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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 투리스모

그란 투리스모 (Gran Turismo) · 1997 · S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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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부터 따야 한다

레이싱 게임을 켰는데 대회에 나갈 수가 없습니다. 먼저 면허 시험을 봐야 합니다. 정해진 구간에서 정지선에 정확히 멈추고, 코너를 기준 시간 안에 돌아 나가는 과제를 하나씩 통과해야 다음 대회의 문이 열립니다. 처음에는 왜 이런 걸 시키나 싶다가, 시험을 통과할 무렵에는 브레이크를 언제 밟아야 하는지 몸이 알게 됩니다.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는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나온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입니다. 실제 자동차 회사의 차량을 그대로 담고, 차마다 다른 무게와 구동 방식, 출력을 주행에 반영했습니다. 아케이드 레이싱과 달리 벽에 부딪히며 달리는 게 통하지 않는 게임입니다.

그란 투리스모 레이싱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7)

차를 사고 고친다

중고차 매장과 신차 매장이 따로 있습니다. 처음에는 돈이 없어 값싼 소형차를 사고, 대회에서 상금을 벌어 부품을 하나씩 붙입니다. 흡배기, 터보, 서스펜션, 타이어, 무게 줄이기까지 손댈 곳이 많고, 어떤 순서로 손보느냐에 따라 같은 차가 완전히 다르게 달립니다.

출력만 올린다고 빨라지지 않는 것도 이 게임이 가르쳐 주는 부분입니다. 힘만 세진 차는 코너에서 미끄러져 나가 오히려 기록이 나빠집니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을 함께 손봐야 그 힘을 쓸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동차의 구조를 조금씩 알게 됩니다.

코스와 주행

코스는 시가지, 해안 도로, 고속 서킷 등으로 나뉘고, 각각 요구하는 성격이 다릅니다. 직선이 긴 코스에서는 최고 속도가 중요하고, 굽이가 이어지는 코스에서는 코너를 빠져나오는 힘이 중요합니다. 같은 차로 여러 코스를 돌아 보면 그 차가 어디에 맞는지 보입니다.

주행 감각도 아케이드 게임과 다릅니다. 브레이크를 늦게 밟으면 코너 밖으로 밀려 나가고, 급하게 방향을 꺾으면 뒤가 흘러나갑니다. 코너 앞에서 미리 속도를 줄이고, 안쪽을 스치듯 지나 가속하는 기본기를 익혀야 기록이 줄어듭니다.

모으는 게임이기도 하다

등장하는 차의 수가 대단히 많습니다. 대회마다 참가 조건이 붙어 있어서, 특정 배기량이나 구동 방식의 차가 없으면 나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차고를 채워 나가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됩니다.

상금을 모아 다음 차를 사고, 그 차로 더 큰 대회에 나가 더 큰 상금을 버는 순환이 이 게임의 뼈대입니다. 어떤 차를 사서 어떻게 키울지 계획하는 과정이 레이싱만큼이나 재미있습니다.

남긴 자리

이 작품은 레이싱 게임을 대하는 방식을 바꿔 놓았습니다. 실제 차량을 그대로 담고 주행 특성을 재현한다는 접근이 이후 수많은 게임의 기준이 되었고, 시리즈 자체도 오래 이어졌습니다.

국내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임입니다. 차를 잘 모르던 사람이 이 게임 때문에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흔할 만큼, 게임 밖으로도 영향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