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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데몬 크리스탈

더 데몬 크리스탈 (Demon Crystal the) · 1986 · Dem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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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라고는 개수가 정해진 폭탄뿐입니다. 적을 만나면 때릴 방법이 없고, 폭탄을 아껴 두지 않으면 나중에 길을 뚫지 못해 갇힙니다. 이 게임이 액션처럼 보이면서 실제로는 퍼즐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몸을 얼마나 잘 놀리느냐보다, 이 층에서 폭탄을 몇 개 써도 되는지를 계산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더 데몬 크리스탈(The Demon Crystal)은 용사 아레스가 마물의 마을에 갇힌 공주를 구하러 들어가는 액션 퍼즐 게임입니다. 스테이지마다 열쇠가 흩어져 있고, 이 열쇠로 잠긴 곳을 열어 나가면서 출구를 여는 큰 열쇠를 찾아내면 다음 판으로 넘어갑니다. 전체 서른 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더 데몬 크리스탈 퍼즐 게임 화면 1 - MSX (1986)

열쇠와 문이 만드는 구조

이 게임의 핵심은 열쇠를 어떤 순서로 쓰느냐입니다. 열쇠는 손에 들어오는 대로 아무 문에나 쓸 수 있는데, 잘못 쓰면 정작 필요한 문 앞에서 열쇠가 없어 되돌아 나와야 합니다. 스테이지를 처음 들어가면 먼저 어디에 문이 있고 어디에 열쇠가 있는지부터 눈으로 훑는 것이 좋습니다.

문 뒤에 또 문이 있는 배치가 자주 나옵니다. 안쪽까지 들어갔다가 열쇠가 모자라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기므로, 확실히 필요한 길이 아니면 문을 여는 것을 미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패를 몇 번 겪으면서 각 판의 정답 순서를 몸으로 외워 나가는 것이 이 게임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더 데몬 크리스탈 퍼즐 게임 화면 2 - MSX (1986)

폭탄이라는 유일한 무기

폭탄은 놓으면 잠시 뒤 불길로 터지고, 근처의 적 여럿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수가 정해져 있어서 적을 볼 때마다 던지면 금세 바닥납니다. 적은 대체로 정해진 길을 오가므로, 굳이 없앨 필요 없이 타이밍만 맞춰 지나가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폭탄을 정말 써야 할 때는 적이 좁은 통로를 막고 있어서 도저히 지나갈 수 없을 때, 그리고 여러 마리가 한곳에 몰려 있어 한 방으로 정리하는 것이 이득일 때입니다. 이 두 경우가 아니면 아끼는 쪽이 거의 항상 옳습니다.

자기가 놓은 폭탄에 자기가 맞는 것도 초보자가 자주 겪는 사고입니다. 폭발 범위가 생각보다 넓으니 놓고 나서 반드시 몇 걸음 물러서야 하고, 막다른 골목에서는 아예 놓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난도가 튀는 지점

앞쪽 판은 지형이 넓고 적이 적어서 실수해도 회복할 여지가 있습니다. 중반을 넘어가면 통로가 좁아지고 적의 이동 경로가 서로 겹치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한 번의 판단 실수가 그대로 죽음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여러 방향에서 적이 몰려드는 교차 지점이 고비입니다. 이런 곳은 뚫고 지나가려 하지 말고, 적이 한쪽으로 몰릴 때까지 안전한 구석에서 기다렸다가 한 번에 통과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조급함이 가장 큰 적입니다.

시리즈와 계보

이 작품은 이후 여러 기종으로 이어진 데몬 크리스탈 계열의 출발점에 해당합니다. 열쇠와 폭탄이라는 두 가지 도구로 미로를 풀어 나가는 골격은 후속작에서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같은 시기 유행하던 화면 고정형 액션에 자원 관리라는 요소를 얹은 것이 이 계열의 특징입니다.

폭탄으로 길을 내고 적을 정리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시기의 여러 폭탄 게임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게임은 폭탄으로 벽을 부수며 나아가는 쪽이 아니라 열쇠와 문이 만든 구조를 푸는 쪽에 무게를 둡니다. 그래서 실제로 해 보면 액션보다 퍼즐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서의 자리

MSX 카트리지 게임 가운데 이런 미로형 액션은 문방구와 대여점을 통해 꽤 널리 돌았습니다. 일본어를 몰라도 열쇠와 문이라는 그림만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언어의 벽이 거의 없었던 것도 이유입니다.

지금 다시 해 보면 판마다 정답에 가까운 순서가 있다는 점이 오히려 신선합니다. 반사신경으로 밀어붙이는 게임이 아니라 몇 번 죽어 가며 지도를 외우는 게임이고, 그 외우는 과정 자체가 재미의 본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