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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 앤 아이스

파이어 앤 아이스 (Fire N Ice USA) · 1993 · Te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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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을 만들어 밀어 던집니다

이 게임의 주인공은 적을 밟지도, 때리지도 않습니다. 대신 앞쪽 바닥에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 냅니다. 그 얼음을 밀면 미끄러져 나가고, 불꽃 모양의 적에게 부딪히면 적이 얼어붙습니다. 얼어붙은 적을 다시 밀어서 벽에 부딪히게 하면 사라집니다. 공격이 아니라 배치와 밀기로 이루어진 싸움입니다.

파이어 앤 아이스(Fire 'n Ice)는 한 화면짜리 퍼즐을 하나씩 풀어 나가는 게임입니다. 화면 안의 불꽃 적을 전부 없애면 그 판이 끝나고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점프, 그리고 얼음을 만들고 미는 버튼이 전부인데, 그 단순한 조작으로 놀랄 만큼 복잡한 문제들이 만들어집니다.

파이어 앤 아이스 퍼즐 게임 화면 1 - 패미컴 (1993)

얼음이 곧 발판입니다

얼음은 무기이면서 동시에 발판입니다. 만들어 놓은 얼음 위에 올라설 수 있고, 얼음을 쌓아 계단을 만들어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대부분은 어디에 얼음을 만들고 어느 방향으로 밀지를 정하는 문제가 됩니다.

얼음은 밀면 미끄러져 가다가 벽이나 다른 얼음을 만나면 멈춥니다. 이 성질을 이용해 원하는 자리에 정확히 놓는 게 기본기입니다. 또 얼음 위에 얼음을 얹을 수도 있어서,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과 옆으로 밀어 놓는 방식을 섞어 길을 만듭니다.

얼음을 잘못 만들면 그 자리가 막혀 진행이 불가능해지기도 합니다. 다행히 만든 얼음은 다시 부술 수 있어서 되돌릴 수 있지만, 이미 밀어서 저 멀리 보내 버린 얼음은 회수하기 어렵습니다. 밀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파이어 앤 아이스 퍼즐 게임 화면 2 - 패미컴 (1993)

한 판이 한 문제입니다

각 판은 정답이 정해진 문제에 가깝습니다. 얼음을 만들 수 있는 횟수가 무한하지 않은 판도 있고, 적의 배치와 지형이 딱 한 가지 순서로만 풀리도록 짜인 판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무렇게나 시도하기보다 화면 전체를 먼저 보고 순서를 세우는 쪽이 빠릅니다.

막혔을 때는 마지막에 남을 적부터 거꾸로 생각해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 적을 어떤 방향으로 밀어야 벽에 닿는지를 정하고, 그 위치에 서기 위해 어떤 발판이 필요한지 역으로 따라가는 식입니다.

판을 다시 시작하는 것도 얼마든지 됩니다. 이 게임은 반사신경을 요구하지 않으므로, 실수해도 손해가 거의 없습니다. 여러 번 다시 하며 순서를 찾는 것이 정상적인 진행 방식입니다.

난이도가 오르는 방식

초반 판들은 얼음을 한두 개 만들면 풀립니다. 사실상 조작 설명서 역할입니다. 그러다 중반에 접어들면 얼음을 쌓아 올려 위층으로 가고, 아래층 적을 위에서 처리하고, 한 번 만든 얼음을 여러 번 재사용하는 식의 문제가 나옵니다.

후반부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화면이 복잡해지고 적의 종류도 늘어나며, 이동 중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한 판에 십수 분씩 붙잡고 있게 되는데, 풀렸을 때의 후련함이 그만큼 큽니다.

이 게임은 시간 제한이 없습니다.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며 생각해도 아무 불이익이 없다는 점이, 손이 빨라야 하는 다른 액션 퍼즐과 이 게임을 구분 짓습니다.

솔로몬의 열쇠에서 이어지는 것

이 게임은 앞서 나온 블록 퍼즐 게임의 계보를 잇습니다. 그 게임에서는 블록을 만들고 부수며 길을 냈는데, 여기서는 그 개념을 얼음과 불꽃으로 바꾸고 밀기라는 요소를 더했습니다. 만들고 부수는 것에 미는 동작이 하나 추가된 것만으로 문제의 폭이 크게 넓어졌습니다.

앞선 작품이 적을 피하며 열쇠를 찾는 액션 성격이 강했다면, 이쪽은 순수한 퍼즐에 훨씬 가깝습니다. 손이 느려도 머리가 돌아가면 끝까지 갈 수 있어서, 액션 게임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도 권할 만합니다.

지금 해 보면

화면은 아기자기하고 음악도 밝습니다. 겉보기에는 아이들을 위한 게임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풀어 보면 뒤로 갈수록 만만치 않습니다. 이 격차가 이 게임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한 판씩 끊어서 하기 좋은 구성이라, 짬이 날 때마다 한두 판씩 풀어 나가는 방식이 잘 맞습니다. 어제 못 풀던 판이 오늘 갑자기 보이는 경험도 자주 합니다.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니, 얼음을 만들고 밀어 불꽃을 정리하는 그 조용한 재미를 직접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