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키 MSX
플리키 (Flicky) · 1985 · S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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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들이 줄줄이 따라옵니다
이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그 장면을 기억합니다. 파란 새 한 마리가 건물 안을 뛰어다니면 노란 병아리들이 하나씩 붙어 뒤를 따라오고, 방향을 틀 때마다 줄이 채찍처럼 출렁입니다. 다섯 마리쯤 달고 달릴 때의 그 꼬리가 이 게임의 인상 전부라 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그 줄은 아주 쉽게 끊깁니다. 고양이에게 부딪히면 병아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방금까지 완성돼 가던 줄이 한순간에 원점이 됩니다.
캐릭터가 귀엽지만 게임 자체는 은근히 냉정합니다. 병아리를 모으는 즐거움과 그걸 잃는 허탈함이 계속 번갈아 옵니다.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플리키(Flicky)는 파란 새 플리키를 조종해 흩어진 병아리를 모아 출구로 데려가는 플랫폼 액션입니다. 한 판은 여러 층으로 나뉜 건물이고, 층 사이에는 문이 뚫려 있습니다. 병아리는 층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뛰어다니며 하나씩 몸에 붙여야 합니다.
플리키는 점프는 하지만 층을 자유롭게 오르내리지는 못합니다. 문을 통과하거나 발판 끝에서 떨어지는 식으로 이동해야 해서, 위층의 병아리를 데리러 갈 때 어느 경로로 들어가 어느 경로로 나올지를 미리 그려 둬야 합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과 점프뿐이지만, 이 단순한 조작으로 층 구조를 계산하며 도는 것이 이 게임의 머리싸움입니다.
한 번에 데려가면 점수가 크게 붙습니다
병아리를 한 마리씩 출구로 옮겨도 판은 끝납니다. 하지만 여러 마리를 한 줄로 달고 한 번에 내보내면 점수가 크게 뜁니다. 여기서 고민이 생깁니다. 안전하게 두세 마리씩 나를 것인가, 전부 모아 한 방에 갈 것인가.
욕심을 내면 대개 후자를 택하는데, 줄이 길어질수록 위험이 커집니다. 뒤를 따라오는 병아리들은 내가 지나간 경로를 그대로 따라오므로, 내가 아슬아슬하게 피한 자리를 병아리는 못 피하는 상황이 생기지는 않지만, 대신 내가 방향을 급하게 바꾸면 줄이 넓게 휘어 고양이와 겹치기 쉽습니다. 처음에는 서너 마리 단위로 끊어 나르며 판 구조를 익히고, 익숙해진 뒤에 전체를 노리는 게 좋습니다.
고양이를 상대하는 방법
방해꾼은 고양이와 도마뱀입니다. 이들은 층을 돌아다니며 플리키를 쫓는데, 정면으로 닿으면 잔기가 하나 줄어듭니다. 다만 무방비인 것은 아닙니다.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 던지면 방해꾼을 잠시 치울 수 있습니다.
이 던지기를 언제 쓰느냐가 판을 좌우합니다. 물건은 수가 정해져 있으니, 눈에 보이는 대로 던지면 정작 병아리를 다 모아 출구로 향하는 마지막 순간에 쓸 게 없습니다. 가능하면 이동 중에는 피해서 다니고, 긴 줄을 끌고 출구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을 위해 한두 개는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또 하나, 고양이는 플리키를 향해 오는 성질이 있어서 어느 정도 유인이 됩니다. 병아리가 몰려 있는 층으로 고양이를 데려가면 곤란해지므로, 먼저 반대편으로 한 바퀴 끌고 간 다음 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식으로 거리를 벌리면 훨씬 수월합니다.
반복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
판 구조는 몇 가지 형태가 돌아가며 나오고, 진행할수록 방해꾼이 늘고 병아리가 더 흩어집니다. 구조 자체가 완전히 새로워지지는 않지만, 방해꾼 수가 늘면 같은 지형도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여유 있게 돌던 통로가 갑자기 위험 구간이 되고, 늘 쓰던 경로를 버리고 새 길을 찾아야 합니다.
중간에는 떨어지는 병아리를 받는 보너스 판이 끼어들어 긴장을 잠깐 풀어 줍니다. 이 짧은 쉬어 가는 구간이 있어서 긴 플레이가 덜 지칩니다.
오래 사랑받은 작은 게임
이 게임은 세가가 오락실용으로 내놓은 뒤 여러 기기로 옮겨졌고, MSX판도 그중 하나입니다. 기기 성능상 색과 소리는 단출해졌지만, 병아리를 줄줄이 달고 다니는 그 핵심 감각은 잘 남아 있습니다. 화면이 한 판 안에서 완결되는 구조라 작은 기기에 옮기기에도 잘 맞았던 셈입니다.
규칙이 한 줄로 설명되고, 잘하면 점수가 눈에 띄게 오르고, 실수하면 원인이 분명합니다. 오래된 게임이 지금 해도 재미있는 조건을 거의 다 갖춘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