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리미트
타임 리미트 (Time Limit) · 1983 · Chuo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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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 어딘가에 폭탄이 숨겨져 있고, 시계는 계속 돌아갑니다. 경찰 한 사람이 층층이 쌓인 건물을 뒤지며 폭탄을 찾아야 하는데, 층을 오가는 수단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와 사다리이고 그 사이사이에 총을 든 범인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다 되면 그걸로 끝이라는 조건 하나만으로 이 게임은 1983년치고 꽤 조여 오는 긴장을 만들어냅니다.
타임 리미트(Time Limit)는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안을 돌아다니며 폭탄을 찾는 액션 게임입니다. 옆에서 본 화면에 층과 통로가 그려져 있고, 플레이어는 그 안을 오르내리며 적을 쏘고 장애물을 피합니다. 목표는 단순하지만 층이 여럿이고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서, 무엇을 먼저 볼지 정하는 판단이 실제 실력이 됩니다.
시간이 진짜 적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몸에 익혀야 하는 것은 시간이 자원이라는 감각입니다. 적을 다 죽이고 안전하게 나아가는 것이 늘 최선은 아닙니다. 신중하게 한 층씩 훑다 보면 폭탄을 찾기 전에 시계가 먼저 바닥납니다. 그렇다고 뛰어다니기만 하면 총에 맞습니다. 이 둘 사이에서 어디까지 위험을 감수할지 계속 고르는 것이 이 게임의 본질입니다.
실전에서 쓰는 요령은 굳이 처리하지 않아도 되는 적을 지나치는 것입니다. 통로 반대편에서 이쪽으로 오지 않는 적이나, 내가 갈 길과 겹치지 않는 자리에 있는 적은 그냥 두고 지나가는 편이 시간을 아낍니다. 총을 쏠 대상은 내 이동 경로를 실제로 막고 있는 적으로 한정합니다.
층을 옮기는 수단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는 것도 계산에 넣습니다. 엘리베이터는 기다렸다 타야 하고 이동 중에는 손을 쓸 수 없습니다. 사다리는 바로 오를 수 있지만 오르는 동안 무방비가 됩니다. 급할 때와 안전할 때 어느 쪽을 쓸지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판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층을 오가며 싸우는 방식
적들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그냥 돌아다니며 몸으로 부딪치는 쪽과, 총을 들고 이쪽을 쏘는 쪽입니다. 총을 쏘는 적은 같은 층 직선상에 서 있을 때만 위협이 되니, 대응 방법도 정해져 있습니다. 같은 높이에서 정면으로 마주 보고 총싸움을 하기보다, 층을 하나 옮겨 선을 끊었다가 유리한 위치에서 다시 붙는 쪽이 안전합니다.
여기에 움직이는 장애물이 얹힙니다. 굴러오는 공이나 흔들리는 물체처럼 쏴서 없앨 수 없는 것들이 있어서, 이런 것들은 타이밍을 재서 지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구간에서 초조해하다 시간을 더 쓰는 경우가 많은데, 억지로 뚫으려다 맞으면 결국 훨씬 큰 시간 손해를 봅니다. 한 박자 기다려서 안전하게 지나가는 것이 총 시간으로는 이득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건물 구조를 안 보고 무작정 위로만 올라가는 것입니다. 층마다 오르내릴 수 있는 지점이 정해져 있어서, 아무 데서나 위층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통로 위치를 모른 채 헤매면 시간이 그냥 녹습니다. 한두 판 죽어 가며 구조를 익히고 나면 훨씬 빨라집니다.
판 사이의 보너스와 연출
한 판을 끝내면 상자 여러 개 중에서 고르는 보너스 구간이 나옵니다. 어떤 상자에는 점수가, 어떤 상자에는 폭탄이 들어 있고, 폭탄을 고르면 그 자리에서 보너스가 끝납니다. 실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운인데, 이런 짧은 운 요소가 판 사이에 들어가는 것은 이 시절 오락실 게임의 흔한 구성이었습니다. 긴장을 한 번 풀어 주고 다음 판으로 넘기는 역할입니다.
죽었을 때와 성공했을 때의 연출도 기억에 남습니다. 실패하면 범인들이 헬리콥터를 타고 달아나는 장면이 나오고, 플레이어 쪽은 화면 위로 올라가 버립니다. 지금 보면 소박하지만, 화면에 넣을 수 있는 그림이 몇 장 안 되던 시절에 이런 짧은 연출을 넣는 것 자체가 공을 들인 부분이었습니다.
1983년이라는 시기와 이 게임
1983년 오락실은 고정 화면 슈팅에서 벗어나 조금 더 복잡한 구조의 액션 게임이 늘어나던 시기였습니다. 건물 층을 오르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며 목표물을 찾는다는 발상 자체가 이 무렵 여러 게임에서 시도되었고, 타임 리미트도 그 흐름 위에 있습니다. 단순히 적을 쏘는 것을 넘어 어디로 갈지 정하는 판단을 게임의 중심에 두려는 시도였습니다.
만든 곳은 일본의 중소 업체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이렇게 작은 회사가 기판 한둘을 만들어 내놓고 사라지는 일이 흔했고, 그래서 남아 있는 자료가 많지 않은 게임이 수두룩합니다. 타임 리미트도 크게 알려진 작품은 아니어서, 지금은 기록보다 실제로 돌려 보는 쪽이 이 게임을 아는 빠른 길입니다.
한국 오락실 기준으로는 세대가 앞선 게임이라 실물 기계를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 브라우저에서 설치 없이 켜서 몇 판 하다 보면, 시계를 신경 쓰며 층을 뛰어다니는 감각이 의외로 지금 게임들과 통한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제한 시간 안에 넓은 공간을 뒤진다는 구조는 40년이 지나도 여전히 잘 통하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