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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니언 봄버

캐니언 봄버 (Canyon Bomber) · 1977 · At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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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1977년 오락실 게임에는 색도 거의 없고 그림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습니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몇 개의 사각형과 선뿐이었고, 그것으로 무엇을 표현할지는 전적으로 아이디어에 달려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그 조건에서 화면 위쪽의 비행체와 아래쪽의 협곡, 그리고 그 사이를 떨어지는 폭탄이라는 세 요소만으로 게임을 만들어 냈습니다.

캐니언 봄버(Canyon Bomber)는 화면 위를 지나가는 비행체에서 폭탄을 떨어뜨려, 아래 협곡에 쌓인 블록을 지우는 게임입니다. 조작은 떨어뜨리는 시점을 정하는 버튼 하나가 사실상 전부이고, 그 한 번의 판단이 점수를 결정합니다.

캐니언 봄버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77)

언제 놓느냐가 전부

비행체는 화면 위를 일정한 속도로 지나갑니다. 플레이어는 그 위치를 보고 버튼을 눌러 폭탄을 놓습니다. 폭탄은 떨어지는 동안에도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에, 버튼을 누른 자리 바로 아래가 아니라 조금 앞쪽에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앞을 내다보고 놓는 게임입니다. 지우고 싶은 블록의 위치를 보고, 폭탄이 날아가는 거리를 계산해 그만큼 미리 눌러야 합니다. 이 감각을 잡기 전까지는 계속 빗나갑니다.

한 번의 폭탄으로 여러 블록을 지우면 점수가 크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대충 아무 데나 떨어뜨리기보다, 블록이 몰려 있는 자리를 노려 한 방에 크게 지우는 쪽이 유리합니다.

캐니언 봄버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77)

아래로 갈수록 커지는 보상

협곡의 블록은 층마다 값이 다릅니다. 깊은 곳에 있는 블록이 더 큰 점수를 주도록 되어 있어서, 위쪽만 긁어 내는 것보다 깊이 파고드는 쪽이 이득입니다.

다만 깊은 곳을 노리려면 위쪽이 이미 뚫려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 지점을 정해 그 자리를 계속 파 내려가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여기저기 흩뿌리면 얕은 자국만 남고 점수가 잘 오르지 않습니다.

이 구조 덕분에 이 게임에는 전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생깁니다. 어느 지점을 공략할지 정하고, 비행체가 그 지점 위를 지날 때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캐니언 봄버 슈팅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77)

둘이 하면 달라지는 게임

이 게임은 두 명이 동시에 할 수 있습니다. 각자 자기 비행체를 가지고 같은 협곡을 폭격하는데, 여기서 경쟁이 생깁니다.

같은 블록을 두고 누가 먼저 지우느냐가 문제가 되고, 상대가 파 놓은 구멍을 이용해 그 아래 깊은 블록을 가로챌 수도 있습니다. 협력이 아니라 순수한 점수 경쟁이라, 옆 사람과 겨루는 재미가 확실합니다.

1970년대 후반 아타리 게임의 상당수가 이렇게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겨루는 방식이었습니다. 화면 안의 이야기보다 옆 사람과의 승부가 게임의 내용이던 시절입니다.

아타리와 그 시절 기술

아타리는 이 시기 오락실 게임을 사실상 정의하던 회사였습니다. 퐁 이후 여러 해에 걸쳐 단순한 규칙으로 사람을 붙잡는 게임을 연달아 내놓았고, 이 게임도 그 계보에 속합니다.

당시 기판은 지금 말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회로로 게임을 구현하던 시기에서 막 넘어가던 무렵이었습니다. 화면에 그릴 수 있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블록과 비행체 같은 사각형만으로 상황을 전달해야 했습니다.

그런 제약 속에서 이 게임은 떨어지는 물체의 궤적이라는 한 가지 물리 감각에 집중했습니다. 요소를 늘리는 대신 하나를 정확하게 다루는 방식인데, 이런 설계는 지금 봐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지금 해 보면

화면은 소박하고 소리도 단조롭습니다. 그런데 막상 버튼을 눌러 폭탄을 떨어뜨려 보면, 빗나갈 때의 아쉬움과 정확히 맞았을 때의 만족이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게임의 재미가 그래픽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기에 좋은 예입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는 이 시기 게임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국내에 오락실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몇 년 뒤였고, 그때는 이미 더 화려한 게임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국내 오락실의 기억보다는, 오락실 게임이라는 것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보여 주는 기록에 가깝습니다. 한 판이 몇 분이면 끝나니 그 출발점을 짧게 체험해 보기에 적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