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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풍 3

장풍 3 (Jang Pung 3 Korea Unl) · 1994 · Zem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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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 기계에서 돌아가는 대전격투

90년대 초 오락실은 스트리트 파이터 2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도 그걸 하고 싶은 사람은 넘쳤는데, 그 게임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상당한 성능이 필요했습니다. 마스터시스템은 그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기계였습니다.

그런데도 이 카트리지는 대전격투를 시도합니다. 캐릭터를 고르고, 커맨드를 넣어 필살기를 쓰고, 체력이 먼저 바닥나는 쪽이 지는 그 형태를 8비트 기계에 그대로 옮겨 놓았습니다. 무모하다고 할 만한 시도입니다.

장풍 3 대전격투 게임 화면 1 - 마스터 시스템 (1994)

어떤 게임인가

장풍 3(Jang Pung 3)은 마스터시스템으로 나온 1대1 대전격투 게임입니다. 제목의 '장풍'은 기를 모아 쏘는 그 기술을 가리키는 말로, 당시 한국 오락실에서 파동권 같은 원거리 기술을 통틀어 부르던 이름이기도 합니다.

여러 캐릭터 중 하나를 골라 컴퓨터나 다른 사람과 붙습니다. 방향키와 버튼을 조합한 커맨드로 필살기가 나가고, 라운드를 먼저 따내는 쪽이 이깁니다.

이 게임은 국내에서 만들어져 정식 유통망 바깥에서 돌아다니던 물건입니다. 이런 카트리지들은 90년대 한국 게임 시장의 한 단면을 보여 줍니다.

장풍 3 대전격투 게임 화면 2 - 마스터 시스템 (1994)

성능의 벽

8비트 기계로 대전격투를 만들면 어디서 무리가 오는지가 그대로 보입니다. 캐릭터 그림이 큼직하니 색은 줄었고, 동작 사이의 그림 수가 적어 움직임이 뚝뚝 끊깁니다.

판정도 거칩니다. 요즘 격투 게임처럼 프레임 단위로 짜인 게 아니라서, 넣은 대로 안 나가거나 맞았는지 애매한 순간이 있습니다. 대전 게임의 재미가 정밀함에서 나온다는 걸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런데도 캐릭터를 고르고 붙는 그 형태 자체는 성립합니다. 커맨드를 익혀 필살기가 나가는 순간, 이게 어떤 기계에서 돌아가는지는 잠깐 잊게 됩니다.

그 시절의 물건

이 게임은 완성도로 이름을 남긴 작품이 아닙니다. 대신 그 시절 한국에서 게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팔렸는지를 보여 주는 물건입니다.

오락실 대작이 나오면 집에서도 하고 싶어지고, 정식 이식판은 안 나오거나 너무 비쌌고, 그 틈을 이런 카트리지들이 메웠습니다. 청계천이나 세운상가 같은 곳에서 이런 물건들이 오갔습니다.

지금 해 보면 조작도 균형도 거칠지만, 그 거친 부분이 오히려 이 게임의 성격입니다. 잘 만들어진 게임을 찾는 게 아니라, 그 시절에 이런 게 있었다는 걸 확인하러 켜 보는 물건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