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드 레이서 2
래드 레이서 II (Rad Racer Ii USA) · 1990 · Square
게임 화면 하단에서 —키 변경 Controls Settings·저장·불러오기 Save State / Load State
안경을 쓰고 하는 레이싱 게임
패미컴 시절에 3D 안경이 들어 있는 게임이 몇 개나 있었을까요. 래드 레이서 시리즈는 그 흔치 않은 사례였습니다. 빨강과 파랑 셀로판이 붙은 종이 안경을 쓰고 화면 모드를 바꾸면, 도로와 노변의 물체가 앞뒤로 떨어져 보이는 이른바 애너글리프 방식의 입체 화면이 됩니다. 물론 눈은 금방 피로해지고 색은 이상해집니다. 그래도 당시에 그 화면을 처음 본 사람 중에 감탄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2편은 그 장치를 그대로 이어받으면서 코스를 세계 각지로 넓혔습니다. 안경 없이 평범한 화면으로 해도 게임 자체는 온전히 굴러가기 때문에, 입체 기능은 어디까지나 덤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덤 하나 때문에 이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어떤 게임인가
래드 레이서 2(Rad Racer II)는 화면 뒤쪽에서 앞쪽으로 도로가 흘러오는 의사 3D 방식의 레이싱 게임입니다. 조작은 단순합니다. 좌우로 차를 움직이고, 한 버튼으로 가속하고, 다른 버튼으로 브레이크를 겁니다. 기어는 저단과 고단 두 단계로 나뉘어 있어서, 코너에 들어갈 때 저단으로 낮췄다가 직선에서 다시 올리는 식으로 씁니다.
한 스테이지는 정해진 거리를 주어진 시간 안에 달려서 체크포인트를 통과하는 구성입니다. 체크포인트를 지날 때마다 시간이 조금씩 보태지고, 시간을 다 쓰면 그 자리에서 끝납니다. 다른 차와 경쟁해 순위를 다투는 종류가 아니라, 시계와 싸우는 종류의 레이싱입니다.
코스마다 다른 풍경
2편의 코스는 도시의 야경, 사막, 설원, 해안 도로처럼 각기 다른 배경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패미컴의 좁은 색 팔레트 안에서도 하늘색과 노면 색을 바꿔 가며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데, 특히 밤 코스에서 헤드라이트 불빛과 가로등이 이어지는 장면은 지금 봐도 인상적입니다.
배경이 바뀌면 노면의 성격도 함께 바뀝니다. 눈길 코스에서는 미끄러지는 느낌이 강해져 코너에서 차가 바깥으로 크게 밀려나고, 사막 코스에서는 시야를 가리는 요소가 늘어납니다. 같은 조작을 해도 코스마다 결과가 달라지니, 새 코스에 들어갈 때는 첫 코너를 한 번 버리는 셈 치고 감을 잡는 편이 낫습니다.
처음 하는 사람이 막히는 곳
이 계열 게임의 최대 적은 다른 차입니다. 앞차를 스쳐 지나가는 정도는 괜찮지만 정면으로 들이받으면 속도가 0에 가깝게 떨어지고, 그 속도를 되찾는 동안 시간이 사정없이 흘러갑니다. 시간이 빠듯한 후반 코스에서는 충돌 한 번이 곧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에, 위험한 추월보다는 반 박자 기다렸다가 빈 차선으로 넘어가는 쪽이 안전합니다.
노변의 표지판이나 나무에 부딪히면 차가 뒤집히면서 더 큰 손해를 봅니다. 코너에서 안쪽 라인을 욕심내다가 밖으로 밀려 노변을 치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코너가 보이면 진입 전에 미리 안쪽으로 붙어 두고, 코너 중간에는 방향키를 계속 누르고 있기보다 짧게 끊어 눌러 자세를 잡는 편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브레이크를 쓰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 것도 요령입니다. 급한 코너 앞에서 잠깐 감속하면 잃는 시간은 1~2초지만, 벽을 치고 다시 가속하는 데 드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큽니다.
만든 곳과 그 시절
1편은 파이널 판타지를 만들던 시절의 스퀘어가 내놓은 작품이었습니다. 지금의 이미지로는 잘 연결되지 않지만, 당시 스퀘어는 RPG 전문 회사가 아니라 여러 장르를 시험하던 회사였고 래드 레이서는 그중 하나였습니다. 2편 역시 같은 흐름에서 나왔고, 한정된 하드웨어로 속도감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1편보다 다듬어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오락실보다 가정용 복사 카트리지로 접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3D 안경은 당연히 딸려 오지 않았으니, 대부분은 그냥 평범한 레이싱 게임으로 즐겼습니다. 화면 아래에서 위로 뻗어 나가는 도로와 경쾌한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었기 때문입니다.