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버트 MSX
큐버트 (Q Bert) · 1986 · Kona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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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으로만 움직이는 코주부
화면에 정육면체를 쌓아 만든 피라미드가 비스듬히 놓여 있고, 그 꼭대기에 코가 큰 주황색 생물이 앉아 있습니다. 방향키를 위로 밀면 위가 아니라 오른쪽 위 대각선으로 뜁니다. 이 한 가지가 처음 하는 사람을 가장 많이 죽입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손이 안 따라갑니다. 화면은 3차원처럼 보이는데 조작은 대각선 네 방향이라, 급한 순간이면 반사적으로 엉뚱한 방향을 밀어 피라미드 밖으로 떨어집니다. 그 좌절 때문에 오히려 계속 붙잡게 되는 게임입니다.
어떤 게임인가
큐버트(Q*bert)는 정육면체 스물여덟 개로 쌓인 피라미드의 모든 윗면 색을 목표색으로 바꾸면 한 판이 끝나는 게임입니다. 주인공이 밟은 칸은 색이 바뀝니다. 아직 안 밟은 칸을 찾아 뛰어다니는 것이 전부입니다.
조작은 대각선 네 방향뿐입니다. 왼쪽 위, 오른쪽 위, 왼쪽 아래, 오른쪽 아래. 피라미드 가장자리에서 바깥쪽으로 뛰면 그대로 허공으로 떨어져 한 목숨을 잃습니다. 그래서 남은 칸을 어떤 경로로 훑을지 미리 그려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에 방해꾼이 계속 내려옵니다. 위에서 굴러 내려오는 공, 쫓아다니는 뱀, 밟은 칸의 색을 되돌려 놓는 훼방꾼들이 있습니다. 색칠과 회피를 동시에 해야 하니, 퍼즐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순발력이 필요한 액션입니다.
원반과 뱀
피라미드 양옆에는 떠 있는 원반이 몇 개 있습니다. 가장자리에서 바깥으로 뛰면 보통은 추락이지만, 원반이 있는 자리라면 원반에 올라타 꼭대기로 실려 갑니다. 이게 유일한 탈출구입니다.
뱀은 이 원반과 짝을 이루는 장치입니다. 뱀이 붙어 쫓아올 때 원반으로 뛰어들면, 뱀은 그대로 따라 뛰다가 아래로 떨어져 사라집니다. 이 한 수를 알기 전과 후의 생존율이 완전히 다릅니다. 다만 원반은 한 번 쓰면 없어지므로, 판 초반에 급하다고 다 써 버리면 후반이 훨씬 힘들어집니다.
뱀에게 쫓기는 동안은 색칠을 잊고 도망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욕심내서 한 칸 더 밟으려다 구석에 몰리면 빠져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뒤로 갈수록 달라지는 규칙
초반 판은 한 번 밟으면 목표색이 되지만, 진행할수록 두 번 밟아야 목표색이 되는 판이 나옵니다. 같은 칸을 두 번 지나야 하니 경로 계획이 훨씬 복잡해집니다.
더 뒤로 가면 밟을 때마다 색이 계속 토글되는 판이 등장합니다. 여기서는 무심코 지나간 칸이 원래대로 돌아가 버려서, 정확히 홀수 번만 밟도록 경로를 짜야 합니다. 단순히 빨리 뛰어다니면 오히려 판이 끝나지 않습니다.
요령은 아래층부터 한 줄씩 정리하고 올라오는 것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훑으면 위쪽에 밟지 않은 칸이 남았을 때 되돌아가야 하는데, 그 왕복이 방해꾼과 마주칠 확률을 크게 높입니다.
점수와 목숨
칸 하나를 목표색으로 바꿀 때마다 점수가 들어오고, 판을 다 칠하면 남은 원반 수만큼 보너스가 붙습니다. 그래서 원반을 아껴 판을 끝내는 것이 점수 면에서도 이득입니다. 위험할 때만 쓰고 남기는 판단이 곧 실력입니다.
초록색 생물을 잡으면 화면 전체가 잠시 멈춥니다. 이 짧은 정지 시간에 남은 칸을 몰아서 밟으면 한 판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기회를 흘려보내면 다시 쫓기는 상황으로 돌아갑니다.
MSX로 옮겨진 모습
원작은 1982년 미국 오락실에서 나온 작품이고, 특유의 대각선 조작과 짧고 우스꽝스러운 효과음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가정용으로 옮기면서 화면은 단정해졌지만 피라미드의 입체감과 뛰는 리듬은 그대로입니다.
국내에서는 오락실보다 가정용 컴퓨터로 접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규칙 설명이 짧고 한 판이 금방 끝나서, 옆 사람에게 넘겨 주며 번갈아 하기 좋았습니다. 지금 해도 첫 몇 판은 방향 감각을 되찾는 데 쓰게 되는데, 그 어색함이 사라지는 순간부터 진짜 재미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