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트라다무스
노스트라다무스 (Nostradamus Korea) · 1993 · 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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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스크롤 슈팅에서 뒤는 늘 사각지대입니다. 위만 보고 쏘다가 아래쪽으로 돌아 들어온 적에게 당하는 일이 흔한데, 이 게임은 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기체 뒤에 에너지 방벽을 만들어 두는 장치가 있어서, 충전해 놓으면 뒤에서 오는 공격을 막아 줍니다. 슈팅 게임에서 방패라는 개념 자체가 흔치 않은 데다, 그것이 하필 뒤를 지킨다는 점이 이 게임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는 페이스가 내놓은 종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화면이 위로 흐르는 가운데 플레이어는 기체 하나를 몰고 적을 처리하며 나아가고, 스테이지 끝에서 보스와 맞붙습니다. 예언자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만큼 신비로운 분위기의 배경과 연출이 깔려 있습니다. 총 아홉 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기체, 완전히 다른 성격
1인용 기체와 2인용 기체는 이름만 다른 것이 아니라 성능이 확실히 갈립니다. 1인용 쪽은 기동이 빠르고 탄이 넓게 퍼지며 뒤쪽까지 감싸듯 도는 궤도를 그립니다. 대신 한 방의 위력은 약합니다. 반대로 2인용 쪽은 조금 느린 대신 앞으로 나가는 화력이 훨씬 셉니다.
이 차이가 실제 플레이를 크게 바꿉니다. 빠르고 넓게 퍼지는 쪽은 잡몹이 사방에서 밀려오는 구간에서 강합니다. 화면을 넓게 훑어 정리할 수 있고 기동이 빨라 피하기도 편합니다. 다만 보스전에서는 화력이 모자라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만큼 오래 버텨야 합니다.
앞으로 쏘는 화력이 센 쪽은 정반대입니다. 보스를 빠르게 깎아 낼 수 있어 위험한 구간을 짧게 끊을 수 있지만, 옆이나 뒤에서 들어오는 적에 대한 대응이 약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잡몹 구간에서 덜 죽는 쪽이 결국 오래 가므로 기동이 빠른 기체를 권할 만합니다.
뒤를 지키는 장치와 두 가지 파장
이 게임의 특징적인 장치는 기체에 붙는 보조 시스템입니다. 켜 두고 충전하면 기체 뒤쪽에 에너지 방벽이 생겨 뒤에서 오는 공격을 막아 줍니다. 그리고 충전된 것을 터뜨리면 색에 따라 다른 공격이 나갑니다.
파란색은 화면 세로 전체를 관통하는 굵은 광선입니다. 앞에 놓인 것을 한 줄로 밀어 버리는 성격이라, 보스처럼 정면에 버티고 있는 대상에게 특히 잘 듭니다. 붉은색은 불꽃 날개가 좌우로 넓게 펼쳐지는 형태로, 화면을 가로로 쓸어 냅니다. 좌우에서 몰려 들어오는 잡몹을 한 번에 정리할 때 씁니다.
이 둘을 상황에 맞게 나눠 쓰는 것이 이 게임의 핵심 기술입니다. 무작정 충전해서 아무 때나 터뜨리면 위력을 반도 못 씁니다. 잡몹이 밀려드는 구간이 오기 전에 가로형을, 보스 방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세로형을 준비해 두는 식으로 미리 계산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방벽이 필요한 구간이라면 아예 터뜨리지 않고 그대로 두르고 가는 판단도 필요합니다.
파워업과 막히는 지점
무기는 보라색 결정을 모아 강화하며, 여러 단계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최대 단계에 가까워지면 화면 정리 속도가 확연히 달라지므로, 초반 스테이지에서 결정을 부지런히 챙겨 두는 것이 이후 진행을 크게 좌우합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가장 자주 막히는 것은 중반 이후 적탄의 속도가 빨라지는 구간입니다. 이 게임의 탄은 조준해서 날아오는 성격이 강해, 한자리에 머무르면 그대로 맞습니다. 계속 조금씩 움직이면서 적탄이 향할 자리를 미리 비워 두는 것이 기본 대응입니다.
보스전에서는 패턴을 외우는 것이 답입니다. 이 게임의 보스는 여러 형태로 변하며 공격 방식을 바꾸는데, 형태가 바뀌는 순간에 안전한 자리도 함께 바뀝니다. 이전 형태에서 통하던 자리를 그대로 지키다가 당하는 일이 잦으므로, 변화가 보이면 일단 화면 중앙 아래로 물러나 상황을 확인하는 습관이 안전합니다.
페이스라는 회사와 93년의 슈팅
페이스는 아케이드와 가정용 양쪽에 작품을 낸 일본 회사입니다. 대형 제작사는 아니었고, 이 게임 역시 개발은 다른 회사가 맡고 페이스가 내놓은 형태였습니다. 90년대 초반 아케이드 업계에는 이런 분업이 흔했습니다. 개발 인력이 작은 회사에 모여 있고 유통과 판매는 다른 곳이 맡는 구조였습니다.
1993년은 오락실의 무게중심이 대전 격투로 크게 기울던 해입니다. 슈팅 게임은 여전히 나왔지만 예전만큼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고, 그래서 이 시기의 슈팅들은 저마다 하나씩 개성적인 장치를 걸고 나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뒤쪽 방벽과 두 가지 파장 역시 그런 차별화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예언자를 제목으로 삼은 세계관도 이 시기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90년대에는 종말과 예언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대중문화 전반에서 자주 다뤄졌고, 이 게임의 배경 연출도 그런 감각 위에 놓여 있습니다. 기계 병기가 아니라 신비로운 형상의 적들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오락실에서의 자리
국내 오락실에서 이 게임은 대작 슈팅들 사이에 조용히 끼어 있던 부류였습니다. 크게 이름을 알린 작품은 아니었지만, 슈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뒤를 막는 방벽이라는 독특한 장치로 기억되는 편입니다.
난이도는 그 시절 슈팅치고 지나치게 가혹하지는 않습니다. 후대의 탄막 슈팅처럼 화면이 탄으로 가득 차지 않고, 피할 자리가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슈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아홉 스테이지의 구성을 따라가며 장르를 익히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두 기체의 성격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한쪽으로 몇 판 돌고 다른 쪽으로 바꿔 보면 같은 스테이지가 전혀 다른 게임처럼 느껴지는데, 그 대비를 확인해 보는 것만으로도 몇 판을 더 잡게 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