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세가판
테트리스 (Tetris Japan System E) · 1988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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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필요 없는 게임
이 게임 앞에 앉은 사람에게 규칙을 설명해 준 기억이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위에서 블록이 떨어지고, 가로 한 줄이 빈틈없이 채워지면 사라진다는 것만 눈으로 보면 알게 됩니다. 그래서 오락실에서 이 기판 앞에는 늘 남녀노소가 섞여 앉아 있었습니다.
테트리스(Tetris)는 네 개의 칸으로 이루어진 일곱 가지 모양의 블록이 위에서 떨어지고, 그것을 회전시키고 좌우로 옮겨 바닥에 쌓아 가는 퍼즐입니다. 가로줄이 채워지면 그 줄이 사라지고 위의 블록이 내려앉습니다. 쌓인 블록이 화면 위까지 닿으면 끝납니다.
일곱 가지 모양
블록은 일자, 네모, 그리고 꺾인 모양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가장 애타게 기다리는 건 역시 일자 막대입니다. 한쪽 끝을 깊게 파 놓고 이 막대 하나로 네 줄을 한 번에 지우는 게 이 게임에서 가장 크게 점수를 버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막대가 언제 나올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네 줄을 노리고 한 칸을 비워 둔 채 계속 쌓다 보면 어느새 화면 위쪽까지 차오릅니다. 여기서 욕심을 접고 두 줄씩 정리할지, 조금 더 버틸지가 매 판 반복되는 갈등입니다.
평평하게 쌓는 손
잘하는 사람의 화면은 대체로 평평합니다. 울퉁불퉁하게 쌓으면 특정 모양만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생기고, 그 모양이 안 나오면 그대로 무너집니다. 그래서 기본은 어느 모양이 와도 받을 수 있게 표면을 고르게 유지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다음에 나올 블록을 보는 습관입니다. 지금 떨어지는 것만 보고 놓으면 늘 한 수 늦습니다. 다음 블록까지 보고 두 개를 한 번에 배치할 자리를 정하면 실수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 습관이 붙으면 속도가 빨라져도 한동안 버틸 수 있습니다.
빨라지는 속도
레벨이 오르면 블록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할 시간이 사라지고, 손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결국 판단을 얼마나 자동화했느냐의 싸움이 됩니다. 어떤 모양이 오면 어디에 놓는다는 것이 몸에 배어 있어야 고속 구간을 넘길 수 있습니다.
빈틈이 하나 생기면 그 위를 다 걷어내기 전까지는 그 줄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속도가 붙은 뒤의 실수 하나가 몇 십 초 뒤에 게임을 끝내는 원인이 됩니다. 마지막에 무너지는 과정이 늘 비슷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버튼 몇 개로 끝나는 조작이라 지금 잡아도 곧바로 손에 붙습니다. 짧게 한 판만 해도 되고, 붙잡고 오래 버텨도 됩니다.
몇십 년이 지나도 이 게임을 대체할 물건이 나오지 않은 이유는 결국 규칙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태라, 처음 하는 사람도 오래 한 사람도 같은 화면 앞에서 같은 긴장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