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완게
구완게 (Guwange Japan Master Ver 990624) · 1999 ·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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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부리는 탄막
케이브 슈팅 게임 대부분은 비행기를 몹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사람이 하늘을 날고, 그 옆에 시키가미라 불리는 커다란 그림자가 따라다닙니다.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이 그림자가 화면 어디로든 뻗어 나가 적을 붙잡습니다. 붙잡힌 적은 움직임이 느려지고, 그 상태로 부수면 점수가 크게 불어납니다. 탄막 슈팅에 조준이라는 개념을 통째로 새로 집어넣은 장치입니다.
이 시키가미가 이 게임을 다른 케이브 작품과 완전히 다른 물건으로 만듭니다. 보통 탄막 슈팅은 앞으로 쏘면서 피하는 게 전부인데, 여기서는 그림자를 어디에 붙여 놓느냐가 매 순간의 판단이 됩니다. 그림자를 뻗는 동안 자기 몸은 느려지기 때문에, 점수를 벌 것인가 안전하게 피할 것인가를 계속 저울질하게 됩니다.
어떤 게임인가
구완게(Guwange)는 케이브가 1999년에 내놓은 세로 화면 탄막 슈팅 게임입니다. 배경은 전국시대 일본이고, 요괴와 무사가 뒤섞인 화면 속을 사람이 걸어 다니듯 날아다닙니다. 우주선과 외계인이 나오던 당시 슈팅 게임들 사이에서 이 분위기는 대단히 튀었습니다.
기본 조작은 이동, 발사, 그리고 시키가미 조작입니다. 발사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앞으로 탄을 쏘고, 시키가미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그림자가 조종간을 따라 화면 위를 미끄러집니다. 이때 자기 캐릭터는 그 자리에서 거의 멈춰 있게 되므로, 그림자를 부리는 동안은 스스로 피하는 능력을 상당 부분 포기하는 셈입니다.
플레이어는 세 명 중 하나를 고릅니다. 각자 시키가미의 모양과 공격 성질이 달라서, 넓게 훑는 쪽과 한 점에 집중하는 쪽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탄이 넓게 퍼지는 쪽이 편하고, 점수를 노리기 시작하면 한 점에 화력이 몰리는 쪽이 손에 붙습니다.
점수 체계가 곧 게임
이 게임의 진짜 몸통은 점수 체계입니다. 시키가미로 적을 붙잡아 두면 그 적을 부술 때 배율이 붙고, 여러 적을 한 번에 묶어 두었다가 연쇄로 부수면 그 배율이 계속 쌓입니다. 그래서 고수의 화면과 초보의 화면은 같은 스테이지인데도 전혀 달라 보입니다. 초보는 적을 보이는 대로 지우고, 고수는 부술 수 있는 적을 일부러 살려 두고 그림자로 묶어 둡니다.
여기서 이 게임 특유의 긴장이 나옵니다. 적을 오래 살려 둘수록 점수는 올라가지만, 살아 있는 적은 계속 탄을 뿌립니다. 화면이 감당 못 할 만큼 두꺼워지기 직전에 한꺼번에 정리해야 하는데, 그 한 박자를 놓치면 그대로 갇혀 죽습니다. 점수를 노리는 행위 자체가 위험을 만드는 구조라, 욕심과 생존이 늘 맞붙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이 체계를 무시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키가미를 점수 도구가 아니라 방어 도구로 쓰는 것입니다. 눈앞에서 탄을 뿌리는 적 하나를 그림자로 붙잡아 두면 그 적의 공격이 느슨해지고, 그 사이에 자리를 옮길 수 있습니다. 이 용법만 익혀도 진행 거리가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막히는 지점과 요령
탄막 슈팅을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하는 실수는 화면 전체를 보려는 것입니다. 케이브 게임의 피격 판정은 캐릭터 그림보다 훨씬 작아서, 실제로 봐야 하는 것은 자기 몸의 한 점과 그 주변뿐입니다. 눈을 자기 캐릭터에 붙여 두고 주변 탄의 흐름만 보면, 겉보기에 도저히 못 지날 것 같던 벽에도 길이 보입니다.
두 번째는 화면 아래쪽에만 붙어 있는 습관입니다. 아래에 숨어 있으면 탄이 퍼질 시간이 길어져 오히려 피할 공간이 좁아집니다. 탄이 나오는 지점에 가까울수록 탄 사이 간격이 넓기 때문에, 익숙해질수록 화면 중간까지 올라가 싸우게 됩니다. 이 게임은 시키가미로 적을 붙잡는 행동 자체가 앞으로 나가야 유리한 구조라, 전진하는 습관이 특히 중요합니다.
난이도는 후반 스테이지의 보스전에서 크게 튑니다. 보스가 뿌리는 탄이 겹겹이 쌓이는 구간에서는 반사 신경보다 미리 자리를 잡아 두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탄이 나오기 전에 화면의 어느 쪽으로 갈지 정해 두고, 정해 둔 방향으로만 움직이면 헛도는 일이 줄어듭니다.
케이브라는 회사, 그리고 이 게임의 자리
케이브는 원래 탄막 슈팅이라는 형식을 자리 잡게 만든 회사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운 탄을 작은 판정으로 헤쳐 나가는 방식이 이 회사 손에서 정립됐고, 이후 수많은 게임이 그 문법을 따랐습니다. 이 게임은 그 초기 계보에 속하면서도 소재와 조작에서 가장 멀리 나간 작품입니다.
같은 회사의 다른 대표작들이 기계와 우주를 그렸다면, 이 게임은 두루마리 그림 같은 화면과 요괴를 내세웠습니다. 화면 색감이 어둡고 음악도 국악기 소리를 섞어 놓아서, 슈팅 게임을 여럿 해 본 사람일수록 이 게임의 분위기를 특별하게 기억합니다. 그 대신 대중적인 인기는 상대적으로 덜했고, 국내 오락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기계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국내 오락실은 대전 격투 게임이 자리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고, 탄막 슈팅은 아는 사람만 붙는 구석 장르였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을 오락실에서 직접 만난 사람보다, 나중에 이름을 듣고 찾아 해 본 사람이 더 많습니다. 지금은 설치 없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돌려 볼 수 있으니, 탄막 슈팅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면 시작점으로 삼기에 나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