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저드 오브 워
위저드 오브 워 (Wizard of Wor) · 1980 · Dave Nutting Associates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둘이 같이 들어가는 던전
1980년에 나온 게임치고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협력 플레이에 있습니다. 그 시절 2인용이라고 하면 대개 번갈아 가며 한 사람씩 하는 방식이었는데, 위저드 오브 워는 두 명이 동시에 같은 미로에 들어갑니다. 그것도 서로를 쏠 수 있게 해 두었습니다. 협력하러 들어갔다가 옆자리 친구 등에 총알이 꽂히는 일이 벌어지고, 그게 사고인지 고의인지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광경이 이 게임의 진짜 재미였습니다.
거기에 굵은 목소리로 플레이어를 도발하는 음성이 계속 흘러나옵니다. 판이 시작될 때, 죽었을 때, 마지막 한 마리가 남았을 때마다 말을 걸어 옵니다. 1980년의 기판에서 사람 목소리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오락실에서 사람을 불러 모으는 요소였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위저드 오브 워(Wizard of Wor)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미로 한 판을 화면에 통째로 띄워 놓고, 그 안을 돌아다니는 괴물들을 총으로 쏘아 전멸시키는 게임입니다. 점을 먹는 미로 게임이 아니라 적을 지우는 미로 게임이라는 점이 팩맨 계열과 갈라지는 지점입니다.
조작은 조이스틱으로 이동하고 버튼으로 총을 쏘는 것이 전부입니다. 총알은 플레이어가 보는 방향으로 직선으로 날아가고, 한 번에 한 발씩만 나가는 것이 보통이어서 아무 데나 갈기면 정작 필요할 때 손이 비게 됩니다. 통로 끝을 겨누고 적이 그 선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자세가 기본입니다.
판에 깔린 괴물을 전부 처리하면 다음 던전으로 내려갑니다. 던전이 깊어질수록 적의 수와 움직이는 속도가 올라가고, 미로 모양도 바뀝니다.
적들의 성격
이 게임이 지루해지지 않는 이유는 적들이 각기 다르게 굴기 때문입니다. 기본 적들은 통로를 따라 어슬렁거리며 플레이어를 찾아다니고, 더 위험한 부류는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졌다가 엉뚱한 자리에서 튀어나옵니다. 화면 아래에 남은 적 수가 표시되는데, 분명히 아직 남아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순간이 이 게임에서 가장 손에 땀이 나는 대목입니다.
판을 거의 정리했을 때 나타나는 상위 적들은 훨씬 빠르고, 벽을 무시하고 다니기까지 합니다. 마지막 한 마리를 잡으러 통로를 헤매다가 그 녀석에게 따라잡혀 그대로 끝나는 전개가 이 게임의 전형적인 마무리입니다.
미로에는 양옆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어서 한쪽 끝으로 나가면 반대쪽에서 나옵니다. 쫓기는 상황에서 이 통로를 이용해 방향을 뒤집는 것이 살아남는 요령입니다. 다만 반대쪽에 적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서, 무작정 도망치는 수단으로 쓰면 오히려 더 빨리 죽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알아 두면 좋은 것
가장 먼저 고칠 습관은 총알을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통로 저 끝에 보이는 적을 향해 미리 쏘아 두면 적이 알아서 그 선으로 걸어 들어와 맞습니다. 반대로 적이 코앞까지 온 뒤에 쏘면 이미 앞선 총알이 화면에 남아 있어 방아쇠가 먹히지 않는 상황이 자주 생깁니다.
두 번째는 교차로를 등지지 않는 것입니다. 사방이 트인 자리에 서 있으면 어느 방향에서 적이 올지 알 수 없습니다. 등 뒤를 막고 앞만 보는 자리를 잡아 두면 훨씬 오래 버팁니다.
둘이 할 때는 서로 다른 통로를 맡아 양쪽에서 조여 들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같은 통로에 나란히 서면 앞사람이 뒷사람의 총알을 대신 맞는 사고가 반드시 일어납니다.
오래 남은 이유
위저드 오브 워는 미로와 슈팅을 섞은 초기 사례로 꾸준히 언급되는 작품입니다. 둘이 같은 화면에서 동시에 싸우게 만든 구성, 사람 목소리로 분위기를 잡은 연출, 보이지 않는 적으로 긴장을 끄는 장치가 모두 1980년 기준으로는 앞서 나간 것이었습니다.
지금 해 보아도 규칙이 금방 들어오고 한 판이 짧아 부담이 없습니다. 특히 둘이 붙어 앉아 할 때의 맛은 요즘 게임에서도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서로 도우면서 동시에 서로를 쏠 수 있다는 그 설정 하나가 이 게임을 오래 기억되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