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
초코 (Choko 010820 Japan) · 2001 · Mitc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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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기계 한 대
오락실이 시끄러울수록 이런 기계가 하나쯤 필요합니다. 폭발음도 없고 시간에 쫓기는 압박도 크지 않습니다. 화면에는 패가 잔뜩 쌓여 있고, 그중에서 같은 짝을 찾아 둘씩 지워 나가면 됩니다. 그런데 막상 앉으면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어렵습니다. 분명히 어딘가에 짝이 있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고, 찾았다 싶어 지우고 나면 아래에 있던 패가 드러나면서 판이 또 달라집니다.
Choko는 미첼이 2001년에 내놓은 패 맞추기 퍼즐 게임입니다. 흔히 상하이 계열이라고 부르는 방식으로, 여러 층으로 쌓인 패 더미에서 조건에 맞는 짝을 골라 지워 판을 비워 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 사람이 차분히 붙잡고 하는 게임이라 오락실에서도 구석 자리가 잘 어울립니다.
규칙은 단순합니다
기본 규칙은 두 가지뿐입니다. 무늬가 같은 패 두 장을 고르면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아무 패나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른 패에 눌려 있거나 양옆이 막힌 패는 집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짝이 있어도 지금 당장 지울 수 없는 경우가 계속 생깁니다.
이 제약이 이 장르의 전부라고 해도 됩니다. 짝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순서로 지우느냐입니다. 위에 얹힌 패를 먼저 걷어 내야 아래가 열리고, 잘못된 순서로 지우면 같은 무늬 넉 장이 서로를 막아 판이 잠겨 버립니다. 겉보기에는 짝 맞추기지만 실제로는 순서를 계획하는 게임입니다.
시간 제한도 있습니다. 마냥 들여다볼 수는 없으니 눈으로 훑는 속도도 실력에 들어갑니다. 남은 시간이 줄어들면 조급해지고, 조급해지면 눈앞의 짝부터 지우게 되고, 그러다 판이 잠깁니다. 이 게임의 실패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옵니다.
잘하는 요령
첫 번째 요령은 위층부터 정리하는 것입니다. 높이 얹힌 패는 아래 여러 장을 동시에 막고 있으므로, 이것부터 걷어 내면 선택지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반대로 가장자리에 홀로 놓인 패는 언제든 지울 수 있으니 급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같은 무늬 네 장의 위치를 한꺼번에 보는 것입니다. 두 장만 보고 지웠다가 남은 두 장이 서로 막고 있는 자리에 놓여 있으면 그대로 막힙니다. 지우기 전에 나머지 두 장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판이 잠기는 일이 크게 줄어듭니다.
세 번째는 힌트에 기대지 않는 것입니다. 도움 기능이 있더라도 그것이 알려 주는 짝이 지금 지워야 할 짝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급할 때만 쓰고, 평소에는 스스로 순서를 세우는 편이 결국 더 멀리 갑니다.
미첼이라는 회사
미첼은 캡콤에서 나온 사람들이 세운 회사로, 아케이드 퍼즐과 아이디어 게임 쪽에서 이름을 남겼습니다. 화면 가득한 풍선을 터뜨리는 게임, 공을 굴려 같은 색을 이어 없애는 게임처럼 한 가지 규칙을 끝까지 밀어붙인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이 게임도 같은 성격입니다. 새로운 장치를 늘리기보다 익숙한 규칙을 깔끔하게 다듬어 놓았습니다.
2001년이면 오락실이 이미 크게 기울던 때입니다. 큰 기판과 화려한 3차원 게임이 주도권을 잡은 시기에, 이렇게 조용한 퍼즐 기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조금 특별합니다. 사람이 몰리는 게임은 아니지만 붙잡으면 오래 앉게 되는 부류라, 이런 기계는 한 대만 있어도 제 몫을 했습니다.
그림도 눈이 편합니다. 패의 무늬가 또렷하게 구분되도록 그려져 있어서 화면을 오래 들여다봐도 피로가 덜하고, 짝을 찾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퍼즐 게임에서 이런 부분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조작감에 직접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지금 해 보면
퍼즐 게임의 좋은 점은 세월을 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조작법을 몰라도 화면만 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고, 한 판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한 판 더 하게 됩니다. 실력이 늘고 있다는 감각도 분명해서, 처음에는 손도 못 대던 배치가 몇 판 지나면 순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짧게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잘 맞는 게임입니다. 반사신경도 필요 없고 외워야 할 패턴도 없습니다. 그냥 화면을 천천히 훑고, 위에 얹힌 것부터 하나씩 걷어 내면 됩니다.
혼자 하는 게임이지만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잘 찾아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 장르의 특징입니다. 화면을 직접 조작하는 사람은 한 곳에 시선이 묶이기 쉬운데, 구경하는 쪽은 전체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둘이 앉아 같이 찾으면 훨씬 멀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