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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트럭션 더비 로

디스트럭션 더비 로 (Destruction Derby Raw) · 2000 · Sony Computer Entertain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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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딪히는 것이 목적인 경주

플레이스테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게임 가운데 하나가 디스트럭션 더비였습니다. 차가 부딪히면 실제로 찌그러졌기 때문입니다. 앞 범퍼가 밀려 들어가고 문짝이 떨어져 나가고, 계속 얻어맞으면 연기를 뿜다가 멈춰 섰습니다. 요즘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때는 차가 부서지는 모습을 화면에서 본다는 것 자체가 구경거리였습니다.

이 작품은 그 시리즈의 마지막 편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의 수명 끝자락에 나왔습니다. 그동안 쌓인 것을 정리하면서 코스를 넓히고 모드를 늘렸고, 무엇보다 화면이 훨씬 매끄럽게 흘러갑니다.

디스트럭션 더비 로 레이싱 게임 화면 1 - 플레이스테이션 (2000)

어떤 게임인가

디스트럭션 더비 로(Destruction Derby Raw)는 튼튼한 차를 몰고 다른 차를 들이받아 망가뜨리며 점수를 쌓는 레이싱 게임입니다. 순위만 겨루는 경주도 있지만, 이 시리즈의 뼈대는 파괴 점수입니다. 상대를 옆에서 받아 회전시키거나 벽에 처박으면 점수가 크게 붙습니다.

조작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가속하고, 방향을 틀고, 브레이크를 밟는 것이 전부입니다. 대신 차가 무겁고 관성이 크게 걸려 있어서, 원하는 각도로 상대를 맞히려면 훨씬 앞서서 진로를 잡아야 합니다. 이 묵직함이 시리즈의 성격입니다.

아수라장 무대

이 시리즈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원형 무대입니다. 코스도 순위도 없이 스무 대 가까운 차를 좁은 접시 안에 몰아넣고, 마지막까지 굴러가는 차 한 대가 남을 때까지 서로 들이받게 합니다. 시작하고 몇 초만 지나면 화면 가운데가 차 무더기로 막히고, 여기저기서 부품이 튀어 오릅니다.

이 무대에서 오래 살아남는 요령은 분명합니다. 한복판에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가운데는 사방에서 받히는 자리이고, 한 번 끼면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바깥쪽을 크게 돌면서 무리 가장자리에 붙은 차만 골라 옆구리를 치고 빠지는 방식이 점수와 생존을 동시에 챙깁니다.

후반에 차가 몇 대 남지 않으면 그때부터는 정면 승부입니다. 이때는 상대와 마주 보고 달려드는 대신 살짝 옆으로 비껴 지나가며 뒷바퀴 쪽을 치는 편이 좋습니다. 정면충돌은 내 차도 같이 망가지므로, 남은 내구도가 적은 쪽이 반드시 손해를 봅니다.

차 고르기와 내구도

차량은 가벼운 것부터 무거운 것까지 여러 종류가 있고, 진행하면서 하나씩 열립니다. 가벼운 차는 빠르고 방향을 잘 바꾸지만 몇 번 받히면 주저앉습니다. 무거운 차는 굼뜨지만 부딪히는 쪽에서 항상 이득을 봅니다. 순위를 다투는 경주에서는 가벼운 차가, 아수라장에서는 무거운 차가 맞습니다.

화면에 표시되는 차량 손상 그림을 계속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부위가 얼마나 상했는지 보이는데, 앞이 심하게 망가지면 정면으로 들이받는 순간 곧바로 멈춥니다. 그때부터는 뒤나 옆으로 상대를 미는 방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경주 모드에서

순위를 다투는 코스에서는 부수는 데 정신을 팔면 순위를 잃습니다. 이 게임의 판단은 늘 여기에 걸려 있습니다. 앞차를 추월할 것인가, 아니면 옆구리를 받아 점수를 챙길 것인가.

코너 입구가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상대가 감속하는 지점에 맞춰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옆을 밀면, 상대는 바깥 벽으로 튕겨 나가고 나는 그대로 안쪽 선을 타고 앞서 나갑니다. 점수와 순위를 동시에 챙기는 유일한 순간이라 이 각도를 익히는 것이 실력의 대부분입니다.

시리즈 안에서

앞선 작품들과 견주면 이 완결편은 코스가 늘고 화면이 안정되었으며, 여럿이 붙는 모드가 강화되었습니다. 차가 부서지는 표현도 더 세밀해져서, 어느 부위를 맞혔는지가 눈으로 구분됩니다.

정교한 주행 감각을 다투는 레이싱과는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코너를 얼마나 예쁘게 도는가가 아니라 상대를 어떻게 넘어뜨리는가를 겨루는 게임이라, 규칙을 지키는 경주에 지친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한 판이 짧고 결과가 시원해서 오랜만에 잡아도 금방 감이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