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거너스
갤럭시 거너스 (Galaxy Gunners) · 1989 · Electronic Devices Italy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이탈리아에서 만든 오락실 슈팅
오락실 게임의 원산지는 대개 일본 아니면 미국입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회사가 만든 아케이드 기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게임은 눈길이 갑니다. 밀라노에 있던 작은 회사가 1989년에 내놓은 슈팅이고, 유럽 바깥으로는 거의 나가지 않았습니다.
화면을 켜 보면 왜 이 게임이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도 짐작이 갑니다. 같은 해 일본 오락실에서 돌던 슈팅들과 견주면 그림도 소리도 한 세대쯤 뒤에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점이 지금 와서는 묘한 매력이 됩니다. 오락실 게임이 어디까지 퍼져 있었는지, 변방에서는 무엇을 만들고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표본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갤럭시 거너스(Galaxy Gunners)는 아래에서 위로 쏘아 올리며 적을 떨어뜨리는 종스크롤 슈팅입니다. 화면 아래쪽에 내 기체가 있고, 위쪽 멀리서 적이 대열을 지어 다가옵니다. 지평선이 있는 배경 위로 적이 작게 나타났다가 점점 커지며 내려오는 식이라, 평면적인 종스크롤과 달리 앞으로 날아가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조작은 아주 간단합니다. 레버로 좌우와 앞뒤를 움직이고 버튼으로 쏩니다. 무기를 여러 갈래로 키우거나 화면을 청소하는 폭탄 같은 것에 기대지 않고, 정확히 겨눠 맞히고 정확히 비켜서는 것만으로 승부를 봅니다.
2인용은 번갈아 하는 방식입니다. 한 사람이 죽으면 다음 사람에게 넘어가는, 오락실 초기부터 이어져 온 그 구조 그대로입니다.
겨냥과 거리
이 게임의 핵심은 거리를 읽는 것입니다. 적이 멀리 있을 때는 작게 보이고 가까워질수록 커지는데, 총알이 날아가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지금 적이 있는 자리가 아니라 잠시 뒤에 있을 자리를 향해 쏴야 맞습니다. 이 감각이 손에 익기 전까지는 분명히 겨눴는데 계속 빗나가는 일이 이어집니다.
적은 줄지어 내려오다가 어느 순간 대열을 흐트러뜨리며 달려듭니다. 이때 화면 한쪽 구석에 몰려 있으면 빠져나갈 길이 없어 그대로 부딪힙니다. 되도록 가운데 근처에 자리를 잡고 좌우 양쪽을 다 열어 두는 것이 오래 사는 요령입니다.
난이도는 판이 넘어갈수록 적이 빨라지고 내려오는 각도가 사나워지는 식으로 올라갑니다. 새로운 장치가 추가되기보다 같은 규칙을 더 빡빡하게 조이는 방식이라, 어느 순간부터는 순전히 손과 눈의 문제가 됩니다.
오래된 문법을 이어받은 게임
이 게임이 서 있는 자리는 1980년대 초 오락실을 채우던, 화면 아래에서 위로 쏘는 고정 화면 슈팅의 연장선입니다. 원근이 들어간 배경 위로 적이 밀려오는 구성도 그 시절 일본 오락실에서 유행하던 방식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1989년 기준으로는 이미 옛날 방식이었습니다.
같은 해 오락실에서는 무기를 겹겹이 키우고 옵션을 달고 화면을 뒤덮는 탄을 피하는 슈팅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 이 게임을 놓으면 확실히 소박합니다. 대신 규칙이 단순해서 처음 붙는 사람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바로 압니다. 배울 것이 없다는 것은 약점이자 장점입니다.
유럽에는 이런 식으로 아케이드 기판을 만들던 작은 회사가 여럿 있었습니다. 일본 회사들이 만든 인기작의 구조를 참고해 자기들 기판에 얹어 지역 오락실에 돌리는 방식이었고, 그렇게 나온 게임들은 대개 원산지 바깥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은 채 사라졌습니다.
지금 해 볼 만한 이유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봤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유럽 지역에서만 소량 돌았기 때문에 애초에 넘어올 통로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이 게임에 대한 추억담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대부분에게는 지금 처음 보는 게임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 판 해 볼 값은 있습니다. 오락실 슈팅이 세계 여기저기에서 어떤 모습으로 복제되고 변형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이면서, 규칙이 단순한 만큼 몇 분 만에 감을 잡고 바로 점수 다툼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짧게 붙었다 떼기 좋은 게임을 찾는다면 오히려 맞습니다. 외울 것도 준비할 것도 없고, 앉자마자 시작해서 몇 판 만에 자기 최고 점수가 나옵니다. 옛날 오락실의 가장 원초적인 재미가 그런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