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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리오 랜드 4

와리오 랜드 4 (Wario Land 4 J Eurasia) · 2001 · Ninte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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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주인공

보통 플랫폼 게임에서 적에게 닿으면 목숨이 줄어듭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다릅니다. 적에게 닿으면 죽는 게 아니라 상태가 변합니다. 불에 닿으면 몸에 불이 붙어 제어가 안 되는 채로 달려가고, 뭔가에 눌리면 납작해져서 좁은 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됩니다. 부풀어서 둥둥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시리즈에서는 적에게 맞는 것이 실패가 아니라 도구입니다. 저 좁은 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길이 없다면, 일부러 납작해지는 적을 찾아 맞으면 됩니다. 플랫폼 게임의 기본 전제를 뒤집어 놓은 이 발상이 시리즈 전체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와리오 랜드 4 플랫폼 게임 화면 1 - 게임보이 어드밴스 (2001)

무슨 게임인가

와리오 랜드 4(Wario Land 4)는 욕심 많은 주인공이 피라미드 속 보물을 챙기러 들어가는 플랫폼 액션 게임입니다. 마리오 시리즈에서 갈라져 나온 계열이지만 목표가 다릅니다. 여기서는 공주를 구하는 게 아니라 돈과 보물을 최대한 많이 긁어 오는 것이 할 일입니다.

한 스테이지의 구조가 독특합니다. 그냥 오른쪽 끝으로 가면 끝나는 게 아닙니다. 스테이지 깊숙이 들어가서 스위치를 누르면 그때부터 탈출이 시작됩니다. 제한 시간이 걸리고 길이 바뀌며, 왔던 길을 거슬러 입구까지 돌아가야 합니다. 앞으로 갈 때는 여유롭게 둘러보다가, 돌아올 때는 숨이 턱에 닿게 뛰는 이 두 박자가 이 작품의 리듬입니다.

와리오 랜드 4 플랫폼 게임 화면 2 - 게임보이 어드밴스 (2001)

앞길과 돌아오는 길

이 구조 때문에 잘하는 방법도 정해집니다. 들어갈 때 길을 외워 두는 것입니다. 어디서 위로 올라가야 하는지, 어느 구간이 좁아서 시간을 잡아먹는지를 봐 두면 탈출할 때 그만큼 여유가 생깁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제한 시간에 쫓기는 이유는 대개 빠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길을 헷갈리기 때문입니다.

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테이지 안에는 챙겨야 할 것들이 흩어져 있는데, 이걸 다 모으려면 탈출 시간을 그만큼 써야 합니다. 그래서 매 스테이지가 작은 선택이 됩니다. 안전하게 빠져나올 것인가, 하나만 더 챙기고 뛸 것인가. 이 게임을 오래 한 사람들이 즐기는 재미가 정확히 이 지점에 있습니다.

막히는 자리는 대개 변신입니다. 지금 이 길을 지나려면 어떤 상태가 되어야 하는지를 모르면 계속 벽 앞에서 맴돌게 됩니다. 그럴 때는 근처에 있는 적을 유심히 보면 됩니다. 이 게임은 필요한 변신을 시켜 줄 적을 그 근처에 배치해 두는 편이라, 답이 이미 화면 안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휴대용 기기에 맞춘 설계

이 작품은 처음부터 휴대용 기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스테이지 하나가 짧게 끝나고, 들어갔다 나오는 한 덩어리가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잠깐 꺼내서 한 판 하고 덮기에 알맞은 구조입니다.

그림도 눈에 띕니다. 작은 화면인데도 색을 굵고 진하게 쓰고, 캐릭터의 움직임을 과장되게 그려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대번에 읽힙니다. 변신했을 때 몸이 우스꽝스럽게 바뀌는 연출은 기능 설명이자 동시에 이 게임의 유머이기도 합니다.

소리 쪽도 독특합니다. 이 시리즈의 음악은 예쁘게 다듬은 멜로디보다 기묘하고 튀는 소리를 즐겨 쓰는데, 그게 피라미드라는 무대와 맞물려 다른 게임에서는 잘 안 나는 분위기를 만듭니다.

시리즈 안에서의 자리

와리오 랜드는 편마다 성격이 꽤 달라지는 시리즈입니다. 어떤 편은 퍼즐 쪽으로 기울고 어떤 편은 액션 쪽으로 기우는데, 이 네 번째 작품은 그 둘을 가장 팽팽하게 붙여 놓은 편으로 꼽힙니다. 탈출이라는 장치 하나로 탐색과 속도를 같은 스테이지 안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는 이 시리즈가 마리오만큼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주인공이 미남도 영웅도 아니고, 목적이 돈이라는 점에서 정통 플랫폼 게임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낯설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 붙잡아 보면 그 낯섦이 바로 매력이 됩니다. 맞아도 되고, 오히려 맞아야 길이 열리는 게임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