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보이 블루스
테디보이 블루스 (Teddyboy Blues 315 5115 New Ver) · 1985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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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한 곡을 게임으로 만들다
1980년대 중반 오락실 게임에서 배경음악이란 몇 음짜리 짧은 루프가 반복되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시작 화면부터 사람 목소리가 섞인 가요풍 곡을 대놓고 틀어댑니다. 당시 일본에서 유행하던 노래를 게임 쪽으로 끌어와 그 분위기를 그대로 화면에 옮긴 기획이었고, 덕분에 같은 시기 다른 기판들과는 처음 몇 초부터 인상이 확연히 다릅니다.
노래가 붙었다고 리듬 게임은 전혀 아닙니다. 박자에 맞춰 버튼을 누르는 요소는 없습니다. 대신 경쾌하다 못해 태평한 음악이, 화면에서 벌어지는 정신없는 상황과 어긋나면서 묘하게 웃긴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곡조는 흥겨운데 플레이어는 계속 죽는, 그런 게임입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테디보이 블루스(Teddyboy Blues)는 한 화면 안에서 적을 처치해 나가는 단면 액션 슈팅입니다. 화면은 스크롤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으며, 발판이 여러 층으로 놓여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그 발판 사이를 오가며 돌아다니는 적들을 총으로 쏩니다.
핵심은 적을 한 번에 없애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쏘면 적이 작은 덩어리 형태로 변하고, 그 상태에서 밟거나 다시 접촉해야 비로소 처리됩니다. 이 두 단계 구조 때문에 화면에는 늘 '아직 처리하지 않은 잔해'가 굴러다니고, 플레이어는 쏘는 동선과 회수하는 동선을 머릿속에서 같이 그려야 합니다. 시간을 끌면 잔해가 다시 살아나 원래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쏘고 나서 방치하는 것은 손해입니다.
한 판에 모든 적을 정리하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레버 이동과 점프, 발사로 단출하지만, 층을 옮겨 다니는 감각이 몸에 붙기 전까지는 생각보다 자주 떨어지고 자주 부딪힙니다.
화면 하나에 갇힌 난이도
한 화면 게임의 특성상 도망칠 공간이 없습니다. 스크롤 슈팅이라면 뒤로 빠지면 되지만 여기서는 발판 끝이 곧 벽입니다. 적이 몰리기 시작하면 층 사이를 계속 옮겨 다니면서 빈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초보자는 이때 한쪽 구석에 몰려서 그대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령을 하나 꼽자면 '한 층에 오래 머물지 않기'입니다. 적을 쏘자마자 다음 층으로 이동해 두면 잔해를 회수할 각도와 도망갈 길이 동시에 확보됩니다. 반대로 잔해를 욕심내서 전부 줍겠다고 같은 자리를 맴돌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적들에게 포위당합니다.
적의 종류가 늘어나고 움직임이 빨라지는 후반부에서는, 쏘는 순서 자체를 계획해야 합니다. 화면 양끝에 있는 적부터 정리해 가운데를 비워두는 편이, 가운데부터 치는 것보다 훨씬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그 시절 세가 기판의 얼굴
1985년은 세가가 자사 아케이드 기판을 본격적으로 굴리던 시기입니다. 이 게임은 그 무렵 세가 작품들이 공유하던 특징 — 알록달록한 색감, 굵고 동글동글한 캐릭터 도트, 화면을 가득 채우는 명랑한 분위기 — 을 잘 보여줍니다. 어둡고 비장한 게임이 아니라, 보고 있으면 기분이 가벼워지는 쪽의 화면입니다.
동시에 게임 내용은 '한 화면 안에서 적을 다 잡으면 다음 판'이라는 그 시대의 표준 문법을 충실히 따릅니다. 새로운 구조를 발명했다기보다, 익숙한 틀 위에 노래와 색감이라는 개성을 얹은 작품에 가깝습니다.
지금 해보면 어떤가
국내 오락실에서 널리 돌던 게임은 아닙니다. 같은 시기 국내에서 훨씬 자주 보이던 작품들에 밀려, 이름을 기억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 처음 접하면 오히려 신선합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이 단순해서 잠깐 붙잡기 좋습니다. 처음 몇 번은 발판 사이를 오가는 감각이 어색해 금방 끝나지만, 대여섯 판쯤 하고 나면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몸이 먼저 알기 시작합니다. 그 무렵부터 배경에 깔린 노래가 귀에 남기 시작하는데, 나중에는 게임 내용보다 그 곡조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짧게 웃고 넘어가기 좋은, 그 시절 특유의 태평한 감각을 가진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