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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클라이머

크레이지 클라이머 (Crazy Climber Us) · 1980 · Nichibu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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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 두 개로 손을 하나씩 움직입니다

이 게임의 기계에는 레버가 두 개 달려 있습니다. 왼쪽 레버가 왼손, 오른쪽 레버가 오른손입니다. 두 레버를 번갈아 위로 밀어야 주인공이 창틀을 잡고 한 칸씩 올라갑니다. 둘 다 동시에 올리면 안 되고, 한 손이 창틀을 잡고 있는 동안 다른 손이 올라가는 실제 등반 동작을 그대로 흉내 낸 조작입니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손이 꼬여서 제자리에서 버둥거리게 됩니다.

크레이지 클라이머(Crazy Climber)는 니치부츠가 만든 액션 게임입니다. 고층 빌딩 외벽을 맨손으로 기어올라 옥상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이고, 올라가는 동안 온갖 방해를 견뎌 내야 합니다.

크레이지 클라이머 플랫폼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0)

위에서 쏟아지는 방해물

창문이 갑자기 닫히면 손을 걸 곳이 없어져서 멈춰야 합니다. 열린 창을 골라 가며 경로를 잡아야 하는데, 창은 계속 여닫히기 때문에 타이밍을 봐야 합니다.

위층 주민이 화분이나 병 같은 물건을 던지고, 새가 날아와 방해합니다. 떨어지는 물건에 맞으면 손을 놓치고 아래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위를 보면서 물건이 오는 경로를 피해 좌우로 이동하며 올라가야 합니다. 올라가는 것 자체보다 피하는 데 신경이 더 쓰입니다.

중간에는 간판이 흔들리고, 커다란 유인원이 나타나 길을 막기도 합니다. 이 방해들이 층마다 다르게 배치되어 있어서, 어느 구간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외우는 것이 곧 실력입니다.

크레이지 클라이머 플랫폼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0)

헬리콥터와 아슬아슬한 마무리

꼭대기 가까이 가면 헬리콥터가 내려와 밧줄을 늘어뜨립니다. 그걸 잡으면 한 건물이 끝나고 다음 건물로 넘어갑니다. 끝이 눈앞에 보이는데 마지막 몇 층에서 물건에 맞아 떨어지는 일이 자주 있어서, 마무리 구간이 가장 손에 땀이 납니다.

건물은 여러 개가 준비되어 있고, 뒤로 갈수록 방해가 촘촘해집니다. 창의 배치가 까다로워지고 떨어지는 물건이 늘어나면서, 조작을 정확히 하지 않으면 위로 올라가지도 못합니다.

크레이지 클라이머 플랫폼 게임 화면 3 - 오락실 (1980)

1980년의 발상

이 게임이 나온 시기를 생각하면 발상이 대단합니다. 화면은 단순하고 색도 몇 가지뿐인데, 조작 장치 하나로 등반이라는 감각을 만들어 냈습니다. 게임기의 조작 방식 자체를 게임의 재미로 삼은 초기 사례입니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클라이밍 소재 게임들이 이 작품을 원조로 언급합니다. 손을 번갈아 움직인다는 아이디어는 지금도 여러 게임에서 변주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지금 잡아 보면

레버 두 개를 각각 다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확실히 어색합니다. 그런데 그 어색함을 넘기고 리듬이 잡히면, 한 칸씩 올라가는 것 자체가 묘하게 뿌듯합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명확해서 부담 없이 잡을 수 있습니다. 오락실 게임이 아직 무엇이든 될 수 있던 시절의 실험 정신을 확인하기에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