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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니 툰 어드벤처 카툰 워크숍

타이니 툰 어드벤처 카툰 워크숍 (Tiny Toon Adventures Cartoon Workshop Europe) · 1992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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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를 켰는데 적도 없고 목숨도 없습니다. 점수판도 없고, 죽는 것도 이기는 것도 없습니다. 대신 화면 아래에 배경 목록과 캐릭터 목록이 뜨고, 이제부터 만화를 직접 만들라고 합니다. 게임을 하러 앉았다가 만화 감독이 되어 버리는, 당시로서는 꽤 이상한 카트리지였습니다.

타이니 툰 어드벤처 카툰 워크숍(Tiny Toon Adventures Cartoon Workshop)은 인기 애니메이션 타이니 툰을 소재로 한 만화 제작 도구입니다. 정확히는 게임이라기보다 그림책 만들기 프로그램에 가깝습니다. 플레이어는 배경을 고르고, 그 위에 등장인물을 배치하고, 각 인물이 어떤 동작을 할지 순서대로 지정한 다음, 음악과 효과음을 얹어 짧은 만화 한 편을 완성합니다.

타이니 툰 어드벤처 카툰 워크숍 기타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2)

만화 한 편을 만드는 순서

작업은 단계별로 진행됩니다. 먼저 무대를 정합니다. 준비된 배경 가운데 하나를 골라 장면의 바탕을 깝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던 익숙한 장소들이 들어 있어서,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배경만 봐도 어떤 상황을 만들지 감이 옵니다.

그다음 등장인물을 올립니다. 벅스터 버니, 배비스 버니 같은 원작 캐릭터들을 화면 안에 놓고, 각각에게 동작을 지정합니다. 걷고, 뛰고, 넘어지고, 놀라는 것 같은 미리 준비된 동작 중에서 고르는 방식입니다. 어느 위치에서 시작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도 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리를 붙입니다. 배경 음악을 고르고, 특정 순간에 효과음을 넣습니다. 여기까지 하면 한 장면이 끝나고, 장면을 여러 개 이어 붙이면 짧은 이야기 한 편이 됩니다. 다 만든 뒤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재생해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타이니 툰 어드벤처 카툰 워크숍 기타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2)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못 하는가

이 프로그램의 재미는 제약 안에서 궁리하는 데 있습니다.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는 없습니다. 준비된 배경과 준비된 캐릭터, 준비된 동작 목록만 있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그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있는 부품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느냐가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제약 덕분에 오히려 결과물이 그럴듯해집니다. 동작 하나하나가 원작의 작화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 아무렇게나 늘어놓아도 화면은 제법 애니메이션처럼 보입니다. 어린 사용자가 몇 분 만에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한계도 분명합니다. 만든 결과물을 저장할 수단이 사실상 없습니다. 기기 전원을 끄면 작업물이 사라지므로, 만든 만화를 다음 날 다시 보여 줄 수가 없습니다. 이 점이 이 카트리지가 오래 붙잡고 있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입니다. 한 번 만들고 보여 주고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조작이 만드는 벽

가장 큰 걸림돌은 조작 방식입니다. 이런 종류의 작업은 마우스가 있으면 순식간에 끝나지만, 여기서는 십자키로 화면 위의 선택 칸을 하나씩 옮겨 다녀야 합니다. 캐릭터 위치를 정할 때도 커서를 한 칸씩 밀어야 하므로, 화면 반대편으로 옮기려면 방향키를 오래 누르고 있어야 합니다.

메뉴 구조도 깊습니다. 배경을 고르고 캐릭터를 고르고 동작을 고르고 소리를 고르는 각 단계가 별도의 화면으로 나뉘어 있어서, 한 군데를 고치려면 여러 단계를 되짚어 들어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그래도 몇 번 만들어 보면 흐름이 몸에 익습니다. 배경, 인물, 동작, 소리라는 네 단계만 기억하면 나머지는 그 안에서 고르는 일이므로, 익숙해진 뒤에는 짧은 장면 하나를 몇 분 만에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학습용 소프트라는 자리

이 카트리지는 게임기용 소프트웨어 중 교육·창작 용도로 분류되는 드문 부류에 속합니다. 당시에도 이런 시도가 없지는 않았지만, 게임기는 게임을 하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했던 시절이라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발상 자체는 훗날 여러 곳에서 되풀이됩니다. 부품을 조합해 짧은 영상이나 장면을 만들고 그것을 재생해 보는 구조는, 뒷날 나온 여러 만들기 도구들이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이 작품은 그 흐름의 이른 사례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타이니 툰이라는 이름값도 한몫했습니다. 같은 이름을 단 액션 게임들이 잘 만들어져 인기를 끌던 시기였고, 그 인기 위에 성격이 전혀 다른 소프트웨어를 얹은 셈입니다. 그래서 액션 게임을 기대하고 이 카트리지를 산 사람들이 당황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자리

국내에서는 애초에 유통량이 적었습니다. 액션 게임 위주로 돌던 문방구와 대여점 사정상, 적도 나오지 않고 점수도 안 나오는 이런 소프트웨어는 자리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카트리지를 손에 넣은 사람도 화면의 영어 안내를 읽지 못해 무엇을 하라는 것인지 파악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럼에도 한 번 요령을 잡으면 어린 나이에 자기 손으로 만화를 만들어 본다는 경험 자체가 남습니다. 짧은 장면 하나를 완성해서 형제나 친구에게 보여 주던 기억으로 이 소프트웨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 만든 게임이라기보다는, 게임기로 이런 것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준 물건에 가깝습니다.

별도의 통칭이 붙을 만큼 널리 퍼지지는 않아서, 대개 타이니 툰이라는 이름 뒤에 만화 만들기 정도를 붙여 부르는 정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