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나시라의 복수
알라딘: 나시라의 복수 (Disney S Aladdin in Nasira S Revenge) · 2000 ·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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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알라딘이라고 하면 대부분 1993년에 나온 2D 횡스크롤 액션을 떠올립니다. 캡콤이 만든 슈퍼패미컴판이나 버진이 만든 메가드라이브판, 그 화려한 손그림 애니메이션 말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그 계보와는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말년에 나온 3D 액션이고, 원작 영화가 아니라 자파의 여동생이라는 새 악역을 내세운 오리지널 이야기를 다룹니다. 2D 알라딘을 기억하고 이 게임을 켠 사람이라면 첫 화면에서부터 "이게 그 알라딘이 맞나" 싶은 낯섦을 느끼게 됩니다.
알라딘: 나시라의 복수(Disney's Aladdin in Nasira's Revenge)는 죽은 자파를 되살리려는 그의 여동생 나시라가 아그라바를 뒤흔들면서 시작하는 3D 플랫포머입니다. 플레이어는 알라딘 한 명만 쓰는 게 아니라 알라딘, 원숭이 아부, 그리고 자스민 공주까지 세 캐릭터를 스테이지에 따라 번갈아 조종합니다. 카메라를 뒤에 두고 3인칭으로 뛰고, 매달리고, 적을 피하고, 스테이지 곳곳에 흩어진 물건을 모으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세 캐릭터를 번갈아 쓰는 구조
이 게임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부분이 캐릭터 교대입니다. 알라딘은 기본이 되는 캐릭터로 검을 휘두르고 사과를 던지며, 벽을 타고 난간에 매달리는 곡예 동작이 가장 넓습니다. 대부분의 전투 구간과 도시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구간이 알라딘 몫입니다.
아부는 작고 가볍습니다. 알라딘이 들어가지 못하는 좁은 틈이나 낮은 통로를 지나야 할 때 아부 차례가 옵니다. 대신 전투력이 약해서 정면으로 부딪히는 대신 피하고 숨는 쪽으로 풀어야 하는 구간이 많습니다. 자스민은 또 다른 결의 캐릭터로, 궁전 안쪽처럼 알라딘이 갈 수 없는 곳을 맡습니다.
같은 게임 안에서 조작감이 세 번 달라지니 처음에는 헷갈립니다. 특히 아부 구간에 들어가서 알라딘처럼 싸우려 들면 금방 죽습니다. 캐릭터가 바뀌면 접근법도 바꿔야 한다는 것만 몸에 익히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3D 플랫포머로서의 감각
플레이스테이션 시절 3D 액션의 고질적인 문제가 여기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카메라입니다. 좁은 통로나 벽 가까이에서 카메라가 엉뚱한 각도로 돌아가면서 발밑이 안 보이는 순간이 생깁니다. 점프 실수의 상당수가 실력이 아니라 시야 때문에 일어납니다.
요령은 단순합니다. 뛰기 전에 일단 멈추는 것입니다. 착지 지점이 화면에 확실히 들어올 때까지 카메라를 돌려 놓고, 그다음에 점프합니다. 달리던 관성으로 그냥 뛰어넘으려 하면 거리 감각이 어긋나 떨어지기 쉽습니다. 발판 사이 간격이 애매해 보이면 대개는 닿게 되어 있으니, 겁먹고 짧게 뛰기보다 끝까지 밀어 주는 편이 낫습니다.
전투는 깊지 않습니다. 적에게 다가가 공격 버튼을 반복하면 대부분 정리됩니다. 다만 여러 마리가 둘러싸면 체력이 순식간에 깎이므로, 한 마리씩 끌어내서 처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습니다.
알라딘 게임들 사이에서의 자리
알라딘이라는 이름을 단 게임은 유난히 많습니다. 1993년작만 해도 기종마다 개발사가 다르고 게임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캡콤판은 검 없이 사과를 던지고 점프로 밟는 방식이었고, 버진판은 검을 휘두르는 정통 액션이었습니다. 한국 오락실 옆 문방구나 대여점에서 돌던 것도 대개 이 2D 계열이었습니다.
나시라의 복수는 그 흐름이 한 세대를 건너뛴 뒤에 나온 물건입니다. 영화가 나온 지 한참 지난 시점, 플레이스테이션이 이미 다음 세대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하던 무렵에 나왔습니다. 그래서 화면은 같은 시기 다른 3D 액션에 비해 소박한 편이고, 원작 영화의 장면을 그대로 따라가지도 않습니다.
대신 새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이 게임만의 것입니다. 자파의 여동생이라는 설정은 영화에는 없던 것이라, 알라딘 세계를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처음 보는 전개가 나옵니다.
지금 해 볼 때
어렵기로 이름난 게임은 아닙니다. 3D 플랫포머를 몇 번 해 본 사람이라면 크게 막히는 구간 없이 진행됩니다. 문제가 되는 건 앞서 말한 카메라와, 3D 공간에서 거리를 눈으로 재는 감각입니다. 이 둘만 익숙해지면 나머지는 순한 편입니다.
수집 요소를 챙기려면 스테이지를 꼼꼼히 뒤져야 합니다. 길을 따라 직진만 해도 클리어는 되지만, 옆길과 위쪽 발판을 살피면 놓쳤던 물건들이 나옵니다. 급하게 달리기보다 한 구역씩 훑고 넘어가는 쪽이 이 게임에는 어울립니다.
2D 알라딘의 그 손맛을 기대하고 켜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디즈니 캐릭터로 3D 공간을 뛰어다니는 그 시절 특유의 분위기를 보고 싶다면, 짧게 한 판 돌려 볼 값어치는 충분히 있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