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스티아낙스(The Astyanax)는 잘레코가 만든 옆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판타지 세계를 무대로 주인공이 좌우로 이어지는 스테이지를 나아가며 몬스터를 베고 스테이지 끝의 강력한 적과 맞붙습니다. 레버로 이동과 점프, 버튼으로 무기 공격과 마법을 씁니다. 무기를 크게 휘두르는 액션이라 사거리와 판정을 읽는 감각이 이 게임의 실력입니다.

아스티아낙스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9)

세 가지 무기, 세 가지 거리 감각

주인공이 쓰는 무기는 진행에 따라 바뀝니다. 도끼는 사거리가 짧지만 위력이 크고, 창은 사거리가 길어 안전한 거리에서 찌를 수 있으며, 검은 그 중간쯤의 균형을 가집니다. 무기가 바뀌면 같은 적을 상대하는 방법 자체가 달라집니다.

창을 들었을 때는 적이 다가오기 전에 먼저 찌르는 것이 정석입니다. 반대로 도끼를 들었을 때 같은 식으로 싸우면 사거리가 모자라 헛치고 반격을 맞습니다. 도끼는 적이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맞받는 쪽이 맞습니다. 무기를 바꿀 때마다 이 거리 감각을 다시 잡아야 하는 것이 이 게임의 만만치 않은 부분입니다.

공격에는 힘 게이지 개념이 붙어 있어, 연달아 휘두르면 위력이 떨어지고 잠시 쉬면 다시 차오릅니다. 그래서 무작정 버튼을 연타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입니다. 한 방 한 방 제대로 맞히는 것에 집중해야 하고, 이 점이 같은 시기의 다른 액션 게임들과 이 게임을 확실히 갈라 놓습니다.

아스티아낙스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9)

마법은 아껴 두는 것이 아닙니다

무기와 별개로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마법은 종류에 따라 화면 전체를 정리하거나 특정 상황을 크게 편하게 만들어 주는데, 사용 횟수가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아껴 두다가 결국 못 쓰고 죽습니다.

이 게임에서 마법을 아끼는 것은 대체로 손해입니다. 마법 회복 아이템이 진행 중에 다시 나오기 때문에, 위험한 구간에서 쓰고 다시 채우는 순환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특히 화면에 적이 몰려 들어와 무기 사거리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보스전에서는 마법의 가치가 더 큽니다. 이 게임의 보스들은 덩치가 크고 공격 범위가 넓어, 정면에서 도끼로 붙는 것이 위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안전한 거리에서 마법으로 체력을 깎아 두고 마무리만 무기로 하는 식이 실용적입니다.

아스티아낙스 벨트스크롤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9)

어디서 막히는가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죽는 지점은 공격 모션 중의 무방비 시간입니다. 이 게임은 무기를 휘두르는 동안 이동이 제한되고, 그 사이에 다른 방향에서 적이 들어오면 그대로 맞습니다. 그래서 적이 하나만 보인다고 달려들면 곤란합니다. 화면 양쪽을 모두 확인하고, 한쪽을 등질 수 있는 자리를 잡은 다음 공격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난이도가 뚜렷하게 오르는 곳은 날아다니는 적이 섞여 나오기 시작하는 구간입니다. 지상의 적은 사거리로 대응이 되지만, 위아래로 움직이는 적은 공격이 닿는 높이를 계속 맞춰야 해서 훨씬 성가십니다. 이런 구간에서는 무리하게 다 잡으려 하지 말고, 지나갈 수 있는 적은 흘려보내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체력이 위험할 때는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답입니다. 앞으로 밀고 나가면 새 적이 계속 화면에 들어오지만, 자리를 지키면 들어오는 적의 수가 제한됩니다. 회복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안전한 자리에서 버티는 운용을 알아 두면 생존이 크게 늘어납니다.

잘레코와 이 게임의 뒷이야기

잘레코는 80년대와 90년대 오락실에서 여러 장르를 두루 낸 회사입니다. 야구 게임 계열로 특히 이름이 알려졌지만, 액션과 슈팅에서도 꾸준히 작품을 냈습니다. 아스티아낙스는 그중 판타지 액션 쪽에 속하는데, 잘레코가 이 시기에 힘을 준 그래픽과 큼직한 캐릭터가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이 게임은 가정용으로도 이식되었고, 그 이식판은 오락실판과 상당히 다른 게임이 되었습니다. 스테이지 구성과 연출이 새로 짜였기 때문에, 두 판을 다 접해 본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게임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락실판 쪽이 더 짧고 직선적이며, 무기의 무게감이 강하게 살아 있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판타지 액션 자체가 흔한 장르는 아니었습니다. 벨트스크롤 액션이 몰려오기 직전 시기라, 혼자 무기를 들고 나아가는 이 방식의 게임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큼직한 도끼를 휘두르는 손맛만큼은 확실해서, 한 번 잡아 본 사람은 이름은 몰라도 그 장면은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