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로다인
자이로다인 (Gyrodine) · 1986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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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아니라 헬리콥터입니다
슈팅게임의 주인공은 거의 언제나 전투기였습니다. 앞으로 쭉 뻗는 총알, 매끈한 기체, 우주나 하늘을 배경으로 한 화면. 그 익숙한 그림 속에서 이 게임은 헬리콥터를 내세웁니다. 회전 날개가 도는 기체를 몰고 낮은 고도로 지형 위를 훑고 지나가는 감각은, 같은 종스크롤 슈팅이라도 확실히 다른 인상을 남깁니다.
자이로다인(Gyrodine)은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기체를 몰고 하늘에서 달려드는 적기와 지상에 자리 잡은 포대, 건물 같은 표적을 상대하며 위로 나아갑니다. 한 대만 맞아도 격추되는 시절의 규칙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화력을 늘리는 것보다 맞지 않는 자리를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지상과 공중을 함께 봅니다
이 게임의 긴장감은 상대해야 할 것이 두 층이라는 데서 나옵니다. 하늘에서 무리 지어 들어오는 적기는 빠르게 지나가고, 땅에 붙어 있는 포대는 느리지만 정확하게 쏘아 올립니다. 눈앞의 적기만 쫓다 보면 아래에서 올라온 탄에 맞고, 지상만 훑으면 뒤에서 들어온 적기와 부딪힙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화면을 넓게 보는 습관이 붙습니다. 요령을 하나 꼽자면, 화면 아래쪽 절반에 머물면서 위쪽에서 내려오는 것들을 미리 보는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아래로 너무 내려가면 화면 밖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에 대응할 시간이 없고, 위로 올라가면 지상 표적을 처리할 여유가 사라집니다.
지상 표적은 점수원이기도 합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구간에서는 눈에 보이는 지상 시설을 부지런히 지워 두는 편이 좋습니다. 이 시절 게임답게 일정 점수마다 목숨이 늘어나므로, 점수를 쌓아 두는 것이 곧 안전 마진이 됩니다.
도아플랜으로 이어지는 계보
이 게임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만든 사람들의 행방입니다. 개발을 맡았던 회사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았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 만든 곳이 훗날 슈팅게임의 대명사가 되는 도아플랜입니다. 이후 도아플랜은 헬리콥터를 몰고 지상과 공중을 동시에 상대하는 슈팅을 내놓으며 이름을 알리는데, 그 뿌리가 이 게임에 있다는 것은 지금 봐도 분명합니다.
낮게 나는 기체, 지상 시설을 부수는 손맛, 화면을 빽빽하게 채우는 적 배치 같은 요소들이 이 게임에서 시작되어 다음 세대로 넘어갔습니다. 그래서 슈팅게임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이 작품은 반드시 한 번은 거쳐 가게 되는 지점에 놓여 있습니다.
오락실에서 집으로
원래는 오락실 기계였고, 몇 해 뒤 가정용 기기와 개인용 컴퓨터로 옮겨졌습니다. 옮겨진 판은 원본이 가진 화면 밀도를 그대로 담아내지는 못합니다. 동시에 표시할 수 있는 물체 수가 줄어들고 스크롤도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생깁니다.
그래도 핵심인 구조는 잘 남아 있습니다. 두 층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긴장, 한 대에 죽는 규칙, 배치를 외워서 뚫는 진행 방식은 그대로입니다. 오히려 화면이 단정해지면서 적의 움직임이 더 또렷하게 읽히는 면도 있어서, 처음 이 게임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 판이 진입하기 편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의 기억
국내에서 이런 부류의 게임을 집에서 만난 통로는 대개 하나였습니다. 1980년대 후반, 국산 가정용 기기와 그에 맞는 게임 팩이 문방구와 전자상가에 깔리면서 오락실에서 보던 게임을 집에서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팩 하나 값이 만만치 않아서 아이들끼리 서로 빌려 돌려 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화려한 이름값으로 기억되는 쪽은 아닙니다. 다만 헬리콥터를 몰고 지상을 폭격하는 슈팅이라는 인상은 한 번 해 본 사람에게 오래 남습니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헬리콥터 슈팅의 원형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 다시 해 볼 이유가 충분한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