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토 컵 파이널
타이토 컵 파이널 (Taito Cup Finals Ver 1 0o 1993 02 28) · 1993 · T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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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게임이 오락실에 있으면 자리가 시끄러워집니다. 네 명이 붙어 앉아 두 명씩 편을 먹고, 한 골이 들어갈 때마다 옆 기계까지 소리가 넘어갑니다. 1993년 타이토가 낸 이 축구 게임은 그 시끄러움을 노리고 만든 물건입니다. 규칙은 축구인데 슛이 불덩이가 되어 날아가고, 골키퍼가 그걸 막다가 골대 안으로 같이 밀려 들어갑니다.
타이토 컵 파이널(Taito Cup Finals)은 국가대표팀을 골라 짧은 시간의 경기를 치르며 토너먼트를 올라가는 아케이드 축구 게임입니다. 일본에서는 해트트릭 히어로 계열의 이름으로 나온 작품으로, 실제 축구의 규칙을 흉내 내되 재미를 위해 과장을 잔뜩 넣었습니다. 최대 네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어서, 오락실에서는 사람이 모일수록 진가가 나오는 기계였습니다.
필살 슛이라는 장치
이 계열 축구 게임의 상징은 필살 슛입니다. 조건이 맞을 때 슛을 때리면 공이 그냥 날아가지 않고 불이 붙거나 궤적이 휘면서 골키퍼를 뚫습니다. 이걸 아무 때나 쏠 수 있으면 경기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쓰려면 대가가 필요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경기를 이겨서 얻거나 동전을 더 넣어서 얻는 자원을 소모해 필살 슛을 씁니다.
이 구조 때문에 경기 운영이 묘해집니다. 아껴 두면 안 지는 대신 못 이기고, 초반에 다 쓰면 후반에 밀립니다. 한 골이 급한 순간에 남은 게 있느냐가 그대로 승부가 되니, 실제 축구의 체력 안배와 비슷한 긴장이 다른 방식으로 생깁니다. 처음 하는 사람은 대개 초반에 신나서 다 써 버리고 후반에 평범한 슛만 남습니다.
한 경기의 흐름
한 경기는 짧습니다. 오락실 축구 게임은 실제 경기 시간을 그대로 쓸 수 없으니 전후반을 크게 줄이고, 대신 공이 오가는 속도를 올립니다. 그래서 중원에서 천천히 빌드업하는 축구는 나오지 않고, 뺏으면 바로 앞으로 보내고 슛까지 가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패스를 두세 번 이상 돌리면 그 사이에 시간이 없어집니다.
수비는 몸으로 부딪혀 뺏는 쪽이 확실합니다. 아케이드 축구는 태클 판정이 관대한 편이라 적극적으로 붙는 것이 유리하고, 뒤로 물러서서 지키면 오히려 계속 밀립니다. 다만 골키퍼 앞까지 다 내려와 있으면 역습 한 번에 뒷공간이 비므로, 최소한 한 명은 앞에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팀을 고르는 재미
월드컵 시기의 축구 게임답게 여러 나라 대표팀 중에서 고릅니다. 팀마다 속도와 힘, 슛의 세기가 조금씩 다르게 설정되어 있어서, 어느 팀을 잡느냐가 경기 방식을 정합니다. 발이 빠른 팀은 뒷공간을 노리는 단순한 축구가 잘 통하고, 힘이 좋은 팀은 몸싸움으로 밀고 들어가는 쪽이 편합니다.
토너먼트는 상대를 어느 정도 고를 수 있게 되어 있지만 마지막에 만나는 상대는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앞쪽에서 자원을 얼마나 남기며 올라오느냐가 마지막 경기의 승패를 좌우합니다. 쉬운 상대를 만나면 필살 슛을 아끼고 평범한 슛으로 이겨 두는 것이 정석입니다.
오락실 축구라는 장르
1990년대 초중반 오락실에는 축구 게임이 꾸준히 들어왔습니다. 대전 격투처럼 실력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고, 축구 규칙은 누구나 알며, 여러 명이 동시에 붙을 수 있다는 점이 오락실과 잘 맞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네 명이 동시에 앉는 형태의 기계는 친구들끼리 몰려다니는 손님을 붙잡아 두는 데 효과가 컸습니다.
국내 오락실에서도 축구 게임은 늘 한 대쯤 있었습니다. 다만 격투 게임처럼 한 자리를 오래 지키기보다는, 사람이 여럿 모였을 때 잠깐 붙었다 흩어지는 자리였습니다. 이 작품처럼 필살 슛이 화려한 축구 게임은 그런 자리에서 특히 잘 통했습니다. 축구를 잘 몰라도 버튼을 누르면 불덩이가 날아가니, 처음 앉은 사람도 바로 끼어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