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트리스
해트리스 (Hatris USA) · 1990 · Bullet-Proof Softw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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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스를 만든 사람이 모자로 만든 퍼즐
떨어지는 조각을 쌓는 퍼즐이라고 하면 대부분 같은 게임을 떠올립니다. 이 작품은 그 게임을 만든 사람이 직접 내놓은 다음 작품입니다. 그런데 떨어지는 것이 블록이 아니라 모자입니다. 실크해트, 야구모자, 왕관, 헬멧 같은 것들이 두 개씩 짝을 지어 위에서 내려옵니다.
이름부터가 모자와 그 퍼즐을 붙여 만든 말입니다. 규칙도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 보면 손에 오는 감각이 상당히 다릅니다. 회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해트리스(Hatris)는 화면 위에서 떨어지는 모자 두 개를 좌우로 옮겨 아래에 쌓고, 같은 종류를 세로로 다섯 개 겹치면 그 다섯이 사라지는 퍼즐 게임입니다. 조작은 좌우 이동, 빠르게 내리기, 그리고 짝지어 떨어지는 두 모자의 좌우 자리를 맞바꾸는 것이 전부입니다.
바닥은 여섯 칸으로 나뉘어 있고, 각 칸에 모자가 차곡차곡 쌓입니다. 어느 한 칸이 화면 위까지 차오르면 게임이 끝납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한 칸을 정리하는 일과 여섯 칸의 높이를 고르게 유지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모자 모양이 저마다 달라서 쌓이는 높이도 다릅니다. 납작한 것은 얇게 깔리고 챙 넓은 것은 자리를 많이 먹습니다. 큰 모자를 잘못 놓으면 그 칸이 순식간에 위험해집니다.
회전이 없다는 것
이 게임의 핵심은 조각을 돌릴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대신 두 모자의 좌우 자리를 바꿀 수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내려오는 짝의 조합을 보고 어느 칸과 어느 칸에 각각 떨어뜨릴지를 그 자리에서 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어려움이 하나 있습니다. 두 모자를 서로 다른 칸에 나눠 놓고 싶은데, 두 칸이 붙어 있지 않으면 나눠 놓을 수가 없습니다. 짝은 항상 나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원하는 조합이 나와도 자리가 안 맞아 엉뚱한 칸에 버리게 되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요령은 미리 판을 만들어 두는 것입니다. 다음에 무엇이 오는지 화면에 보이므로, 지금 짝을 놓을 때 다음 짝을 어디에 넣을지까지 함께 생각합니다. 특정 종류를 모으기로 정한 칸을 두세 개 정해 두고, 나머지 칸은 임시 보관소처럼 쓰는 식입니다.
실전에서 무너지는 이유
초보가 가장 흔히 무너지는 방식은 한 칸에 여러 종류를 뒤섞어 쌓는 것입니다. 종류가 섞이면 아래쪽 모자는 영영 못 지웁니다. 위에 쌓인 것을 다 치워야 아래가 드러나는데, 그럴 여유가 좀처럼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급하게 내리는 버릇입니다. 빠르게 떨어뜨리면 판이 빨리 도는 대신 실수한 자리를 고칠 기회가 없습니다. 속도가 붙기 전 초반에는 오히려 천천히 내려가는 시간을 이용해 다음 수를 정하는 게 낫습니다.
속도는 판이 올라갈수록 확실히 빨라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할 틈이 거의 없어집니다. 그때를 대비해 미리 원칙을 정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왼쪽 두 칸은 큰 모자만, 오른쪽 두 칸은 납작한 모자만 하는 식으로 자리를 고정해 두면, 급할 때 손이 먼저 움직입니다.
테트리스와 견주면
그 유명한 블록 퍼즐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합니다. 블록 퍼즐은 모양을 맞추는 공간 감각의 게임인데, 이쪽은 종류를 분류하는 게임입니다. 손보다 머리를 쓰는 쪽에 가깝고, 한 수 한 수가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대신 통쾌함은 덜합니다. 여러 줄을 한 번에 지우는 그런 순간이 없고, 다섯 개가 맞아 사라지는 조용한 정리가 반복됩니다. 그래서 폭발적인 재미보다는 판을 오래 유지하는 재미를 찾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국내에서는 이 게임이 널리 퍼지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사람이 만든 앞 작품의 그늘이 워낙 컸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복사팩에서 우연히 만나 규칙을 파악하고 나면, 생각보다 오래 붙들게 되는 종류의 퍼즐입니다. 모자 그림이 귀여워서 화면만 보고 눌러 봤다가 의외로 어려워 당황했다는 이야기도 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