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KSILGAME

가료 열전

가료 열전 (Garyo Retsuden Japan) · 1987 · Data East

방향버튼ASZX보조QERT동전Shift시작Enter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삼국지 장수가 손에서 기를 쏩니다

유비, 관우, 장비가 나옵니다. 그런데 창과 청룡언월도를 들고 싸우는 대신, 손바닥에서 에너지 덩어리를 뿜습니다. 무대도 우리가 아는 삼국지가 아닙니다. 거대한 괴물과 요술을 부리는 자들이 돌아다니는 세상이고, 여포에게 붙잡혀 간 공주를 구하러 세 형제가 나섭니다.

역사를 소재로 삼되 원작을 지킬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셈입니다. 1980년대 후반 일본 오락실 게임들이 즐겨 쓰던 방식인데, 익숙한 이름을 간판으로 걸고 안에서는 마음껏 상상을 펼치는 식입니다. 덕분에 시작 화면에서 기대하던 것과 실제 화면이 상당히 다릅니다.

가료 열전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87)

무엇을 하는 게임인가

가료 열전(Garyo Retsuden)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화면을 걸어 다니며 쏘는 액션 슈팅입니다. 화면이 위로 흐르고 플레이어는 그 안에서 여덟 방향으로 움직이며, 움직이는 방향 그대로 공격이 나갑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을 처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한 판의 흐름입니다.

비행기를 모는 슈팅과 달리 한 대 맞았다고 바로 죽지 않습니다. 세 번까지 버티고 네 번째에 쓰러집니다. 이 여유가 게임의 성격을 크게 바꿉니다. 총알 하나하나를 피하는 정밀한 게임이 아니라, 어느 정도 맞을 것을 각오하고 밀고 들어가는 게임이 됩니다.

시작할 때 세 사람 가운데 하나를 고릅니다. 성격이나 능력이 크게 다르지는 않고 주로 무기가 다릅니다. 그래도 쏘는 것의 모양과 뻗는 느낌이 달라서, 몇 판 해 보고 손에 맞는 쪽을 고르게 됩니다.

가료 열전 슈팅 게임 화면 2 - 오락실 (1987)

걸어 다니며 쏘는 게임의 요령

이 방식의 게임에서 가장 흔한 죽음은 뒤에서 맞는 것입니다. 화면이 위로 흐르니 자연스럽게 위만 보게 되는데, 적은 옆과 아래에서도 나옵니다. 한 방향만 보며 전진하면 어느새 포위됩니다.

요령은 화면 위쪽에 붙지 않는 것입니다. 아래쪽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 새로 나타나는 적이 다가올 시간이 생기고, 그동안 방향을 바꿔 가며 정리할 수 있습니다. 움직이는 방향이 곧 쏘는 방향이므로, 뒤로 물러나면서 아래를 정리하고 다시 올라가는 식의 왕복이 기본 리듬입니다.

세 번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믿고 무리하는 것도 함정입니다. 좁은 곳에서 적이 몰리면 세 번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자리를 잡아 두는 편이 낫고, 한 번 맞았다면 그때부터는 확실히 물러설 자리를 확보해야 합니다.

데이터 이스트라는 회사

이 게임을 만든 곳은 오락실에서 남다른 위치에 있던 회사입니다. 아주 큰 히트작을 여럿 낸 대형 업체는 아니었지만, 남들이 잘 안 하는 소재와 방식을 자주 시도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이스트의 게임들은 완성도에서 편차가 있어도 하나씩 기억에 남는 구석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걸어 다니며 쏘는 형식의 게임을 몇 편 만들었습니다. 닌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을 먼저 내놓았고, 이 게임은 그 계보를 삼국지 쪽으로 옮긴 것에 가깝습니다. 같은 시기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형식의 게임을 내놓고 있었으니, 하나의 유행이 있었다고 봐도 좋습니다.

이 게임은 일본 안에서만 나왔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오락실을 다니던 사람들에게는 이름조차 낯선 작품이고, 국내에서도 널리 놓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삼국지라는 간판

국내에서 삼국지는 유난히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소설로 읽고 만화로 보고 자란 사람이 많아서, 화면에 유비 관우 장비라는 이름이 뜨면 그것만으로 시선이 갑니다. 이런 게임이 어쩌다 오락실 한구석에 놓이면 아는 이름 때문에 한 번쯤 앉아 보게 됩니다.

다만 막상 해 보면 알고 있던 삼국지와는 딴판입니다. 손에서 나가는 기 덩어리와 화면을 채우는 괴물들 앞에서 원작을 떠올리기는 어렵습니다. 그 낙차가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역사 소재 게임이 고증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고, 이 시절에는 이름만 빌려다 마음껏 노는 쪽이 오히려 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