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동서 십이지 이야기
고금동서 십이지 이야기 (Kokontouzai Eto Monogatari Japan) · 1994 · V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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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소 호랑이가 떨어지는 퍼즐
낙하형 퍼즐에 쓰이는 재료는 대개 색깔 있는 도형입니다. 네모, 동그라미, 알약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이 게임에서 떨어지는 것은 십이지 동물입니다. 쥐와 소와 호랑이와 토끼가 화면 위에서 내려옵니다. 제목에 붙은 십이지 이야기라는 말 그대로입니다.
소재를 이렇게 잡은 덕에 화면 인상이 독특합니다. 추상적인 블록을 맞추는 게 아니라 동물 얼굴을 맞추는 것이라, 같은 것을 찾는 눈이 색이 아니라 생김새를 따라갑니다. 처음에는 이게 더 헷갈립니다. 색은 한눈에 갈라지지만 동물 그림은 비슷한 것끼리 섞여 보이기 때문입니다. 익숙해지고 나면 오히려 이쪽이 더 잘 붙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고금동서 십이지 이야기(Kokontouzai Eto Monogatari)는 화면 위에서 내려오는 조각을 좌우로 옮기고 돌려서 아래에 쌓고, 같은 것을 조건에 맞게 모아 지워 나가는 낙하형 퍼즐입니다. 조각을 지우면 그 위에 얹혀 있던 것들이 아래로 내려앉고, 그러다 또 같은 것이 모이면 연달아 지워집니다. 이 연쇄가 이 장르의 핵심이자 점수의 원천입니다.
쌓인 것이 화면 꼭대기에 닿으면 끝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지우는 게임인 동시에 자리를 관리하는 게임입니다. 지금 눈앞의 조각을 처리하는 것과, 나중을 위해 화면 아래쪽을 비워 두는 것 사이에서 계속 저울질을 하게 됩니다.
2인 대전이 되고, 이 장르가 대개 그렇듯 크게 지우면 상대 쪽에 방해가 넘어갑니다. 혼자 할 때는 오래 버티는 게 목표지만 둘이 붙으면 상대를 먼저 무너뜨리는 게 목표가 되므로, 같은 규칙인데 플레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지점
낙하 퍼즐을 처음 잡는 사람의 공통된 실수는 보이는 대로 즉시 지우는 것입니다. 지울 수 있으면 지워 버리니 화면은 계속 깨끗한데, 점수가 안 오르고 대전에서도 안 이깁니다. 이 장르의 실력은 한 번에 얼마나 많이 지우느냐, 그리고 한 번 지운 것이 몇 단으로 이어지느냐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연쇄를 만들려면 지우는 것을 참고 미리 쌓아야 합니다. 위쪽에 A를 지울 수 있게 준비해 두고, 그 아래에 A가 사라지면 B가 맞물리도록 배치해 두는 식입니다. 처음에는 두 단만 이어져도 성공입니다. 두 단이 되면 세 단은 같은 원리를 한 번 더 얹는 것뿐입니다.
두 번째로 조심할 것은 한쪽에만 쌓는 습관입니다. 자리가 급해지면 사람은 편한 쪽으로만 놓게 되는데, 그러면 한쪽 기둥만 높아져서 정작 쓸 만한 조각이 왔을 때 넣을 데가 없어집니다. 초반에는 의식적으로 평평하게 까는 연습을 하면 후반이 훨씬 편해집니다.
세 번째는 다음 조각 미리보기를 안 보는 것입니다. 화면 한쪽에 다음에 올 것이 표시되는데, 그것을 보고 두 수를 묶어 생각하는 것과 한 수씩 처리하는 것은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1990년대 중반의 퍼즐 게임 시장
이 게임이 나온 시기는 오락실 퍼즐이 가장 붐비던 때입니다. 낙하형 퍼즐 하나가 크게 성공한 뒤로 여러 회사가 저마다 변형을 들고 나왔고, 오락실 한쪽에는 퍼즐 기계만 모아 놓은 자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규칙을 조금씩 비틀거나 소재를 새로 잡아야 했습니다.
이 게임이 택한 것은 소재 쪽입니다. 십이지라는 동양의 익숙한 틀을 가져와 캐릭터를 세우고 화면을 꾸몄습니다. 규칙으로 승부하기보다 인상으로 자리를 잡으려 한 셈인데, 퍼즐 게임이 워낙 많던 시절에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지금 해 보면
비스코는 크지 않은 회사였고 이 게임도 널리 알려진 물건은 아닙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흔히 보이던 축도 아닙니다. 그래서 지금 켜 보면 어디서 본 듯하면서도 낯선 느낌이 드는데, 낙하형 퍼즐을 여러 개 해 본 사람일수록 그 미묘한 차이가 재미있게 다가옵니다.
한 판이 짧고 규칙 설명도 필요 없으니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십이지 그림을 눈에 익히는 데 몇 판 걸리지만, 그 고비만 넘기면 손이 알아서 움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