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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럭션 더비 2

디스트럭션 더비 2 (Destruction Derby 2) · 1996 · Psygno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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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차가 뒤집힌다

1편에서 차는 아무리 심하게 부딪혀도 바닥에 붙어 있었습니다. 2편은 다릅니다. 옆에서 강하게 받히면 차가 옆으로 넘어가고, 경사를 잘못 타면 공중으로 떠올라 몇 바퀴를 구릅니다. 뒤집힌 차는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가 끝납니다.

이 변화 하나로 게임의 긴장감이 달라졌습니다. 1편에서는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문제였다면, 2편에서는 한 번의 큰 충돌이 순식간에 판을 끝낼 수 있습니다. 상대를 뒤집어 놓는 각도를 노리는 재미와, 내가 그렇게 당하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긴장이 함께 생겼습니다.

디스트럭션 더비 2 레이싱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1996)

어떤 게임인가

디스트럭션 더비 2(Destruction Derby 2)는 차를 몰고 상대를 들이받아 부수며 점수를 쌓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순위와 파괴 점수를 함께 다투는 경주 모드와, 벽으로 둘러싸인 경기장 안에서 순위 없이 서로 부수기만 하는 모드가 있습니다. 부딪히지 않고 달리는 것이 목적인 보통의 레이싱 게임과 정반대입니다.

이 게임의 볼거리는 손상 표현입니다. 부딪힌 자리가 실제로 우그러지고, 부품이 떨어져 나가고, 바퀴가 휘어져 차가 한쪽으로 끌립니다. 화면에 보이는 찌그러짐이 곧 성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눈으로 상태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1편에서 달라진 점

코스가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평평한 순환로만이 아니라 높낮이가 큰 구간, 좁은 다리, 여러 차가 교차하는 구간이 들어와서 사고가 나기 쉽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만든 쪽이 충돌을 유도하려고 일부러 이렇게 배치한 것이 보입니다.

차량 종류도 늘었고 각각의 무게와 내구도가 다릅니다. 무거운 차는 상대를 밀어붙이기 좋지만 코너가 답답하고, 가벼운 차는 잘 돌지만 받히면 쉽게 넘어갑니다. 부수는 쪽으로 갈지 피해 다니는 쪽으로 갈지에 따라 고르는 차가 달라집니다.

손상이 반영되는 방식도 세밀해졌습니다. 어느 부분이 망가졌느냐에 따라 조향이 쏠리거나 출력이 떨어지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살아남는 요령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앞부분을 지키는 것입니다. 엔진이 있는 앞이 크게 망가지면 차가 아예 멈춥니다. 그래서 정면 충돌이 예상되면 방향을 살짝 틀어 옆으로 스치게 만들어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를 공격할 때는 옆구리를 노립니다. 옆에서 받으면 상대는 크게 망가지고 뒤집히기까지 하는데, 나는 거의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경기장 모드에서는 개입 시점을 늦추는 것이 요령입니다. 시작하자마자 한가운데로 뛰어들면 사방에서 얻어맞습니다. 바깥을 돌면서 남들이 서로 부수기를 기다렸다가, 이미 망가진 차만 골라 마무리하는 쪽이 훨씬 오래 갑니다.

처음 하면 막히는 지점

첫 번째는 속도 감각입니다. 이 게임의 차는 무겁고 굼떠서, 다른 레이싱 게임처럼 코너 직전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늦습니다. 감속을 훨씬 일찍 시작해야 벽에 안 박습니다.

두 번째는 점수 욕심입니다. 부딪힐 때마다 내 차도 조금씩 상하기 때문에, 계산 없이 들이받다 보면 상대보다 내가 먼저 멈춥니다. 지금 내 차가 몇 번 더 견딜 수 있는지를 보고 공격 여부를 정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화면의 손상 표시를 안 보는 것입니다. 어느 부분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표시되는데, 이걸 확인하지 않고 계속 달리다가 갑자기 차가 멈추는 일이 생깁니다. 앞이 이미 상했다면 그때부터는 부딪히지 않고 순위만 지키는 쪽으로 방침을 바꿔야 합니다.

시리즈가 남긴 것

디스트럭션 더비는 파괴 자체를 목적으로 삼은 레이싱이라는 발상으로 자리를 잡았고, 2편에서 그 발상을 더 밀어붙였습니다. 이후 나온 여러 파괴형 레이싱 게임들이 이 시리즈가 다져 놓은 틀 위에 서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시리즈는 운전을 잘 못해도 즐길 수 있는 레이싱으로 통했습니다. 코너를 깔끔하게 도는 실력이 없어도, 뒤에서 남의 차를 들이받으며 점수를 쌓을 수 있으니까요. 그 덕에 실력 차이가 나는 사람끼리 붙어도 판이 재미있게 굴러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