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파인더
패스트파인더 (Pastfinder) · 1984 · Activi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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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는 체력 게이지 대신 방사능 게이지가 있습니다. 적에게 맞지 않아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도 게이지는 계속 차오릅니다. 그리고 끝까지 차면 기체가 터집니다. 시간 자체가 적이라는 이 설정 하나가 게임 전체의 리듬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느긋하게 지형을 살피며 나아가는 안전한 플레이라는 것이 아예 성립하지 않습니다.
패스트파인더(Pastfinder)는 8878년, 방사능에 뒤덮인 행성들을 뒤져 유물과 타임캡슐을 찾아 기지로 가져오는 탐사대원이 되어 진행하는 종스크롤 액션 게임입니다. 화면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가운데 기체를 조종해 벽과 적을 피하고, 지상에 놓인 물건을 회수합니다. 레이저로 적을 쏠 수 있고, 장애물은 점프로 뛰어넘습니다.
방사능 게이지라는 장치
화면 아래쪽 게이지가 이 게임의 심장입니다.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눈금이 올라가고, 가득 차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그러니 이 게임의 목표는 두 개가 됩니다. 죽지 않는 것과 빨리 가는 것입니다. 보통 액션 게임에서는 이 둘이 같은 방향이지만, 여기서는 서로 밀어냅니다. 조심스럽게 가면 방사능에 죽고, 서두르면 벽에 박힙니다.
그나마 숨통을 틔워 주는 게 가끔 떠다니는 결정체입니다. 이걸 쏘면 방사능 수치가 조금 내려갑니다. 그래서 화면에 결정이 보이면 웬만하면 챙기는 게 좋습니다. 눈앞의 적을 잡는 것보다 이쪽이 우선입니다. 게이지가 절반을 넘어간 상태에서 결정을 한 번 놓치면 그 뒤가 급격히 조여 옵니다.
점프도 그냥 뛰는 동작이 아닙니다. 지상의 장애물을 넘기 위한 것이지만, 공중에 떠 있는 동안에는 지상의 물건을 주울 수 없습니다. 아무 데서나 점프를 남발하면 회수할 것을 지나쳐 버립니다. 언제 뛰고 언제 붙어 갈지를 구간마다 나눠 판단해야 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가장 흔한 실패는 게이지를 안 보는 것입니다. 화면 위쪽에서 흘러오는 적과 지형에 집중하다 보면 아래쪽 눈금을 잊게 되고, 어느 순간 경고도 없이 끝납니다. 한 구간을 지날 때마다 시선을 아래로 한 번 내리는 습관을 들이면 사고가 확 줄어듭니다.
다음은 욕심입니다. 유물이 위험한 자리에 놓여 있을 때가 있습니다. 벽 사이 좁은 틈이나 적이 지키는 자리 같은 곳입니다. 이걸 무리해서 챙기려다 시간을 잡아먹고, 그 대가로 방사능이 차오릅니다. 점수보다 생존이 먼저라면 어려운 자리의 물건은 과감히 버리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조작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방향과 사격, 점프가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이 쉽지 않게 느껴지는 건 매 순간 선택을 강요당하기 때문입니다. 쏠까 지나칠까, 주울까 넘어갈까, 이 결정들이 게이지와 직결됩니다.
액티비전이라는 배경
액티비전은 아타리 2600 시절부터 이름을 알린 미국 회사입니다. 아타리에서 나온 개발자들이 세운 곳이라, 게임 하나하나에 명확한 아이디어를 하나씩 심는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리버 레이드나 피트폴 같은 게임들이 그런 예입니다. 화면은 단순한데 그 안에 규칙 하나가 딱 박혀 있어서 계속하게 만드는 식입니다.
패스트파인더도 같은 결입니다. 화려한 것 없이 방사능 게이지라는 규칙 하나로 게임 전체를 끌고 갑니다. 이 게임은 원래 아타리 8비트 컴퓨터와 코모도어 64용으로 나왔고, MSX로도 옮겨졌습니다. 미국 홈컴퓨터 게임이 MSX로 넘어오던 시기의 흔적인 셈입니다.
1984년이라는 시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종스크롤 슈팅이 이제 막 자리를 잡아 가던 무렵인데, 이 게임은 거기에 시간 압박과 지형 통과라는 다른 축을 얹었습니다. 순수한 슈팅이라기보다 탐사와 회수에 가까운 진행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볼 때
짧은 판을 여러 번 반복하는 구조라 처음 잡아도 부담이 없습니다. 몇 번 죽으면서 어느 자리에 벽이 있고 결정이 어디쯤 뜨는지를 알아 가는 게 이 게임의 진행 방식입니다. 외워야 넘어가는 구간이 있으니 반복 자체가 손해가 아닙니다.
요령을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결정은 무조건 쏘고, 어려운 자리의 유물은 포기하고, 게이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합니다. 이 셋만 지켜도 처음 갔던 지점보다 훨씬 멀리 나아갑니다. 화면은 소박하지만 규칙이 분명해서 지금 켜도 무슨 게임인지 금방 이해되는 종류의 물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