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료쿠 코죠 이인카이
노료쿠 코죠 이인카이 (Nouryoku Koujou Iinkai) · 1995 · Te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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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향상 위원회라는 이름
오락실 기계에 붙은 이름치고는 딱딱합니다. 제목을 그대로 옮기면 능력 향상 위원회입니다. 회사 회의실이나 학교 게시판에 붙어 있을 법한 말인데, 그런 말을 오락실 화면에 큼직하게 띄워 놓은 것이 이 게임의 첫인상입니다. 퀴즈 게임의 제목에는 이런 식으로 진지한 척하는 작명이 종종 있었습니다. 노는 자리에서 공부하는 시늉을 하는 어긋남 자체가 농담이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내용도 무겁지 않습니다. 상식과 잡학을 두루 묻는 문제들이 이어지고, 화면은 밝고 가볍습니다. 제목만 근엄할 뿐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노료쿠 코죠 이인카이(Nouryoku Koujou Iinkai)는 화면에 뜨는 문제를 제한 시간 안에 풀어 나가는 오락실 퀴즈 게임입니다. 보기 가운데 답을 골라 확정하면 되고, 맞히면 앞으로 나아가며 정해진 횟수 이상 틀리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같은 문제를 놓고 겨루는 방식도 지원합니다.
조작은 레버로 보기를 고르고 버튼으로 확정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반사신경이나 손가락 속도는 거의 필요 없고, 대신 문제를 읽고 판단하는 속도가 곧 실력이 됩니다. 아케이드 게임 가운데 가장 조작이 단순한 축에 듭니다.
퀴즈 게임을 잘하는 방법
퀴즈 게임에서 잘하는 사람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그 기판을 많이 돌려 본 사람인 경우가 흔합니다. 기판 안에는 정해진 문제 묶음이 들어 있어서, 여러 판 하다 보면 같은 문제가 다시 나옵니다. 틀렸을 때 화면에 뜨는 정답을 눈여겨 두면 다음 판부터 그만큼 유리해집니다. 처음 몇 판은 점수를 포기하고 문제를 외우는 데 쓰는 편이 결과적으로 빠릅니다.
두 번째 요령은 망설이지 않는 것입니다. 시간이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답을 알아도 손이 한 박자 늦으면 놓칩니다. 확실한 문제는 곧바로 누르고, 모르는 문제는 오래 붙잡지 말고 빨리 찍고 넘어가는 편이 오래 버티는 길입니다. 남은 시간을 아는 문제에 쓰는 것이 이 장르의 기본 전략입니다.
난이도는 대개 후반에 튀어 오릅니다. 앞부분은 누구나 알 만한 상식을 묻지만 뒤로 갈수록 세부적인 것을 파고듭니다. 이 구간부터는 아는 문제만 확실히 챙기고 나머지는 운에 맡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이유
문제와 보기가 모두 일본어라, 글을 읽지 못하면 진행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손을 대 볼 방법은 있습니다. 문제 문장을 통째로 해석하려 들지 말고, 보기 네 개에서 아는 고유명사를 먼저 찾은 다음 문제에서 눈에 띄는 단어 한둘만 연결해 보는 것입니다. 완전한 이해가 아니어도 정답률은 제법 올라갑니다.
국내 오락실에서 일본어 퀴즈 기판이 널리 퍼지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슈팅이나 격투는 말 한 줄 없이도 누구나 붙잡을 수 있었지만, 퀴즈는 글을 읽지 못하면 첫 화면에서 막힙니다. 게다가 문제 자체가 그 나라의 상식과 유행에 기대기 때문에, 번역을 해도 그대로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장르는 일본 안에서 한 시대를 이루고도 바깥으로는 거의 나가지 못했습니다.
테크모와 1995년의 오락실
테크모는 오락실에서 축구와 미식축구를 다룬 스포츠 게임, 그리고 액션 게임으로 이름을 알린 회사입니다. 가정용 쪽에서는 닌자 계열 액션으로 잘 알려져 있고, 이후에는 격투 게임 쪽으로도 손을 뻗습니다. 그런 회사가 1990년대 중반에 퀴즈 기판을 내놓은 것은, 당시 일본 아케이드 업계에서 퀴즈물이 하나의 확실한 장사 품목이었기 때문입니다.
개발비가 액션 기판보다 훨씬 적게 들고, 한 판이 짧아 회전이 빠르며, 손님이 자기 실력을 확인하고 싶어 다시 앉는 성질이 있었습니다. 문제만 새로 채우면 다음 작품이 되는 구조라 여러 회사가 앞다투어 뛰어들었고, 한 시기 동안 오락실 한쪽을 차지했습니다.
1995년이면 그 유행이 정점을 지나고 있던 무렵입니다. 곧이어 리듬 게임과 대형 체감 기기가 오락실의 중심을 가져가면서 퀴즈 기판은 조용히 물러납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한 장르가 저물기 직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 켜 보면 화려한 구석은 없지만, 그 시절 오락실이 어떤 것으로 채워져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로는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