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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온

락 온 (Lock on Philko) · 1991 · Phil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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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국내에는 오락실 게임을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필코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1985년에 세워진 이 회사는 1987년에 오락실 개발부를 만들고, 같은 해 국내 여러 회사와 함께 컴퓨터 그래픽 연구 조합을 꾸렸습니다. 게임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어 상금을 걸고 사람을 찾기도 했습니다. 1988년에 일곱 편을 만들고 이듬해에는 스무 편을 내겠다고 밝힌 기사도 남아 있습니다. 그런 회사가 남긴 마지막 무렵의 작품 중 하나가 이 게임입니다.

락 온(Lock On)은 필코가 1991년에 내놓은 가로 스크롤 슈팅 게임입니다. 전투기를 몰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며 공중과 지상의 적을 상대하는, 형식만 놓고 보면 그 시절 표준적인 횡스크롤 슈팅입니다. 2인 동시 플레이를 지원합니다. 캡콤의 캐리어 에어 윙과 매우 비슷하다는 평이 붙어 다니는 게임이고, 실제로 캡콤의 유엔 스쿼드론과 캐리어 에어 윙에서 가져온 소재가 프로그램 안에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락 온 슈팅 게임 화면 1 - 오락실 (1991)

어떤 슈팅 게임인가

이 계열 슈팅의 기본 흐름은 정해져 있습니다. 화면이 계속 오른쪽으로 밀려가고, 위에서 아래에서 앞에서 적이 나옵니다. 공중에 뜬 적과 땅에 붙은 시설을 함께 상대해야 하고, 부순 자리에서 나오는 아이템으로 화력을 키웁니다.

가로 슈팅이 세로 슈팅과 다른 점은 위아래로 움직일 공간이 상대적으로 좁다는 것입니다. 세로 화면에서는 좌우로 피하는 폭이 넓지만, 가로 화면에서는 위나 아래로 붙으면 곧 화면 끝입니다. 그래서 회피의 기본은 화면 세로 가운데를 지키고 있다가 필요할 때만 위아래로 짧게 빠지는 것입니다. 구석에 몰려 있으면 도망갈 방향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지상 목표물을 처리하는 습관도 중요합니다. 공중의 적만 쫓다 보면 지상에서 올라오는 탄에 자주 맞습니다. 화면 아래쪽에 뭔가 서 있으면 지나가기 전에 부수고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이템도 주로 그쪽에서 나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이 시기 슈팅 게임에서 초보자가 죽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화력이 부족한 상태로 후반에 들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면 앞쪽으로 너무 나가는 것입니다.

화력 문제는 앞부분에서 결정됩니다. 초반 스테이지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이때 아이템을 최대한 챙겨 둬야 합니다. 초반에 대충 지나가면 후반에 적을 제때 못 잡고, 못 잡으면 탄이 쌓이고, 탄이 쌓이면 죽고, 죽으면 화력이 다시 내려앉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앞으로 나가는 문제는 습관의 영역입니다. 적을 빨리 잡고 싶어 화면 오른쪽으로 붙으면, 새로 등장하는 적이 눈앞에서 튀어나옵니다. 반응할 시간이 없습니다. 화면 왼쪽 삼분의 일 지점을 기본 위치로 잡고 있으면 등장하는 적을 보고 대응할 여유가 생깁니다.

남의 기판 위에서

필코의 게임들은 대체로 다른 회사 기판을 복제하거나 개조한 보드 위에서 돌았습니다. 이 게임도 세가 시스템 16B 계열을 본뜬 기판에서 동작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기판을 처음부터 설계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개발 인력도 새 하드웨어를 익혀야 합니다. 이미 널리 쓰이는 기판의 구조를 따라가면 그 과정을 통째로 건너뛸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 법적으로 안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1989년에 회사와 대표가 회로 기판 불법 복제로 각각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물고 기소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국내 오락실 산업이 자체 개발로 넘어가려 하던 시기에, 그 전환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사건입니다.

필코는 이 게임을 낸 무렵부터 게임 사업에서 멀어집니다. 대표는 1991년에 건설 회사를 따로 세웠고, 1993년 초에는 필코라는 이름이 건설 쪽 채용 공고에만 남게 됩니다. 이 게임은 그 마지막 시기에 나온 작품이라 현존하는 기판 자체가 극히 드뭅니다.

국내 개발사의 슈팅 계보

필코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게임 목록에는 거북선, 다이거, 자이오닉스, 아토믹 포인트, 스내퍼 같은 제목들이 있습니다. 장르가 한쪽으로 몰려 있지 않고 슈팅과 퍼즐을 오갑니다. 짧은 기간에 여러 편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운 회사답게 다양한 시도를 한 흔적입니다.

이 게임은 그중에서도 완성도가 나쁘지 않은 축에 듭니다. 널리 알려진 일본 게임을 참고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 참고를 통해서라도 국내에서 오락실 슈팅 한 편이 만들어졌다는 기록은 남습니다. 지금 브라우저로 실행해 보면, 1991년 국내 개발사가 도달해 있던 지점이 어디였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